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에
화려한 치장으로 만물을 즐겁게 했던 가을 아가씨가 그 고운 모습을 감추려고 갈바람에 분홍 치마를 날리며 서서히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습니다. 가을여인이 온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별의 슬픈 가락을 가랑잎 떨어지는 소리로 남기면서 우리의 곁을 떠나고 있어 마음 심히 아픕니다.
원래 가을여인은 3개월 시한부 인생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도 채우지 못하고 사라져서 가을여인의 펜들이 너무 서운해 하고 있습니다. 온 산과 들을 울긋불긋하게 장식한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 바람에 날리는 갈대를 부여잡고 " 원드 풀 " 이라고 소리쳤는데 노루꼬리 만큼 남은 가을에 애증을 갖습니다.
사실 이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 이 민초는 다른 사람보다 더 서러운 심정으로 찬 하늘만 쳐다보며 세월의 빠름을 아쉬워 합니다. 가을에 나온 각종 탐스러운 과일을 제대로 맛보지 못한 아쉬움에 가는 가을을 잡으려 이리저리 헤매입니다.
가을이 가져다 주는 열매인 사과 배 밤 대추 감 등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나무가 그 잎을 죄다 떨군채 잘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참으로 보기가 좋고 금방이라도 따서 먹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어릴 때 시골 우리집 뒷결과 앞마당에 심기어진 감나무에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을 보면서 빨리 익기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우리 집 뒷결에는 물감이라고 해서 수분이 많은 감이 많이 열리고 앞마당에는 왕감이라 해서 대봉이 열렸는데 미쳐 따지 못하면 홍시가 되어 땅에 떨어지면 아까와서 흙을 털어내고 닦아서 먹으면 그 맛이 짱 입니다.
감은 그 색깔이 주황색이고 겉면이 매끄러워 광이 납니다. 감에는 단감과 떫은 감이 있습니다. 단감은 익으면 달고 떫은 감은 그냥 먹을 수 없습니다. 숙성하면 홍시가 되어 달고 맛있는 과일이 됩니다. 감은 관리에 따라 연시 반건시 홍시가 되는데 요즘은 관리 기술이 발달되어 곶감 감말랭이 등 다양한 상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진영에는 단감이 , 화동군에는 대봉이, 청도에는 반시, 영동 상주 산청 함양에서는 곶감이 많이 생산됩니다. 감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해서 래몬의 2.5배, 사과의 10배가 됩니다. 타닌산이 많아 1,2개 이상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쉽습니다. 적당히 가려서 먹어야 합니다.
감잎이 다 떨어져 나가면 나뭇가지에 올망졸망 매달린 감이 멀리서 보면 너무 아름답습니다. 큰 포도송이 같습니다. 수많은 감이 보기 좋게 달린 것을 보면 우리나라 신생아가 저렇게 보기 좋게 엄마 품에 매달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감나무는 가지가 약해 나무에 올라가면 부러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나무에 올라 가지 않고 장대로 감을 따야 합니다. 요즘은 감나무를 낮게 가꾸어서 그냥 서서 딸 수가 있습니다.
어릴 때 보면 어머니께서 떫은 감을 단지에 넣고 더운 소금물을 부어 이불로 감싸서 오래 있으면 감이 삭아서 달게 먹을 수가 있습니다. 이런 일들로 어머니께서 수고하시는 것을 보면서 자랐습니다. 그 자상하시고 솜씨가 좋으신 어머니가 내 곁을 떠나신지가 벌써 10년이 되어 갑니다.
없는 살림살이였는데도 어머니가 부엌에 들어가시면 맛있는 식사가 마련되어 나왔으니 어머니의 손길은 요술방망이가 쥐어 졌는가 봅니다. 참으로 정이 많고 단아하시며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셨습니다 . 존경하고 그리운 어머니십니다. 그 어머니, 훗날 천국에서 반갑게 만날 것을 생각하면 마음 든든합니다.
요즘 상가에 푸짐하게 진열되어 있눈 과일, 특히 잘 익은 감을 보면서 먼 기억의 뒤안길에 살아나는 고향 감이 오늘따라 내 마음을 울컥하게 합니다. 그 옛날 동무들 다 흩어지고 사라졌지만 고향은 역시 그리움의 샘입니다. 내 고향 금단의 가을을 떠올리며 ~. ❤️
사계절.
어머니 집
김 사 철
산그림자 저리로 기울면
으례히 부르시는 어머니 음성
쏜살같이 달려 온 나를
자랑스레 보시던 어머니
커다란 집에 아무도 없어도
어머니 계시면 든든 합니다
나에겐
어머니가 집이고
집이 어머니 입니다
부엌에 베인 어머니 향기
방마루에 녹화된 어머니 음성
우리집은 온통
어머니로 가득 찼습니다
내가 자란 집인데도
어머니 계시지 않는 지금은
먼먼 추억의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