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어머니께 사진 찍기 취미를 들이시라 권해드리고 소회를 공유한 적이 있었지요. “하루가 길다.”란 짧은 말씀의 울림이 커서 고민 끝에 아내의 아이디어로 권해드린 사진 찍기, 이제 어디 나들이 함께 나서면 어머니의 핸드폰도 분주합니다. 집에서 TV보시다가도 멋진 장면이 나오면 사진을 찍으시는데 TV화면 찍는 실력은 저보다 훨씬 나으십니다. 허나 사진 찍기만으로 하루를 보내기엔 하루가 너무 길지요. 10년 이상 하셨던 적십자 봉사는 힘에 부쳐 그만 두셨다 하더라도, 10년간 활동하신 실버합창단은 편도 2시간의 이동거리가 부담스러워 그만 두신 건 그렇다 하더라도, 10여년 계속하신 붓글씨 공부를 중단한 건 참 아쉽습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께서도 많이 아쉬워하십니다. 선친 와병 1년간의 간병으로 놓은 붓을 다시 들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수차 다시 시작하시라 말씀드렸지만 나이 탓을 하시며 포기를 하셨습니다. 지금 후회를 하시지만 다시 붓을 잡으시기엔 늦었다는 것을 어머니도, 저희도 느끼고 있습니다. 불가능하진 않지만...
사진 찍기에 뭘 하나 더 보태어 긴 하루를 조금이나마 짧게 해드릴까 고민 끝에 수필가인 누나와 잡문을 쓰는 제가 어머니께 취미 한 가지를 보태시라고 권해 드린 것이 수필을 써 보시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래 이어 온 어머니의 편지글, 한 번씩 가족 카톡방에 올리시는 감성 가득 단문이 우리의 잃어버린 감성을 끌어내주는 것을 느꼈기에 그리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손사래를 치셨지만,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되고, 소일거리로도 좋고 명작을 깊게 느끼는 방법이기도 하니 시작해 보시라 했습니다. 고3 수험생이 논술 공부할 때 매일 신문 사설 몇을 필사하며 실력을 쌓는다는 말씀과 함께 말입니다. 인터넷에 회자되고 있는 ‘나이의 역사’에 나오는, 프랑스의 장 칼몽 할머니께서 85세에 펜싱을 배우기 시작하셨다는 말씀도 곁들여서요. 결국 어머니는 수필 필사를 시작하셨습니다. 누나의 등단수필 ‘동백여사’, 다섯째 이모께서 외할머니를 기리며 쓰신 수필 ‘남끝동 자주고름’을 시작으로 엄마가 좋아하시는 수필부터 열심히 필사를 하고 계십니다. 어머니께 하루가 조금이라도 짧아지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90에 등단하시는 꿈을 꾸어보기도 합니다. 생각만으로 마냥 기분 좋습니다. 행복합니다.
86세 울 엄니께서 카톡방에 올리시는, 감성 넘치는 단문 몇을 예시합니다. 열심히 하시면 등단 가능하시겠지요? ㅎㅎ 수필보다 시가 나을라나요?
‘엄마 곁에 있었던 것 같던 안방이 써늘해지고 어둠살이 끼니 가을은 가을이군.’, ‘참 황홀하다. 날씨도 경치도 말을 잊겠다.’, ‘날씨가 너무 맑아서 서럽네. 고운 휴일 잘들 보내려무나.’, ‘가을은 서글픈 것이 제멋이지.’, ‘쓸쓸하고 시린 가을이구나.’, ‘바람이 세차 코스모스 속에 나도 휩싸여 정신 잃을라.’, ‘최불암과 같이 태백을 여행했다. 이 가을에 딱 맞는... 가슴 탁 트이는 기분이구나.’, ‘잔잔한 개울물 소리 친구해 별 보러 나왔단다. 칠흑 같은 밤이지만 외등 덕에, 침침한 시력 때매 몇 놈만 보고 들어왔단다.’...
세상의 모든 어르신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노익장을 뽐내시기 바라는 마음에, 청춘들도 이 암울한 시대에 희망을 가지시라고 예전에 소개드렸던 ‘나이의 역사’를 다시 한 번 모셔왔습니다.
