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1956년)
박인환 시
이진섭 곡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 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최양숙. 박인희씨 노래로 익숙한 '세월이 가면'은 박인환시에 극작가 이진섭선생이
곡을 붙여서 1956년 나애심씨가 불러 세상에 나왔다.
박인희(1945 ~ )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문학과 특히 시에 재능을 보이며 지적인 이미지와
청아한 음색으로 음유시인이라 불렸다.
박인환 (1926 ~ 1956)
- 박인환 시선집(55')
- 종로에서 서점 '마리서사' 운영
- 인제에 박인환 문학관
- 생전에 양복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댄디보이로,
위스키 '조니워커' 와 '카멜' 담배를 즐겼다고 한다.
시인 박인환은 키가 크고 수려한 멋스런 외모로 '명동백작'이라 불렸다.
1950년대의 대표적인 모더니즘 시인이다.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으로 시작하는 '세월이 가면'과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시 '목마와 숙녀'등으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시인이다.
1926년 강원도 인제에서 태어나 56년 31세로 요절했다.
시인의 마지막 작품 '세월이가면'은 나애심씨의 첫 음반 이후,
59년 현인, 60년대 초 서울음대 출신의 샹송가수 최양숙, 68년 현미, 72년 조용필, 76년 박인희 이후
최백호 등 유명 가수들이 거듭 리메이크해 가을이면 듣게 되는 명곡이다.
미국에 살던 박인희씨가 35년 만에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컴백무대를 가졌다.
그 시절을 함께했던 전국의 중. 장년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노래 끝에 길게 어어지는 바이브레이션은 맑으면서도 울림이 깊다.
그의 노래들을 듣노라면 짙은 그리움에 숨이 턱 막힌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지난날 노래에는 그 시대의 사회정서가 담겨있다.
담담한 듯 쓸쓸하다.
그 노래들로 우리는 시대의 혼란과 불안을 잠재우며 그 시기를 통과했다.
그것은 대중가요가 취할 수 있는 '반항과 도피의 은유'였다.
당시 좋아했던 노래들은 그 시절 삶의 풍경도 함께 소환된다.
노래속에 삶의 궤적이 보인다.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담고 있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속마음이 담겨있다.
일종의 자서전이다.
나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이미 지나갔지만 그 노래들과 함께 '잘 버티어준 스스로를 위로'한다.
'인생은 연기속에 재를 남기고
말없이 사라지는 모닥불 같은 것’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해도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