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
우리말은 ‘띄어쓰기’가 특히 어렵다. 영어나 불어의 경우 한 단어를 기준으로 띄어쓰기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따로 규칙을 정할 필요가 없지만, 우리말은 단어의 종류에 따라, 변형에 따라, 때론 쓰임에 따라 워낙 다양한 규칙이 있어, 100% 정확하게 이를 지키는 글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갇힌 지? 갇힌지?
의존명사 ‘데, 바, 뿐, 수, 지’ 등은 모두 띄어 써야 한다. 그런데 쓰임에 따라 이들이 ‘의존명사’가 되기도 하고, 홀로는 뜻을 갖지 않는 ‘어미’가 되기도 한다. 이 때는 붙여 쓰는 것이 맞다.
그렇게 서둘렀는 데도 불구하고 늦었다.
그렇게 서둘렀는데 그만 늦고 말았다.
우리가 갇힌 지 얼마나 되었을까?
우리가 얼마나 갇혀 있었는지 모르겠다.
십만 원? 십만원?
먼저, 수를 표현하는 것은 ‘만’ 단위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보기 : 십칠억 이천이백삼십칠만 팔천오백사십일) 따라서 ‘십만’은 붙여 써야 한다.
다음, 단위 명사 ‘원’은 띄어 쓰는 것이 옳다. 즉 ‘천 원, 이만 원, 십만 원’ 등으로 띄어 써야 한다. 다만 숫자와 어울려 ‘1,000원, 100,000원’ 등과 같이 쓰일 때는 붙여 쓴다.
한 번? 한번?
‘번’이 차례나 일의 횟수를 나타내는 의존 명사로 쓰인 경우에는 ‘한 번, 두 번, 세 번’ 등과 같이 띄어 써야 한다. 그러나 ‘한번’이 ‘일단’의 뜻으로 쓰인 부사로 사용될 때는 붙여 써야 한다.
내가 너한테 한 번 두 번 속았니?
한번 속아 본 사람은 남을 쉽게 믿지 못한다.
알 만하다? 알만하다?
‘듯하다, 만하다, 법하다, 성싶다, 척하다’ 들은 기원을 따져보면 의존 명사 ‘듯, 만, 법, 성, 척’ 들에 ‘하다, 싶다’ 들이 붙은 것으로 이해되므로, 이들은 모두 보조용언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알 만하다’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보조용언의 띄어쓰기 규정에는 붙여 쓰는 것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알만하다’로 써도 맞다. 위에 쓰인 ‘따져보면’ 역시 ‘따져 보면’이라 띄어 쓰는 것과 붙여 쓰는 것 둘 다 허용하고 있다.
공부하고서부터입니다? 공부하고서 부터입니다?
“자신이 생긴 것은 이 학습지로 공부하고서부터입니다.” 이렇게 써놓으니 아무래도 이상해 보여 ‘공부하고서 부터입니다’, ‘공부 하고서 부터입니다’ 따위로 띄어 쓰는 일이 흔히 있다. 그러나 이 어절은 모두 붙여 써야 한다. 조사 ‘부터’는 위의 경우, 보조사로 쓰였다. 보조사는 부사나 부사구에 붙어 쓰이기도 하며, 우리말에서 조사와 조사가 겹쳐 날 때에는 모두 붙여 쓴다.
두음법칙
“한자음 ‘녀, 뇨, 뉴, 니’가 낱말의 첫머리에 올 적에는, 두음법칙에 따라 ‘여, 요, 유, 이’로 적는다.” 이 두음법칙은 대부분 잘 지켜지고 있다. 다만 몇 가지 특별한 경우들이 있어 이를 정리해 보았다.
연말 연시? 연말년시?
