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 창세기의 말씀입니다. 12,1-9
그 무렵 1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말씀하셨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2 나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
을 떨치게 하겠다. 그리하여 너는 복이 될 것이다. 3 너에게 축복
하는 이들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내리겠다. 세상의 모든 종족들이 너를 통하여 복을 받을 것
이다.”
4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났다. 롯도 그와 함께 떠
났다.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 그의 나이는 일흔다섯 살이었다.
5 아브람은 아내 사라이와 조카 롯과, 자기가 모은 재물과 하란에
서 얻은 사람들을 데리고 가나안 땅을 향하여 길을 나서, 마침내
가나안 땅에 이르렀다.
6 아브람은 그 땅을 가로질러 스켐의 성소 곧 모레의 참나무가 있는
곳에 다다랐다. 그때 그 땅에는 가나안족이 살고 있었다.
7 주님께서 아브람에게 나타나 말씀하셨다. “내가 이 땅을 너의
후손에게 주겠다.” 아브람은 자기에게 나타나신 주님을 위하여 그
곳에 제단을 쌓았다.
8 그는 그곳을 떠나 베텔 동쪽의 산악 지방으로 가서, 서쪽으로는
베텔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아이가 보이는 곳에 천막을 쳤다. 그는
그곳에 주님을 위하여 제단을 쌓고,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불렀다.
9 아브람은 다시 길을 떠나 차츰차츰 네겝 쪽으로 옮겨 갔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1-5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 2 너희
가 심판하는 그대로 너희도 심판받고,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
로 너희도 받을 것이다.
3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
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4 네 눈 속에는 들보가 있는데, 어떻
게 형제에게 ‘가만, 네 눈에서 티를 빼내 주겠다.’ 하고 말할 수
있느냐?
5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의 묵상
오늘부터 우리는 제1독서에서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합니
다. 이스라엘의 선조들 가운데 으뜸이자 특별히 ‘믿음의 조상’이
라 불리는 아브라함은 하느님 백성의 구원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기억됩니다. 주님께서 마련하신 구원 계획이 아브라함을 부
르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제1독서는 바로 그 시작의 부르심을 이야기합니다. “네 고향과 친
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 줄 땅으로 가거라.”
주님께서 아브람(아브라함으로 개명되기 전 이름)을 부르셨을 때,
그는 아버지와 하란에 정착하여 오랜 기간 그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가족은 물론, 재물과 가축 수도 그곳에서 많이 늘었을 것입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라.’는 주님의 명령은 그렇
게 안정과 번영을 누리던 정착 생활에서 벗어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방랑의 길을 떠나라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그 말을 듣겠습니까? 그러나 아브람은 주님께서 이르신 대로
길을 떠납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미지의 땅 가나안으로 발
걸음을 옮깁니다. 주님께서 하신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나
는 너를 큰 민족이 되게 하고, 너에게 복을 내리며, 너의 이름을
떨치게 하겠다.”
신앙생활은 정착 생활이 아니라 방랑 생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정된 삶은 그 안락함 속에 우리를 계속 머무르게 하고 하느님께
의지하는 법을 점점 잊게 만듭니다.
아브라함은 그야말로 우리 신앙의 선조입니다. 그는 주님의 말씀을
믿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것에 의지하지 않고 오
로지 그분 말씀에 의지하였습니다. 그는 잃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
실 더 큰 것을 얻었습니다. 방랑길에 늘 함께하실 하느님을 얻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에게도 떠나라고 명령하십니다. 당신과 함께하는
역동적인 신앙 여정에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여러분은 그 길을 떠
날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혹시 어느 한곳에만 계속 머무르고 싶은
것은 아닌지 우리의 신앙을 성찰하여 봅시다.
(정천 사도 요한 신부)
-출처 매일 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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