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어즈앤스포츠=성지안 기자] 당구는 여자가 남자를 같은 조건으로 이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포츠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간) 튀르키예에서 개막한 '앙카라 3쿠션 당구월드컵'에서는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장면이 두 차례 나왔다.
'여자 3쿠션 세계랭킹 1위' 김하은(충북)은 10일 오후 9시 30분에 열린 예선 2라운드(PPQ)에 출전해 다니엘 크리스티안센(덴마크)을 24이닝 만에 30:16으로 꺾었다.
애버리지 1.250을 기록하는 수준급 실력으로 자신보다 신체 등 조건이 좋은 남자 선수를 제압한 것.
김하은은 10이닝까지 2점대의 공격력으로 무려 20점을 치며 20:3으로 크게 앞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후반에 다소 기복을 보이면서 점수 차가 좁혀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10점 이상의 리드를 지키며 낙승을 거뒀다.
다음 경기에서 개최국 선수인 부르한 겐치(튀르키예)에게 14:30(20이닝)으로 패하면서 3라운드에는 올라가지 못했으나, 1승 1패와 합산 애버리지 1.000으로 조 2위를 차지하며 여자 세계랭킹 1위다운 실력을 보였다.
이어 예선 3라운드(PQ)에서는 '튀르키예 여전사' 귈센 데게너(여자 세계랭킹 5위)가 베트남 선수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데게너는 첫 경기를 다니엘 모레노(콜롬비아)에게 27이닝 만에 9:35로 크게 패한 뒤 다음 경기에서 베트남의 르호앙킴과 대결했다.
르호앙킴은 이번 대회에 예선 1라운드(PPPQ)부터 출전해 3승 1패의 전적으로 3라운드까지 올라왔다.
전날 2라운드에서는 첫 경기에 하이런 15점을 치며 애버리지 2.000을 기록할 만큼 실력이 있는 선수다.
그런데 데게너와의 승부에서 르호앙킴이 범타가 많아지면서 장장 48이닝의 승부가 벌어졌고, 30이닝 이후 데게너의 연속타가 나오면서 점수는 23:17(35이닝)로 벌어졌다.
후반에 두 선수는 범타를 줄이고 본격적으로 득점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데게너는 27:22(40이닝)로 앞서 있다가 세 타석을 범타로 물러나면서 44이닝에는 27:28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2점, 3점 등을 득점하며 따라붙어 32:30(46이닝)으로 재역전에 성공했다가 47이닝 공격에서 르호앙킴의 4점타가 나와 32:34로 다시 점수가 뒤집혔다.
이어 르호앙킴이 매치포인트로 시도한 길게치기 대회전이 간발의 차로 빗나가면서 데게너가 스리뱅크샷과 뒤돌리기로 34:34 동점을 만들었다.
비껴치기를 한 번씩 시도해 두 선수 모두 실패한 뒤 48이닝 후구에 나선 데게너는 멋진 원뱅크 걸어치기를 득점으로 연결하면서 35:34로 1점 차의 신승을 거뒀다.
데게너는 1승 1패로 F조 2위에 머무르며 최종예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우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번 예선 라운드에서 김하은과 데게너는 3쿠션의 정통 방식으로 불리는 30점, 35점제 단판 승부에서 남자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의미가 더 컸다.
당구는 같은 조건으로 경기를 치러서 여자 선수가 남자 선수를 이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다. 이 경기는 'SOOP(구 아프리카TV) 당구'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사진=SOOP 제공)
출처 : 더빌리어즈 https://www.thebilliards.kr/news/articleView.html?idxno=254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