일반적으로 많이 쓰이다 보니 사람들이 하나의 ‘합성어’로 알고 있어, 흔히 두음법칙을 무시하고 ‘연말년시’라고 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것이다. 이 말은 하나의 낱말이 아니라 두 어절로 이루어진 용어다. 따라서 두음법칙을 적용시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회계년도’ 역시 ‘회계 연도’라 쓰는 것이 맞다. 다만 전문 용어의 경우 붙여 쓸 수 있도록 허용되어 있으므로 ‘회계연도’라 써도 무방하다. 다만, 이 때에도 ‘회계년도’라 쓰면 안 된다. 또 하나, 단체 이름의 줄임말에는 두음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전경련, 자민련, 경실련’ 등이 맞는 표현이다.
난? 란?
‘한자어 + 한자어’의 경우는 본디 소리 나는 대로 적고, ‘고유어 + 한자어’나 ‘외래어 + 한자어’의 경우는 두음법칙을 적용시켜 적어야 한다.
가정란, 독자란, 비고란, 왕릉, 정릉
어머니난, 가십난
자주 틀리는 것들
여기서는 적을 때마다 자주 틀리는 표기들을 모아 보았다. 문법적인 장황한 해설보다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정리했다.
며칠? 몇일?
예전에는 두 경우를 모두 인정했었다. ‘몇일’은 “오늘이 몇일이지?”처럼 관형사로 쓰일 때에, 그리고 ‘며칠’은 “며칠 뒤에 보자”처럼 명사로 쓰일 때로 구별해서 사용되었다. 그러나 새 <한글 맞춤법>에서는 모두 ‘며칠’로 통일됐다. 따라서 어떤 경우든 ‘몇일’로 적으면 틀린다.
있음? 있슴?
우리말 어미 ‘-습니다, -읍니다’를 ‘-습니다’로 통일시킨 것은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명사형 어미 ‘-음’을 ‘-슴’으로 적는 엉뚱한 잘못을 종종 범한다. ‘있슴’이 아니라 ‘있음’이 올바른 표기다.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요?
‘어서 오십시오’가 맞다. ‘-요’는 문장의 앞뒤를 이어 주는 어미로서만 쓰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대는 나의 빛이요, 생명이오.
라고요? 라구요?
강산에가 “라구요”라는 노래도 냈었지만, ‘라고요’가 맞는 표현이다.
할게? 할께?
의문을 나타내는 ‘-ㄹ까, -ㄹ꼬’ 등을 제외하곤, 발음이 된소리로 나더라도 표기는 예사소리로 하는 것이 맞다. ‘내 꺼’ 역시 틀린 표현이다. ‘내 거’가 맞다.
걱정 마, 내가 치울게.
그럼, 내가 치울까?
이에요? 이예요?
‘이예요’란 표현은 없다. ‘이에요’든지 이를 줄여서 ‘예요’든지 둘 중 하나여야 맞다. 다만, 자음으로 끝나는 사람 이름의 경우에는 ‘이예요’가 맞다. 왜냐하면,
이 때 ‘이’는 이름 뒤에 결합되는 접미사이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정일이와 친구예요?
선생님, 제 이름은 정일이예요.
일찍이? 일찌기?
부사에 ‘-이’가 붙어서 역시 부사가 되는 경우는 그 부사의 원형을 밝혀 적는다. 마찬가지로 ‘더욱이’를 ‘더우기’로 쓰는 것도 틀린 표현이다.
밝혀짐으로써? 밝혀지므로써?
‘-므로’는 용언의 어간에 붙는 어미이고, ‘-로써’는 명사(형) 뒤에 오는 조사이다. ‘-므로써’란 표현은 우리말에 없다.
오랜만에? 오랫만에?
‘오래간만에’의 줄임말이므로 ‘오랜만에’가 맞는 표현이다. 반면 ‘오랜동안’이 아니라 ‘오랫동안’이 맞다.
떼논당상? 따논당상?
“우승은 따논 당상입니다!” 언론 등에서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틀린 표기이다. ‘당상’은 지난날 정삼품 이상의 벼슬이었다. 곧, 당상 벼슬자리를 떼 놓았다는 것이니, 으레 자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는, 무슨 일에 자신만만할 때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떼 놓은 당상’의 준말로서 ‘떼논당상’이 맞다.
