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때묻지 않은 어촌의 향기…발길 뜸해 더 좋네
충남 서천군 장항읍 '송림'은 바다와 마주한 어촌이다. 서해안의 여느 마을처럼 갯벌을 끼고 있다.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하는 대합과 고려시대 때부터 전해내려 온 모래찜질이 유명하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인근 서해안을 따라 늘어선 내로라하는 관광지의 유명세 탓이다. 그 덕에 '여인의 속살'처럼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해송숲, 갯벌은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내보인다. 코앞에 점점이 떠 있는 섬은 손을 뻗치면 닿을 것 같고 가슴이 저리도록 황홀한 낙조 또한 장관. '무명의 설움'은 벗지 못했지만 '서해의 재미'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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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은 서천군 서남쪽 끄트머리에 둥지를 튼 마을이다. 서해를 낀 까닭에 육지와 바다에서 사철 먹을거리와 볼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게다가 태안 원유유출 사고 때도 다행히 화를 면했다. 그만큼 '축복받은 땅'이다.
겉보기에는 그저 한적하고 평범한 어촌에 불과하지만 150호가 담을 맞대고 모여 사는 마을에는 숨겨진 매력이 다양하다. 드넓은 모래밭과 갯벌, 해송숲이 자연 그대로 어우러진 모습은 좀처럼 만나기 힘든 풍경이다.
북쪽으로 난 마을입구로 들어서자 해무가 잔뜩 낀 갯벌이 신비롭게 다가온다. 갯벌은 살아 있는 것의 터전. 대합, 모시조개, 소라, 맛, 동죽, 바지락, 깔게(쌀게) 등이 사철 넘쳐난다. 모두 자연산이다. 이 때문에 주민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갯벌체험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해변 모래는 차가 지나가도 흔적이 남지 않을 정도로 곱다. 활시위처럼 휘어진 모래사장 뒤편은 해송숲이다. 50~150m 폭의 숲은 그 길이가 무려 3㎞에 달한다. 마을 이름도 숲에서 따왔다. 이곳에 소나무가 숲을 이룬 시기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른다.
이 마을 토박이 정홍진씨(51)는 "마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소나무가 울창했는데 일제시대 때 장항농고가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숲을 조성하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숲은 한여름 땡볕에 시원한 그늘을 내줘 야영장으로 인기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소나무마다 육지 쪽으로 비스듬히 누운 모양새가 재밌다. 서해의 거센 해풍 탓이다.
갯벌과 더불어 대합과 모래찜질이 마을의 명물. 해마다 음력 4월20일을 '모래의 날'로 정해 '모래의 날 대합 큰잔치'가 열린다. 애 어른 할 것 없이 목까지 모래를 덮고 찜질이 한창이다. 할머니에게 '모래이불'을 덮어주는 아이들은 마냥 신났다.
찜질 맛을 보기 위해 전북 군산에서 왔다는 한 할머니는 "모래찜질이 좋긴 좋구먼. 몸이 죄다 쑤시고 아팠는디 금세 시원해저부네"라며 신기해했다.
이곳 모래찜질의 역사는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2품 평장사 두영철이 이곳으로 유배를 왔다가 음력 4월20일 모래찜질을 한 뒤 건강을 되찾은 것이 유래다. 송림의 모래사장은 염분과 철분, 우라늄 성분이 많아 피로해소와 신경통, 관절염 등 각종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을 사람들은 시기를 정해놓고 모래찜질을 한다. '모래가 눈을 뜨는 날'인 음력 4월20일을 시작으로 초·중·말복, 단오, 음력 7월7일이 그날이다.
찜질 후에는 으레 배가 출출해지게 마련. 이럴 땐 대합요리가 최고다. 대합은 구이에서부터 탕, 전, 죽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입맛을 돋운다. 송림의 대합은 전국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만큼 지천이다.
