커다란 백자 항아리 양식의 「달항아리」는 `1250도의 열기` 속에서 가공되며 그것을 견뎌야 만이 온화한 백색의 유려한 곡선으로 태어날 수 있다. 태양 빛에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낮달`처럼 달항아리는 그 시간을 묵묵히 인내하며 자신만의 찬란한 밤을 맞이한다. "자디잘게 쪼개져 가라앉은 저" 불길 속에서 진흙과 불, 이 "둘이 만나 하나가 된다는 거" 그것의 증거로 유약을 바른 항아리 표면에 금이 가 있는 "빙렬, 갈라지면서 이어지는 미로"를 통해 완성된 길이 된다.
또한 달항아리에 내재 된 사유를 파고들면서 "내가 내 안으로 사라지고 싶을 때 저 먹먹한" 감정의 온도를 투사시킨다. 거기서 고요한 어둠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자신을 `낮달`로 호환하는데 이는 달항아리와 낮달의 공존을 의미한다. 공존의 대상은 "삭이고 삭히면 둥그런 곡면들"로 이루어진 존재들에 대한 변형으로 나아간다. 이런 존재가 "내 속으로 스밀 때 내가 내 집으로 들어서는" 것은 희미하고 위태로운 시간을 견디면서 발효된 주체로서 고유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박산하
경남 밀양 출생
경주대학교 대학원 문화재학과 문학석사
2013년 천강문학상 수상
2014년 『서정과현실』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고니의 물갈퀴를 빌려 쓰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샤갈, 모래톱에 서다』(시산맥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