옥에티? 옥의티?
“옥에도 티가 있다”는 속담의 줄임말이기 때문에 ‘옥의티’가 아니라 ‘옥에티’다.
괴발개발? 개발새발?
‘개발새발’이라 흔히 쓰지만 틀린 표현이다. “괴발개발 그려 놓았다”로 써야 한다. 여기서의 ‘괴’는 ‘고양이’가 줄어든 말이다. 개와 고양이가 앙숙지간이라, 두 마리가 만나기만 하면 쫓고 도망가며 다투니 어떤 발자국 모양이 될지 짐작이 가지 않는가?
바람? 바램?
‘바람’이 맞다. ‘바라다’가 원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래요’가 아니라 ‘바라요’가 원칙적으로는 맞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람들이 ‘바램, 바래요’로 쓰고 있다.
헷갈리는 것들
둘 다 사용할 수 있으나, 그 용례가 늘 헷갈리는 표기들을 모았다.
했데? 했대?
‘-데’는 회상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며, ‘-대’는 ‘(누군가가) -다(고) 해’의 준말이다.
즉,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이냐, 다른 이의 말을 전하는 것이냐의 차이다.
그 두 사람, 깨끗하게 끝내려고 하데.
그 두 사람, 깨끗하게 끝내려고 한대.
되어라? 되라?
‘되다’에 명령형 종결어미 ‘-어라’가 붙은 ‘되어라’는 줄여서 ‘돼라’로 쓰이기도 한다. 다만, 명령의 의미를 가지는 ‘-(으)라’가 어간에 직접 결합하는 경우에는 ‘되라’로 쓰는 것이 맞다. 이는 간접 인용문에서만 사용되는 것이다.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사장님께서는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사원이 되라고 당부하셨다.
부딪히다? 부딪치다?
‘부딪히다’는 ‘부딪다’의 피동형으로 ‘부딪음을 당하다’의 뜻이고, ‘부딪치다’는 ‘부딪다’의 힘줌말이다.
공사장에서 떨어진 나무에 머리를 부딪혔다.
저기가 그들의 차가 부딪친 곳이다.
주최? 주관?
‘주최’는 어떤 행사를 계획하고 책임지는 일이며, ‘주관’은 ‘주최’가 마련한 계획대로 실무를 맡아 처리하고 꾸려 나가는 일이다. 즉, ‘주최’가 ‘주관’의 상위 개념이라 볼 수 있다.
쇠고기? 소고기?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같은 사례로 ‘헷갈리다’와 ‘헛갈리다’ 역시 둘 다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복수 표준어’라고 한다.
결재? 결제?
쉬운 말인데 이상하게 많이 틀리게 사용된다. ‘결재’는 상급자에게 인가를 받는 것이며, ‘결제’는 대금을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금? ?료?
단순히 그 사물에 해당하는 돈을 이를 때는 ‘-금(돈)’을 쓰고, 그 사물을 이용하는 데 따르는 삯이나 비용 등에는 ‘-료(삯)’를 붙여야 한다. 흔히 ‘갹출료/갹출금’이 헷갈리는데 위와 같은 논리로 ‘갹출금’이 맞다.
일절? 일체?
‘一切’로 한자 표기는 동일하나 긍정의 뜻일 때는 ‘일체’로, 부정의 뜻일 때는 ‘일절’로 읽는다. 따라서 ‘주류 일절’이 아니라 ‘주류 일체’가 맞는 표현이다.
주류는 일절 취급하지 않습니다.
신장 개업! 주류 일체 취급합니다
셋째? 세째?
‘세째’란 표현은 없다. ‘둘째, 셋째, 넷째’가 맞다. 또, 10 이상부터는 ‘열두째, 열셋째, 열넷째’로 쓴다. ‘둘’ 다음에만 ‘ㄹ’이 탈락된다.
