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신입생 환영회를 했던 것 같은데 벌써 졸업여행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여행국으로는 베트남 하노이나 몽골등을 포함해 여러 의견이 나왔었지만 2박 3일의 길지 않은 일정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일본으로 결정되었다. 개인적으로 처음 가보는 나라이기도 했지만, 부동산 개발학을 전공하는 입장에서의 일본여행은 도시개발 분야의 세계 일류 국가를 경험한다는 의미에서 단순 관광 이상의 커다란 설렘으로 다가왔다.
나리타 공항이 우리의 인천공항이라면 하네다 공항은 도쿄 시내에 위치한 우리 김포공항 정도의 규모였다. 교수님 한분과 원생 8명 총 9명으로 이루어진 우리 일행의 첫 목적지는 오다이바항. 도쿄 관광 포인트 중의 하나인 레인보우 브릿지를 직접 달리는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멋진 포즈의 사진도 많이 찍을 수 있었다.
오다이바에서 점심을 먹고 우에노공원 안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을 거쳐서 록본기힐 신도시를 방문 했는데 첫 느낌은 그냥 감탄 그 자체였다. 도시 전체의 분위기는 무척 고급스러웠고, 고전과 현대가 함께 어우러지는 설계 콘셉트로 인해 고풍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아름다움까지 자랑하고 있었다.
내가 경험한 도시개발사업은 비용의 최소화에 무게 중심이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에(토지 매입 시 일으키는 PF, 또는 시공비 등의 금융비용에 따라 수익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시행사의 이익이 줄어드는 구도)수년 안에 기획부터 준공까지를 마칠 수밖에 없었는데 이곳 록본기힐은 수십년에 걸친 설계 및 시공 기간 하며 조합원들의 100%의 합의를 도출해 내 성공한 프로젝트라 하니 정말 놀라울 뿐이었다. 일개 민영기업이 할 수 있는 구도는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특히 그 중, 저층의 외곽은 중세의 성곽을 연상케 하고, 내부는 유럽의 어느 성안에 있는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멋스러운 모리타워 빌딩이 마음에 남았다. 모리타워의 상가 또한 묵직한 배경에 고급스런 상점들을 배치해 가치를 높이고 특별한 공간이라는 인식마저 심어주고 있었다. 이곳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우리나라의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사람들의 그것과 사뭇 닮아(?) 있었다. 타워 앞 인공정원의 느낌은 평온 그자체였으며 자이언트 스파이더라는 조형물 또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아주 유명한 조각이라고 해서 기념 사진 한장!
록본기힐의 아파트는 일본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라고 한다. 한마디로 표하기 어렵겠지만 일본속의 서양이란 표현이 어울릴 듯 싶다. 이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간단한 저녁 후 JR 전철을 타고 신주꾸(우리나라 명동쯤?)역에 도착해 밤거리를 거닐었다. 우리나라 명동의 밤거리와 비슷한 듯 하면서도 좀더 화려했다. 밤거리 산책이 즐겁기는 했지만 숙소로 돌아갈 시간 즈음에는 힘들고 지쳐서 더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비싸기로 유명한 도쿄의 택시비가 겁나기는 했지만 이곳까지 와서 택시 한번은 타봐야 되지 않겠냐고 떼를 써서^^겨우 택시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틀정도의 코스를 하루에 다 돌아다닌 셈이다.
둘째날, 요꼬하마 미나토 미라이 신도시를 방문했다. 요꼬하마는 됴쿄에서 두 번째(우리나라의 인천쯤)되는 도시라고 한다. "미래의 항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요꼬하마 중심부의 미래풍 신도시 지역으로, 사무 공간, 주거 공간, 호텔, 쇼핑센터, 음식점, 컨벤션센터, 공원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미나토미라이의 랜드마크 타워 옆에 퀸 스퀘어 빌딩, 인터콘티낸탈 빌딩 등이 쭉 연결된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분명 건물안에 있는 통로인데 하늘을 볼 수 있는, 즉 폭이 넓은데다가 채광까지 완벽히 이루어져 아주 쾌적했다. 랜드마크 타워(296m)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하나로, 미나토 미라이21의 상징이라고 한다. 1993년에 완성되었으며 사무실, 호텔, 음식점, 쇼핑센터. 커뮤니티 공간 등이 있다. 방문객들은 건물 69층에 위치한 전망대인 "스카이 가든"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승강기(1분당 750m)로 갈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시간 관계상 전망대를 경험하지 못하고 미련을 남겨둔 채로 요꼬하마를 떠나 타마로 향했다.
