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코리아 트렌드'를 늘푸른언덕님이 정리한 글입니다.
“전승불복 응형무궁 (戰勝不復 應形無窮)” 이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전략가 손무가 지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같은 전략이나 전술을 반복해서는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우니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한 번 이겼다고 안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지난 주 초에 지인이 이 고사성어로 서예 작품을 써 달라는 특별한 부탁을 받고 실로 오랜만에 붓을 잡고 글을 써 내려가며 의미를 새기다보니 이 말의 의미가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트렌드와 관련된 세상스케치와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 이 성어를 인용하며 월요일 아침 글을 시작합니다.
트렌드라는 키워드를 통해 3주 연속 세상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는 트렌드 시리즈 마지막 순서로 2020년 대한민국을 지배한 트렌디한 상품을 중심으로 변화되는 세상의 모습을 스케치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연구팀이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 다음과 같은 2020년도 대한민국 10대 트렌드 상품을 선정하였는데 깊은 공감을 하게 됩니다.
위에서 열거한 2020년 10대 트렌드 상품의 특징은 첫째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둘째로는 위기 속에서 위로가 되는 일상의 즐거움, 셋째 개인화 및 원자화를 추구하는 소비현상 그리고 넷째는 비대면을 지원하는 기술로 요약됩니다. 트렌드 상품은 그 시대의 시대 상황을 반영합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기업들이 트렌드에 민감하고, 여기에서 기회를 찾아야 기업의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의 10대 트렌드 상품을 중심으로 간단 정리합니다.
1990년대
2020년의 주요 트렌드 중 하나는 문화계에 새롭게 부활한 ‘리트로 감성’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1990년의 감성 부활’입니다. 1990년대 노래를 리메이크하고 당시의 유행했던 패션들이 다시 트렌디한 아이템으로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의 열풍을 겨냥한 기업들의 마케팅이 활발하게 전개된 한 해였습니다.
싹쓰리, 사랑방선물, 진로이즈백, 곰표, 과거 연예인들의 재등장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여행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하여 해외여행의 길이 막히자 국내여행으로 관심이 쏠린 한 해입니다. 국내여행의 대표적 모습으로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여행하며 숙박을 하는 이른 바 '차박 캠핑'이 인기를 얻었습니다. 신혼여행지로 해외 대신 국내로 선택지가 바뀌면서 제주도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이 인기 상품으로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리는 상황에서 인파가 적고 작지만 아름다운 여행지를 찾아 돌아보는 여행의 트렌드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코로나 전후의 일상의 변화 중의 하나로 과거에는 ‘어디로 가는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무엇을 하는가’의 경험에 초점이 맞추어지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여행은 사람들이 항상 동경하는 영원한 테마임을 알게 해준 한 해입니다.
기생충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시궁창 속에서도 장미꽃이 피듯이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암울하고 혼란한 가운데서도 한국 문화계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았습니다. 올해 한국 영화 역사상 최초로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던 영화 ‘기생충’이 올해를 대표하는 10대 트렌드 상품의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선을 보인 ‘짜파구리’의 예상치 못한 인기를 얻어 한때 대박 매출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방탄소년단의 곡들이 빌보드 메인 싱글 정상을 차지하고 블랙핑크 등 아이돌스타들의 음악이 세계를 평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 본격적인 K-컬처, K-푸드, K-뷰티, K-산업이 세계를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에 큰 위안을 받는 한 해였습니다.
무선이어폰
2020년의 또 다른 트렌드 중의 하나로 무선이어폰을 꼽았습니다. 이제 현대인의 출퇴근길의 필수 템인 무선이어폰의 인기 배경으로 현대인들에게 있어 무선이어폰이 사회심리적인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입니다. 이는 세상과 단절하며 혼자만의 영역을 구축하려는 현대인들의 개인주의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한편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배달 서비스
코로나19로 형성된 비대면 문화의 또 다른 트렌드는 아마도 배달 서비스의 급증일 것입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20년 7월의 배달 음식 온라인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66.3% 늘어난 1조 3,780억 원이라고 하니 앞으로 배달 서비스 사업 영역의 비전을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이 연구팀은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연령층이 차츰 넓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달 서비스가 성행하기 이전에 이미 ‘배달의 민족’이란 이름으로 배달 사업의 문을 열었던 업체의 놀라운 사업적 혜안이 빛을 발한 한 해입니다.
지역화폐
올해 코로나로 가장 심한 경제적인 타격을 받은 계층은 아마도 소상공인들일 것입니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소상공인들의 경제수역인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지자체를 통한 지역화폐의 사용을 독려하고 나섰습니다. 지역화폐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평균 10%에 이르는 높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집콕생활과 함께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슬세권 소비가 지역화폐의 활성화를 촉진하기도 한 지난 해였습니다.
트로트
리트로 감성 트렌드 상품인 ‘1990년대’ 함께 ‘트로트’ 열풍을 올해 2020년의 트렌드의 대표주자로 꼽는 데에 주저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작년 미스 트롯과 뒤이어 선보인 미스터 트롯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성공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제 트로트 가수들의 팬덤도 아이돌들의 그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트로트 열풍으로 신중년층 ‘오팔 세대’가 문화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 등 OTT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인 중년층 타깃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도 트로트 열풍의 중요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화상 커뮤니케이션
코로나로 본격적인 비대면 문화가 시작되면서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의 활성화로 화상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졌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요가, 피트니스 등 온라인 동호회도 등장하였습니다. 이 화상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이미 존재하였던 기술이지만 올해 비대면 문화시대의 도래로 본격 등장한 문화코드입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이러한 화상 커뮤니케이션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효율적 소통 방식으로 기존의 소통문화를 선택적으로 대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KF 마스크
코로나 시대의 가장 대표적 산물이 마스크일 것입니다. 이제 마스크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으며 얼굴 패션을 담당할 상품으로 정착될 것으로 보입니다. 백신이 개발되어 일반화가 되면 필수제에서 선택제로 변화하겠지만 환경 오염 및 미세먼지로부터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패션과 기능성에서 한몫을 담당할 마스크가 올해의 주요 10대 트렌드 상품으로 선정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OTT 서비스
OTT는 ‘Over The Top’의 줄임말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OTT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 플랫폼으로는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카카오 TV를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러한 OTT 서비스의 발달이 구독 경제의 시작이라고 보고 앞으로 더 많은 OTT 서비스가 등장할 시장에서 살아남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 매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OTT의 구독 경제가 다른 영역인 가전제품, 소파, 침대 등 삶의 전반으로 확산되는 추세라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첫댓글 12월 지나온 한해를 마감하는 달에 많은것이 변화된 2020년을 다시한번 되돌아보고 일깨우는 글들이기도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