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새로운 학년이 시작되면 유난히 무료했던 나는
곧잘 책과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때도 역시 책을 한 권 가지고 학교로 갔는데
이범선의 단편소설 모음집이었다.
유난히 기억에 남았던 건...
<자살당한 개>와 <고장난 문>
고장난 문.
한 화가가 가족과 멀리 떨어져 따로 별채에 기거하며
그 안에서 숙식과 작업을 해결했는데
어느날 문이 고장나
모든 창문이 쇠창살로 막혀있는 그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버리는 꼴이 된다.
평소 성품이 좋던 그 화가는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그 일에
필요 이상으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욕을 해대면서
문 고치는 이를 빨리 데려올 것을
같이 사는 심부름꾼(?)에게 명령한다.
마침 문 고치는 이는 올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하루밤만 지나면 될 일인데도
화가는 점점 미쳐간다.
작업을 할 때면 문을 걸고
며칠이나 나오는 일이 없을 때도 있던 사람이
문이 고장나서 하루동안 나갈 수 없다는 사실에
극도로 흥분을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다음날 사람을 불러 고장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그는 죽어있었고
엉뚱하게 그 심부름꾼(?)이 살인자로 의심을 받는다.
그의 사망원인은 다름아닌...
질식사였다.
사람을 미치게 하는 건 그런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