웬지? 왠지?
실생활에서 ‘왠지’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왠지’는 하나의 단어가 아니다. ‘왜인지’를 줄여 말하는 것이다. ‘웬지’는 ‘웬 일인지’의 줄임말이다. '왠지'를 제외하곤 모두 '웬'이 맞다고 생각하면 된다.
개발? 계발?
‘개발’은 ‘(원래 없던 것을) 개척하여 만듦’이라는 의미이며, ‘계발’은 ‘(원래 있던 것을) 깨우쳐 열어 줌’이라는 의미이다. 주로 ‘개발’은 물리적인 이루어 냄으로, ‘계발’은 정신적인 이루어 냄으로 구별하여 쓰인다. 다만, 정신적인 면이라 하더라도 원래 없던 부분을 이끌어내는 것은 ‘개발’이 맞다.
능력 개발 (원래 없던 새로운 능력을 발견하여 발전시켜 주는 것)
능력 계발 (원래 있던 자신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켜 주는 것)
따뜻하다? 따듯하다?
둘 다 표준말이다. ‘따듯하다’가 원말이며, 이의 센말이 ‘따뜻하다’이다. 마찬가지로 ‘다사롭다’의 센말도 ‘따사롭다’이다. 참고로 ‘센말’은 ‘큰말’과는 다르다. ‘따듯하다’의 큰말은 ‘뜨듯하다’며, ‘따뜻하다’의 큰말은 ‘뜨뜻하다’이다.
낳다? 낫다?
'낳다'는 출산을, '낫다'는 우위를 말할 때 쓴다.
BMW가 아우디를 '낳는' 일은 없다.
어의? 어이?
'어의'는 허준, '어이없다'가 맞다.
외래어 적기
1986년 <외래어 표기법>이 고시되었지만, 실제로 우리가 쓰는 표현 중에는 표기법에 어긋나는 것들이 많다. 대표적으로 잘못 쓰이는 몇 가지만 추렸다.
비전? 비젼?
‘ㅈ’, ‘ㅊ’ 다음에 모음이 오는 경우는 복모음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전’, ‘주스’, ‘차밍’으로 적어야 한다. 이와 달리 ‘ㅅ’ 뒤는, 뒤따르는 모음에 따라 ‘샤, 셰, 섀, 셔, 쇼, 슈’로 적어야 한다. 따라서 ‘섀도’, ‘셰이크’, ‘쇼크’, ‘슈즈’, ‘슈퍼’ 등이 맞는 표기이다.
리더십? 리더쉽?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ship’의 발음은 ‘십’으로 해야 한다. ‘sh’와 ‘i’가, ‘시’와 ‘ㅣ’가 아니라 ‘ㅅ’과 ‘ㅣ’가 합쳐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십’이 맞는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스포츠맨십’, ‘프렌드십’이라 써야 한다.
데이터? 데이타?
모두 ‘ㅓ’로 통일됐다. 따라서 ‘데이터’, ‘센터’, ‘터미널’, ‘로터리’가 맞다.
카페? 까페?
<외래어 표기법> 제1장 ‘표기의 기본 원칙’ 제4항은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카페’, ‘오사카’, ‘아틀리에’, ‘코냑’, ‘피에로’, ‘모스크바’가 올바른 표기이다
첫댓글 좋은 자료 감사해요!
감사해요, 선생님!
애매모호한 문법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맞춤법 자체도 엉망입니다, 어떤 부분은 소리나는대로 적고, 어떤 부분은 그렇지 못하고...국어학자들 반성 좀 해야됩니다. 뭡니까, 이게! 사람 헷갈리게!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적어놓고 외워도 깜박하고 쓸 때마다 어렵고 틀려서 부끄러울때가 많아요....남촌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국문학 전공해도 헛공부했나봐유.
어려운 공부했네요~
정말 중요한 자료를 이제야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