청나라 왕맹연이 저술한 '수식거음식보'(隨息居飮食譜)에 따르면 대합은 음기를 보충하고 혈을 생성해 여성의 하혈과 대하증에 특효가 있고 열을 내는 효능과 화병으로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대합의 이름도 여럿이다. 날로 먹을 수 있다고 해서 '생합', 크다고 해서 '대합', 맑고 깨끗하다고 해서 '백합'이라 불린다. 전복에 버금가는 고급 패류인 대합은 다른 조개와 달리 입을 잘 열지 않아 '정절'에 비유되고 껍질이 꼭 맞물려 '부부화합'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곳에선 1년 내내 대합을 캘 수 있다. 때깔도 다르다. 영양분이 풍부한 갯벌의 품에서 자라 밝고 투명하고 예쁘다. 물 빠진 갯벌은 광활하다. 그 위로 물골이 이리저리 굽이치고 조개와 소라, 게가 남겨 놓은 흔적은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예술적이다. 주인 잃은 나룻배가 한가로이 노닐고 그 옆으로 한 쌍의 연인이 펄을 헤집으며 밀어를 속삭인다. 그 사이 저 멀리 '부자(父子)의 섬' 유부도와 유자도는 어느새 해를 머리에 이고 있다.
- 모시적삼 입고 소곡주 한잔 쭈욱 -
▲찾아가는 길:서울→서해안고속도로 서천IC→4번 국도 서천군청 지나 장항방면→12㎞ 직진 후 장항 원수교차로에서 우회전→68번 지방도로를 타고 좌측 해안을 끼고 5㎞→송림
▲주변 볼거리:마량동백나무숲, 금강하구 철새도래지, 신성리 갈대밭, 춘장대 해수욕장, 문헌서원, 희리산 자연휴양림, 천방산, 월남 이상재선생 생가 등
▲특산품&맛집:서천의 대표적인 특산품은 모시와 소곡주다. 한산모시를 처음 생산했던 건지산 기슭에 자리한 한산모시관(041-951-4100)은 모시각, 전통공방, 전수교육관, 한산소곡주 제조장, 토속관 등의 시설을 갖춰 전통문화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수교육관 내 전시실에는 모시의 역사를 전해 주는 서적과 베틀, 모시길쌈 도구, 모시 제품 등이 전시돼 있고 전통공방에서는 모시풀 재배에서부터 모시짜기 등의 공정을 재현해 놨다. 또 한산모시산업화클러스트사업단(041-951-5750)에서는 모시잎차를 판매한다. 일명 '앉은뱅이술'로도 불리는 한산소곡주(041-951-0290)는 국내 전통주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한산읍 김영신씨가 며느리 우희열씨(전통식품 명인)에게 비법을 전수한 후 현재 아들인 나장연씨가 이어받아 옛 방식 그대로 소곡주를 빚고 있다. 소곡주는 이외에 서천김, 서천쌀, 자하젓, 공작선 등이 있다/할매온정집(아구요리, 041-956-4860), 흥원항횟집(활어회, 041-952-0488), 서산회관(주꾸미요리, 041-951-7677), 토담(한식, 041-951-0106) 등
▲숙박:마을에서는 3~4집이 민박(011-9172-1662)을 치고 소나무숲이나 모래사장에서는 야영을 할 수 있다. 이외에 산호텔(041-952-8013), 동백산장(041-952-3020), 칠갑산여관(041-952-3301), 해돋이산장(041-952-3013 등
▲문의:서천군청 문화관광과 (041)950-4255, 장항읍 사무소 (041)956-3001
- 한산모시 '1000년의 신비' 체험하세요 -
충남 서천군은 13~16일까지 4일간 한산면 한산모시관 일원에서 '한산모시문화제'를 연다.
'모시, 자연을 입다. 자연에서 찾은 30850의 비밀'을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예부터 임금님의 진상품으로 명성이 자자한 한산모시의 진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한산모시짜기는 1967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4호로 지정된 전통 문화유산이다.
대형 모시풀밭의 초록물결이 행사장을 뒤덮은 이번 축제는 모시풀밭에서 전문가의 시연을 보고 직접 태모시를 만들어 볼 수 있고 모시삼기 및 째기, 꾸리감기, 모시날기 등 모시제작 전과정을 체험할 수 있다.
모시명품카페에서는 모시식혜와 모시빙수 등 모시로 만든 이색음료를 맛볼 수 있고 모시옷을 입고 전통가옥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촬영할 수 있다. 또 세모시를 직접 짜보는 모시짜기를 비롯해 모시잎차 만들기, 모시염색, 모시꽃 및 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한다.
이외에 중국모시를 밀반입하려는 중국상인과 한산모시의 비밀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상인의 이야기를 담은 모시마당극과 모시패션쇼, 모시동상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부대행사가 축제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041)950-4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