제 나이가 인생의 가을 언저리에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번 가을엔 더욱 가을 속으로 파고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미 송정동에도 이쁜 플라타너스길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404689005
위 블로그 내용을 보시고 어머니께서 카톡에 올린 소감... ‘멋진 정경이군. 입이 벌어지네. 장군들 사열한듯 당당히 서있는 양 멋지다,가로수는 푸라타나스거든.!버석 거리는 크낙한 잎 굴너다니는양멋찌다.’
포항 호미곶 인근 해안둘레길도 늦가을을 느끼기에는 참으로 좋았습니다.
https://blog.naver.com/bornfreelee/221400987316
나이의 역사(모셔온 글)========================================
1세 : 누구나 비슷하게 생겼다.
2세 : 될 놈은 약간 이상한 기색을 보인다.
3세 : 푸이, 중국 황제가 되다. 모짜르트, 하프시코드를 연주하다.
4세 : 마이클 잭슨, 가수로 데뷔하다.
5세 : 달라이 라마,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다. 모짜르트, 협주곡을 작곡하다.
6세 : 이소룡, 연기를 시작하다.
7세 : 베토벤, 무대에 서다.
8세 : 편지를 쓸 수 있다.
9세 : 파워레인저 장난감에 싫증을 낸다. 모짜르트, 3곡의 교향곡을 작곡하다.
10세 : 에디슨, 과학실험실을 만들다.
11세 : 할머니보다 키가 커진다.
12세 : 로리타가 험버트를 만나다.
13세 : 안네, 일기를 쓰기 시작, 빌 게이츠, 컴퓨터 프로그램을 시작하다.
14세 : 줄리엣, 로미오와 연애를 시작하다.
15세 : 복녀, 홀애비와 결혼하다. 펠레, 프로축구선수로 첫 골을 넣다.
16세 : 이몽룡, 성춘향과 연애를 시작하다. 아리스토텔레스, 대학(아카데메이아)에 입학하다.
17세 : 유행가에 자주 등장한다.
18세 : 테레사 수녀, 인도에 가다. 알리,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타다. 김소월, 창조에 시를 발표함
19세 : 엘비스 프레슬리, 가수 생활을 시작하다. 루소, 바랑부인과 동거를 시작하다.
20세 : 다이애나, 찰스 황태자와 결혼하다.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하다.
21세 : 스티브 잡스, 애플컴퓨터사를 설립하다.
22세 : 알리, 세계 헤비급 챔피언이 되다. 정약용, 과거에 급제하다.
23세 : 주말이 갑자기 의미가 있어지기 시작한다.
24세 : 마릴린 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하다.
25세 : 니체, 바젤대학 교수가 되다.
26세 : 제리 양, 야후를 설립하다. 월트디즈니, '마키 마우스'를 발표하다.
27세 : 로빈슨 크루소, 해변에 도착하다.
28세 : 김영삼, 국회의원에 당선. 윤동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하다.
29세 : 펠레, 1000번째 골을 성공. 칼 마르크스,<공산당선언>을 쓰다.
30세 : 베토벤, '월광 소나타'를 발표하다.
31세 : 아직 29살이라고 우길 수 있다.
32세 : 군대에 지원해도 받아주지 않는다.
33세 : 예수,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다. 숀 코네리, 처음으로 007영화에 출연하다.
34세 : 정일권, 육군참모총장이 되다.
35세 : 석가모니, 도를 깨치다. 나폴레옹, 황제가 되다. 모짜르트 사망하다.
36세 : 마가렛 미첼 여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발표하다. 마돈나, 첫 아이의 엄마가 되다.
37세 : 가족을 위해서 캠코더를 산다.
38세 : 병으로 죽으면 엄청 약오른다.
39세 : 걸리버, 여행을 시작하다.
40세 : 헨리 포드, 포드사를 설립하다.
41세 : 이주일, 텔레비전에 첫 출연하다.
42세 : 아이슈타인,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다.
