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가끔...
사람들과 세상이 낯설고 멀게 느껴질 때...
(외롭고 슬플 때...)
불현듯...
예전에 기르다 헤어진 멍멍이들이 생각난다.
개를 엄청 좋아했던 나는, 개없이 지낸 시간이 별로 없을 만큼
많은 개들과 함께 해왔다.
고등학교 때는 독일산 셰퍼드가 너무 멋있어,
큰 도시까지 가서 비싼 돈을 주고 사 온 ‘아르나'라는
셰퍼드를 데리고 매일 송도 바닷가에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산책을 다녀 오곤 했었다.
눈빛이 착하고 품위있게 생겼던 ‘아르나’...
철없던 내곁을 지켜 주었던 멋진 개였다.
...
개는 영물이라고 한다.
영물이란 영혼을 가진 동물을 가리킨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뭘까...?
보통...
지능과 생각의 유무 차이라고들 한다.
분명 개는 인간보다 지능이 떨어지고 생각할 줄 모른다.
그러나 인간도 첨부터 지능이 높지도,
생각할 줄 알았던 것도 아니다.
진화에 의해 조금 씩 발전을 거듭해 온 것 뿐이다.
그렇다면 인간이나 개나 원래는 같은 존재라고 봐야 한다.
개도 지능이 엄청 떨어지는 동물과 인간의 중간 쯤은 되는
지능을 소유하고 있다.
어떤 동물학자는
개가 생존을 위해, 인간곁에서 공짜 밥을 얻어 먹기 위해,
고렇쿰 귀여운 몸짓의 아부와 애교와 충성을 보인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개는 오랜 옛날 부터 인간과 함께,
친구처럼 살아온 소중하고 사랑스런 존재이다.
지구상 최고의 지존이 되기위해, 모든 동물들에게 피해를 주고
거리를 두고 차별화 해왔지만
늑대의 후손인 개는, 외로운 지존- 인간 곁을 가장 가까이
가족처럼 외로움을 달래주며 함께해 왔다.
당연한 듯이 생각해서 그렇지...
늑대를 닮은, 야성의 동물인 개가
깊은 산이 아닌 인간 세상에서 인간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다행한 일이 아닐수 없다.
인간도 원래 동물이었기에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은 인간과 같은 맥락의 존재이고,
탄생과 죽음 과정도 비슷한 친구들이다
그런데
지능이 더 발달하여 위치가 높아졌다고,
함께 살아온 친구들을 학대하고 혼자 잘난 척 거드름을 피우지만...
천재와 영웅이 외롭고 고독하듯...
외로운 것이다.
(친구들을 버리고 교만에 빠져...)
그런데
개라는 동물이 외로운 인간의 마음을 정확히 읽고,
지혜롭게도 자신들의 생존에 탁월한 보장을 부여받을수 있는 방법...
인간의 친구 자리를 빼앗기지 않고 지켜온 것이다.
여하튼
개는 자연과 친구를 버리고 외로움과 그리움을 숨기고 사는 인간에게
오래전 부터 그 외로움과 그리움을 위로해 준 고마운 존재이다.
요즘
이사 간다고, 개가 병이 들었다고, 기르기 귀찮다고...
함께해 왔던 개를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 순간에 주인, 친구를 잃어버린 불쌍한 그 개들...
(대부분 개장수에게 잡혀가거나 안락사를 맞이한다)
어느 별에서 튕겨져 나와,
수십 억년 동안 그냥 돌덩이에 불과했던 지구...
어쩌다 물이 생겨나고 거기서 생명체가 만들어 지고,
다시 긴 시간이 지나 생명체의 숫자가 늘어 나고,
오랜 시간을 통해 조금씩 진화해 오다가 일부는 육지로 올라오고...
그리고 많은 종류의 육지동물들이 또 생겨나고...
...
모든 생명체의 고향인 물- 바다...
그 앞에 서면 인간이나 개나 같은 존재인데,
시간은 서로의 정체성을 크게 달리 만들어 놓았다.
인간은 지구에서 서열 1위의 최고 대권 주자가 되었고,
개는 여전히 가장 본능적인 삶에 충실한 단순한 동물의
정체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급한 위치의 존재이다.
그나마 개는 수많은 무지랭이 동물들 중에서 지능이 높고
인간과 어느 정도의 정과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지금껏 키워 왔던 많은 개들 중에 유난히 가끔 생각나는...
그리고 그 모습을 떠 올리면 눈가에 옅은 눈물자욱이 번지는...
그 녀석...
요크셔테리어 종이었던 암컷...
품평대회에 나갈만한 그렇게 좋은 개는 아니었지만
성격... 성품이 정말 좋았다.
사람으로, 여자로 치면 인물은 그냥 수수한 편이고 배움도 적지만,
성실하고 순박하고 건강한 삶의 목표에 올인하며,
신랑과 아이들과 가정을 자신의 삶 전부로 여기며,
순종적으로, 때론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아내-여자와 같은
착하고 충성스러웠던 개...
필요할 때는 물불을 안가리고 나를 위해 용감한 행동을 보이던...
...
수많은 사람들- 무리속에서
어느날...
갑자기 더 외롭고 힘들다고 느낄 때...
문득 회상의 뇌리에 나타나는, 가장 인간적인 따뜻한 친구같은...
잘 생기고, 돈 많고, 학벌 높은 따위의 겁데기 존재가 아닌,
자신을 낯추고 상대를 배려하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는 사람...
오직 갖고 있는 몸 하나, 마음 하나로
이 세상 어느 것보다 빛나고 아름다울 수 있는...
요즘 세상에선...
빛바랜 앨범사진 혹은 먼 시간 전의 과거 회상속에서
흑백사진처럼 졍겨운 미소띤 얼굴들 가운데 한 모습으로
현실 속에서는 도무지 찾을수 없는.. .
그래서
오늘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지구인이 아닌 안드로메다 별에서 온
존재들처럼 낯설고 왠지 거리감을 주며,
외로움과 혼자라는 느낌이 더할 때...
맑은 눈망울, 당찬 모습으로 말없이 언제나 내 곁에서
내 외로움을 달래주던
그 녀석..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그 ‘차미’가 보고 싶다...
p.s
갈수록 높아가는 헛된 욕심만큼, 인간 본래의 순수와 사랑이
줄어드는 슬픈 현실...
같은 친구인 인간 서로간의 믿음과 사랑대신, 물질과 쾌락의
허상을 더 추구하면서 나타나는 불신과 차가운 분열들...
비록 말 못하고 무식하지만, 동물이란 개가 보여주는
서로간의 믿음과 사랑은 인간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