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이지만 신뢰는 있습니다”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 국회서 현장 중심 소액 포용금융 확대 제안
신협이 금융소외계층과 서민을 위한 포용금융을 확대하고 매년 1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하겠다는 새로운 비전을 선포한 가운데, 현장에서 15년간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해 온 「더불어사는사람들」의 활동과 이창호 대표의 정책 제안이 주목을 받았다.
신협중앙회는 지난 8월 28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신협 포용금융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및 신협 포용금융 비전 선포식」을 열고 ‘함께하는 금융, 포용하는 신협’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회와 금융당국 관계자, 학계와 금융계 관계자, 전국 신협 임직원 등이 참석해 금융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방향과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환영사에서 고영철 신협중앙회장은 신협이 1960년부터 금융에서 소외된 서민의 경제적 자립을 돕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금융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 회장은 이번 비전 선포를 계기로 전국적인 지역 네트워크와 신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금융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우는 포용금융 리더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함께하는 금융, 포용하는 신협’이라는 비전을 선언에 그치지 않고 포용금융 특화상품 출시와 포용금융지원기금 조성 등 구체적인 사업으로 실천하겠다고 강조했다.
신협은 앞으로 매년 1조원 규모의 포용금융을 공급하고, 일선 신협의 부담을 덜기 위해 500억원 규모의 포용금융지원기금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거창한 금융정책의 방향과 함께 실제 금융 현장에서 소외계층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이창호 「더불어사는사람들」 대표의 현장 중심 제안이었다.
신협중앙회의 초청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창호 대표는 금융소외계층을 오랫동안 지원해 온 현장의 경험을 소개하며 포용금융의 본질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과거 서울중앙신협에 기고했던 내용을 소개하며 “부모 없이 살 수 있어도 신협 없이 살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전했고, 참석자들은 큰 박수로 공감했다.
이 대표가 강조한 것은 금융이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금융에서 소외된 사람이 다시 정상적인 경제생활과 금융생활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포용금융의 출발이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가족, 차상위계층, 기초연금 수령자 등 일정한 지원소득이 있는 금융취약계층에 대해 현실적인 상환 능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또 금융위원회와 신협중앙회가 건전성 관리와 대손충당금 기준 등을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협의한다면, 300만원 미만의 소액 포용금융을 보다 폭넓게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현장에는 큰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 당장 생활을 이어가기 위한 20만~30만원, 또는 수십만원의 소액이 절실한 사람들이 많다”며 소액금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창호 대표가 이끄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이러한 현장의 필요를 바탕으로 지난 15년간 금융소외계층 약 1만1천여 명에게 누적 50억원 규모의 무이자대출을 지원해 왔다. 이들의 금융 방식은 일반 금융기관과 다르다. 무이자·무신용·무보증·비대면 방식의 소액대출을 통해 금융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히 돈을 나누어 주는 것은 아니다. 대출을 받은 사람이 성실하게 상환하고, 그 상환금이 다시 다른 금융소외계층에게 지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더불어사는사람들」이 내세우는 원칙은 간단하면서도 분명하다.
“무이자이지만 신뢰는 있습니다.” 이 말에는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추구하는 포용금융의 철학이 담겨 있다. 이자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금융소외계층이 스스로 금융생활을 회복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성실하게 상환한 사람은 다시 신뢰를 얻고, 상환된 돈은 또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된다. 돈이 아니라 사람의 변화와 신뢰가 금융을 움직이는 구조인 셈이다.
이날 이 대표는 강릉신협과 「더불어사는사람들」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상생 포용금융 협업모델도 소개했다. 강릉신협이 「더불어사는사람들」에 기부금을 지원하면, 해당 재원을 활용해 금융소외계층에게 20만~30만원 규모의 무이자 소액대출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역 신협의 사회공헌과 「더불어사는사람들」이 15년 동안 축적한 현장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지역 포용금융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 금융기관이 직접 모든 금융소외계층을 관리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현장을 잘 아는 민간단체와 협력하면 보다 실질적이고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무이자대출과 함께 필요한 경우 복지지원과 금융상담을 연계하는 것도 「더불어사는사람들」의 특징이다.
금융문제는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 일자리, 건강, 가족관계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활동은 금융과 복지를 결합해 한 사람이 다시 사회와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생활밀착형 포용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
“포용금융은 다시 일어설 기회를 주는 금융” 이창호 대표는 금융위원회 포용금융 추진단 정책서민분과 자문 활동과 연계해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적극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번 국회 토론회를 통해 제기된 현장 제안들이 실제 정책과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창호 대표는 “포용금융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금융”이라며 “무이자이지만 신뢰가 있는 금융을 통해 금융소외계층이 다시 사회와 금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협의 연간 1조원 규모 포용금융 공급 선언이 제도와 정책의 새로운 출발이라면, 「더불어사는사람들」의 15년간 활동은 이미 현장에서 실천돼 온 포용금융의 한 모습이다. 결국 포용금융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돈을 공급하느냐에만 달려 있지 않다. 금융에서 한 번 밀려난 사람을 다시 믿어주고,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며, 그 사람이 또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돌려줄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
“무이자이지만 신뢰는 있습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 담겨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