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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무지개! 황순덕 입니다
 
 
 
카페 게시글
통합 게시판 스크랩 한창석(52) `용성통닭` 사장 - 2010.9.25.조선
황순덕(黃淳德) 추천 0 조회 163 10.11.07 21: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수원에서 통닭집 운영하는 한창석 사장

 

지역 소식지 만들어 '희망'을 전달합니다


힘들 때 적어놨던 명언·격언 가게 찾는 손님들에 감동 줘
작년 9월 '용성 이야기' 창간 다양한 정보 담아 무료 배포 "주민 행복위한 건 다 실어요"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 화성(華城)의 남쪽 문인 팔달문(八達門·보물 제402호)에서 골목을 따라 250m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용성통닭'. '생각하고·연구하고·노력하는'이란 문구가 곳곳에 적힌 230여㎡(70평) 규모 가게 안팎에선 단단한 체구의 한창석(52) 사장과 7명의 직원이 40여명의 손님들 사이를 분주히 오갔다. 이곳에선 저녁이면 손님들이 10m씩 줄을 서고 하루 통닭 400~500마리가 팔린다.

팔달문 명물로 자리 잡은 이 통닭집에는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작년 9월부터 한 사장이 매달 발행하는 B5용지(182×257㎜) 4쪽짜리 지역 소식지 '용성 이야기'다. 통닭집에서 전하는 지역 뉴스 '용성 이야기'가 이번 달 창간 1주년을 맞았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용성통닭 사장 한창석(왼쪽)씨와 아들 은수씨가 월간 지역소식지‘용성이야기’를 보며 웃고 있다. 작년 9월 한 사장이 손님들의 이야기와 지역소식, 좋은 글 등을 모아 무료로 배포한‘용성이야기’가 이달로 창간 1주년을 맞았다. /조인원 기자 join1@chosun.com
충북 청주 출신인 한 사장은 지역 대학에서 농학을 전공한 뒤 영농조합을 설립해 3년간 경영하며 큰 수익을 얻었다. 이를 발판으로 건축·토목설계 사무소를 운영해 한때 직원이 10여명에 달할 만큼 번창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고향 후배 빚보증을 잘못 서 70여억원대 재산을 한순간에 날리고 무일푼으로 전락했다. 삶의 희망을 잃어가던 그는 10년여 전 닭 도매상을 하던 이모부에게 배달 운전기사라도 하겠다고 간청해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수원으로 이사했다. 그렇게 모은 1600만원으로 평범한 시장골목 통닭집이던 용성통닭을 2000년 4월 인수했다. 26㎡(8평)짜리 가게로 시작한 용성통닭은 이제 종업원만 14명을 둘 정도로 성장했다. 개점 후 6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그를 버티게 해준 건 책이나 잡지를 보고 매달 옮겨 적어 카운터에 붙여 놓았던 명언과 격언이었다.

그는 "하루 12~16시간씩 배달·설거지·서빙을 하는 게 매 순간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에 부쳤다"며 "그때마다 '우리에게 큰 기쁨은 절대 쓰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쓰러졌을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란 공자의 격언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가게가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써놓은 글귀를 휴대전화로 찍어가거나 종이에 적어가는 손님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작년 3월 가게로 특별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고객 강우선(52·수원 우만동)씨가 "일본영화 수입 사업에 실패하고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하기 위해 교육받고 있던 때 혼자 찾은 통닭집에서 '계속 전진하는 사람에게는 결국 성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글 한 줄을 보고 희망을 얻었다"며 보낸 편지였다. 수원천상가번영회 이봉근(60) 회장도 "용성통닭에서 '생각이 없는 노력은 무엇도 바꿀 수 없다'는 글을 보고 죽어가는 팔달문 재래상권을 살리기 위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렇게 사소한 글 한 줄에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을 본 한 사장은 아예 손님들 이야기와 지역 소식, 좋은 글을 모아 소식지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지인들과 상의한 끝에 결국 작년 9월 '용성 이야기' 창간호를 냈다. 창간호에는 가게에 써놓았던 글귀들은 물론 주변 사람들로부터 건강·상식·칼럼·맛집·관광 정보 등 다양한 원고를 받아 실었다.

한 사장은 "창간호를 발행했을 때 가게 주변이 버려진 '용성 이야기'로 가득했다"며 "한 달 정도 지나자 전단 정도로 여겼던 손님들이 서서히 고정 독자가 됐다"고 했다. 전화로 통닭을 주문할 때 '용성 이야기'를 챙겨달라는 사람도 늘어났다. 지난 6월 중소기업을 운영한다는 한 독자는 창간호부터 꾸준히 소개되는 글귀들을 모아 회사 곳곳에 적어 놓고 직원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다며 익명으로 감사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용성 이야기'는 이제 매월 1일 4000부씩 인쇄돼 매장과 배달을 통해 지역에 무료 배포되고 있다. 한 사장은 1면의 작은 머리말만 쓰고 나머지는 외부 기고로 채운다. 외부 기고에도 원고료는 주지 않고, 한 사장이 좋다고 생각되는 동네 가게 1~2곳만 공짜로 작게 광고해주고 있다. 용성통닭 홍보 문구는 한 줄도 들어가지 않는다. 제작비로는 매달 40만원씩 생돈이 들어간다.

'용성 이야기'가 담고 있는 가장 큰 주제는 행복이다. 한 사장은 "좋은 글귀와 건강, 지역현안, 성공론, 상식, 가족 이야기, 맛집·관광 정보같이 지역 주민들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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