타마 신도시, 신도시에 살면 보통 '편리하다' '깨끗하다'라는 생각들을 하겠지만 이곳 타마는 나무가 많고, 공기가 맑아 쾌적한 느낌이 우선이었다. 사람들이 여유 있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고 도시가 이미 고령화(?)된 이후라 "타마 뉴타운"이라는 표현이 맞을것 같다. 도시근로자에게 주택을 대량 공급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면에서는 우리의 신도시와 같다고 할 수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우리의 신도시와 차이가 있어 보였다. 겉모습은 아파트와 단독주택들로 구성되어 있어 첫눈엔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였지만. 좀더 냉정히 표현 하자면 전원주택 풍으로 지은 대규모 타운하우스 단지에 가깝다고 봐야 될 듯 싶다. 본래 타마 신도시는 설계 시부터 영국의 하워드가 주장한 새로운 도시의 형태를 받아들여, 자연과 공생하며 도시의 자율성을 추구하는 "전원주택론"과 미국 페리의 "근린주구론"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평소에 타운하우스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나한테는 타마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송명규 교수님 일행과 잠시 떨어져 타운하우스의 내부를 보지 못하고 타마를 떠나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타마에서 모노레일을 경함하기 위해 자동 판매기에서 표를 샀는데 4정거장쯤을 편도 표만 산 채 왕복으로 다녀왔는데도 역 직원이 그냥 통과 시켜 주었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다음 목적지눈 야스쿠니 신사였다. 광복절마다 뉴스에서 많이 봤던, 눈에 익은 모습의 입구를 지나칠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의 전범들과, 강제로 끌려가 일제에 부역 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조상들이 그렇게 합장되어 있는 그 곳에서 나는 잠시나마. 일제에 의해 희생되고 명예회복 조차 되지 않은 많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떠올라 숙연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쨋날이 저물고 우리는 십오야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걸어야 했다. 웬 식당들이 그렇게 조그맣고 또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여기에서 식당을 하면 돈은 많이 벌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십오야 거리에 걸린 배용준, 최지우 사진을 보는데 왠지 마음이 뿌듯해 오는 기분,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용준이 자랑스러웠다. 십오야에서 전철을 타고(택시비는 진짜 비싸다) 시나가와역까지 와서 프린스 호텔 근처의 작은 술집에 들어가 하루의 피로를 맥주 한잔으로 풀었다.
셋쨋날, 오히려 다들 쌩쌩하다. 점민이만 빼고 큭큭~
오늘은 후지산이다. 후지산은 높이가 해발 3,776m로 화산재로 덮여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웅장한 느낌이었다. 비가 많이 와서 안개 때문에 산을 제대로 볼 수 없었는데 다행이도 산을 내려오는 도중에 잠깐 비가 그쳐 중턱이지만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 꼭 다시 후지산에 와서 등산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주일이라 그런지 고속도로는 많이 밀렸지만 넉넉히 공항에 도착해서 약간(실은 많이, 심선배는 아예 일본을 사란다.큭큭)의 면세점 쇼핑으로 일정을 마쳤다.
참 알찬 여행이었고 많은 것을 보게 된 여행이었다. 여행지 마다 어리버리한(?)가이드 보다 더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해 주신 송명규 교수님 덕분에 일본의 여러 신도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고 돌아왔다. 교수님께 우리 동기들을 대신해 감사하단 인사를 드린다. 월말이라 몇 번이나 망설이다 떠난 여행이었는데 다녀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댓글 우와 여행후기 정말 좋았어요...감탄!! 그리고.. 끝까지 웃겨주신다....십오야^^ 역시 허당의 원조이십니다. 정많은 동기분들과 함께할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ㅋㅋ 수정 시부야가 맞죠? ...나 허당인정^^
누나 후기 짱이네요~~ 아직도 생생하고... 지금 동경에 있는듯한 느낌이네요... 올해 일본어좀 공부해서 꼭 가려구요~~~ 송교수님을 비롯한 함께하신 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여행후기보니 입이 딱 다물어지질 않네요....감격....어떻게 다 외우셨을까? 신기하네영~~~그동안 해외여행중 가장 알찬 시간을 보냈던거 같아요...55기 모두 좋은 인연이라...다시 한번 함께할수 있는 여행이 있다면 행복할것같아요...모두들 사랑해요....
"십오야"는 제가 그냥 부르던 노래인데...ㅋㅋㅋ 2박3일간의 짧지 않은 여행동안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무사히 복귀하여 너무나 좋습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듯 해요~^^ 교수님, 형님, 누님 모두들 정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누나~! 누나 덕분에 여행이 넘 즐거웠어요 ^^ 멋진후기 잘 읽었습니다. 조만간에 또 봐야죠????ㅎ
저두 학부때 부동산견학프로그램으로 4박 5일 다녀왓었는데 부동산 전공자라면 한번쯤 가 볼만하지요. 그냥 관광이 아니라 알차게 부동산 견학 잘 다녀오셨네요. 신주쿠에 우리 나라 연예인 사진 찐자 많아요.후지산에서 내려올때는 배타고 내려왔었는데 제가 갔을때는 날씨가 짱 좋았었거든요 ^^. 우리 54기는 작년 가을에 오사카 다녀왔었어요. 그때두 송교수님이 사진도 잘 찍어주시고 많은 정보도 주셔서 감사했었는데 이번에도 동참하셨군요. 54기 9월에 졸업여행 2탄 가는데 55기두 함께 가실래요? ㅋㅋㅋ
멋진 여행 길이길이 간직하시고 이제 논문 앞으로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