43세 : 퀴리부인,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다. 유진오, 대한민국 헌법을 기초하다
44세 : 박정희 소장, 5.16 혁명을 일으키다.
45세 : 히틀러, 독일의 지도자가 되다.
46세 : 간통죄에 많이 걸린다.
47세 :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이 지났는지를 계산해야 알 수 있다.
48세 : 통계학적으로 돈을 제일 많이 번다.
49세 : '9'라는 말이 절실히 느껴진다.
50세 : 히틀러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다.
51세 : 태어난 지 반세기를 넘어선다.
52세 : 카드 한 벌과 수가 같다.
53세 : 숀 코너리, 마지막으로 007시리즈에 출연하다. 사담 후세인, 걸프전을 일으키다.
54세 : 라식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55세 : 정년이 시작된다.
56세 : 손주가 자식보다 더 사랑스럽다. 노무현, 한국화합 대통령 당선
57세 : 윌리엄 와일러 감독, 영화 '벤허'를 만들다.
58세 : 캐롤 요셉 워틸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되다.
59세 : 올브라이트, 여성으로 처음으로 미국 국무장관이 되다.
60세 : 옐친, 러시아 초대 대통령 되다.
61세 : '경험'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한다.
62세 : 피카소, 21살의 프랑수와즈 질로를 만나 첫눈에 반하다
63세 : 미국에 사는 여인 아셀리 키, 인공 수정으로 출산에 성공하다.
64세 : 자신의 후임자를 찾아야 한다.
65세 : 교수들의 강제 퇴직 파티가 열린다.
66세 :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대통령이 되다.
67세 : "이제 늙었어."라는 말을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
68세 : 안필준 전 보사부장관, 의학박사 학위 취득하다.
69세 : 테레사 수녀, 노벨평화상 수상하다.
70세 :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지막으로 영화 출연하다.
71세 : 짐을 들고 있으면 주변 사람이 욕을 먹는다.
72세 :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하다.
73세 :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다.
74세 : 김대중, 대한민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75세 : 넬슨 만델라, 남아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다. 괴테, 자서전 내다.
76세 : 기저귀를 차고 자야 맘이 편하다.
77세 :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에 재선되다.
78세 : 앞으로의 1년씩이 인생의 보너스로 느껴진다.
79세 : 프랑크 시나트라, 마지막 리사이틀 가지다.
80세 : 어디를 가나 값을 깍아 준다.
81세 : '長壽'라는 말이 어울린다.
82세 : 톨스토이, 가출하여 시골역에서 사망하다.
83세 : 괴테, <파우스트> 완성하다.
84세 : 보청기 없이는 아무것도 들을 수가 없다.
85세 : 프랑스에 사는 장 칼몽 할머니, 펜싱을 배우기 시작하다.
86세 : 짠 음식도 이제 신경 쓸 필요가 없다.
87세 : TV연속극이 본방송인지 재방송인지 알 수가 없다.
88세 : 사진첩에 있는 사람들 중 반은 기억할 수가 없다.
89세 : 파블로 피카소, 자화상을 완성하다.
90세 : 자식들 이름을 가끔씩 잊어버린다.
91세 : 샤갈, 마지막 작품을 발표하다.
92세 : 야생 버섯을 마음대로 먹어도 상관없다.
93세 : 가끔씩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다.
94세 : 다른 사람이 음식을 먹여준다.
95세 : 앞에서 얼쩡거리는 사람들이 자식들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96세 :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는 되돌아 나올 수 없다
97세 : 큰 아들이 정년을 맞는다.
98세 : 알츠하이머에 걸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99세 : 고지가 바로 저기다.
100세 : 장 칼몽 할머니, 자전거 타기를 즐기다.
107세 : 일본 쌍둥이 할머니 자매 중 킨 할머니 사망하다.
120세 : 장 칼몽 할머니.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다.
121세 : 장 칼몽 할머니, 'Time's Mistress'라는 노래를 CD로 발표하다.
123세 : 살아 있으면 기네스북에 오른다.
---원전 불명(인터넷에서 모셔온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