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 09
S#1. 현우차 안 (밤)
8부 엔딩 연결로...
자영과 승재가 껴안고 서있는 모습을 보다가 거칠게 차 돌리는 현우의 굳은 얼굴.
S#2. 신희집 앞 (밤)
자영, 승재와 포옹한 채 돌아서 가는 현우 차 본다.
이해할수 없는 자영 행동에 어리둥절하던 승재도 문득 현우차 본다. 그제야 자영이 왜 이러는지 아는 승재.
눈물로 흐려진 자영의 희미한 시야로 멀어지는 현우...
자영, 이윽고 승재를 밀쳐내고 눈물 뚝뚝 흘리며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혼자 남은 승재, 현우가 사라진 길과 자영집 번갈아 보며 씁쓸한 미소 지으며 돌아선다.
S#3. 자영방 (밤)
방문을 닫고 들어와 방바닥에 엎어지며 소리 죽여 오열하는 자영. 울음 소리도 못내고 꺽꺽 서럽게 운다.
S#4. 한강변 + 현우 차안 (밤)
운전하던 현우, 한쪽으로 거칠게 차를 세운다. 감정을 가라앉히지 못한듯 힘들게 앉아있다.
자영의 이별선언과 방금 본 광경에 대한 충격...
핸드폰 꺼내 자영에게 전화를 하려 버튼을 누르다 멈춘다. 플립에 붙어있는 자영과 현우의 스티커 사진.
현우, 사진을 한참동안 들여다보다 플립을 닫고 핸들에 기대 몸을 숙인다.
현우의 차 옆을 쌩쌩 지나가는 차들.
현우의 차, 한참동안 그대로 멈춰 서있다.
S#5. 자영방 (새벽)
창으로 들어오는 파르스름한 새벽빛 속에 앉아있는 자영, 밤을 꼬박 새웠다.
자신의 선택에 순응하기로 결심한 듯 비장해 보인다.
S#6. 헬스클럽 (아침)
열심히 운동하는 현우.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
지쳐 쓰러지고 싶기라도 한듯 쉼없이몸을 움직인다.
S#7. 도서관 (아침)
자영, 도서관으로 들어와 앉는다.
무의식적으로 옆자리에 가방을 놔두고 책을 펼친다.
자영, 책을 보고 있는데 학생 하나 다가와서.
학생 : 여기 자리 있어요?
자영 : 네.
학생 : (가는데)
자영, 멈칫한다. 아차, 이제 현우의 자리를 맡아놓을 필요가 없지...
옆자리에 놓았던 가방을 치우는 자영, 빈자리에 시선이 간다... 쓸쓸하다.
S#8. 캠퍼스 일각
조명이 켜져 있고 방송국 ENG카메라 세팅돼 있다.
청바지에 두툼한 학교 티셔츠를 똑같이 입은 신희와 남학생 카메라 앞에서 밝게 웃고 있다.
리포터 : 안녕하세요? 요즘 대학가에선 학교를 홍보하는 도우미를 뽑는 행사로 떠들썩한데요. 여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뽑힌
두 젊은이들을 소개합니다.
남학생 : 안녕하세요. 법학과 3학년 민선기입니다.
신희 : 신문방송학과 2학년 이신희입니다.
리포터 : 경쟁이 치열했다고 들었는데, 두분은 홍보 도우미에 왜 참가하셨어요?
남학생 :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신희 : 전... 제 개성과 장점을 활용하고 싶어서 참가했습니다.
지나가던 학생들 구경하고.
<시간경과>
촬영팀, 철수 준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신희 : (PD에게 다가가) 선생님이 예전에 '캠퍼스 열전' 이란 프로 만드셨죠? 저 그거 참 열심히 봤는데.
PD : 그래요? 고맙네... 참! 아까 신방과라 그랬지? 내가 신방과 82학번인데.
신희 : 어머 그러세요? 선배님! 그럼 저 언제 방송국 좀 한번 구경시켜 주세요.
PD : 언제든지 와요.
신희 : 정말이죠?
E : (신희 핸드폰 울린다)
신희 : 잠깐만요... (받는) 여보세요?... 아, 박승재씨... (반짝하는) 정말예요?
S#9. 승재방
담배 피우며 전화하는 승재.
승재 : 그래, 두 사람 완전히, 깨끗이 헤어졌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구.
S#10. 캠퍼스 일각
신희, 저만치 떨어져서 전화 중이다.
신희 : (끄덕이며) 알았어요... 아, 회사 문젠 금방 연락 갈 거예요.
얼굴 환해져서 전화 끊는 신희. 뭔가 궁리하며 골똘히 생각하는데.
S#11. 캠퍼스 일각
현우, 우울한 얼굴로 나오다가 멈칫 선다.
기다리고 서 있는 신희.
현우, 별로 반갑지 않은 얼굴로 다가온다.
신희 : 어 나... 그냥 인사하러 온 거야. 오빠 경찰서에서 나왔단 얘기만 듣고 그동안 못 봐서...
일이 잘 해결되서 다행이야, 걱정했는데...
현우 : 그래, 고맙다.
신희 : (차분한) 점심... 먹었어? (하다가 얼른) 아참, 자영이랑 먹어야지.
현우 : ...
신희 : 사실, 나 좋은 일 있거든. 그래서 오빠한테 점심 한번 사고 싶었는데... 언제 오빠 한가할 때 시간 한번 내줘... 안 바쁠 때.
현우 : (뜻밖의 신희 태도가 조금 황당하고)
신희 : 그럼 나 갈게 오빠.
현우 : 그래...
신희 : (웃어 보이고 간다)
현우 : (쟤한테 저런 면이 있었나? 싶고)
S#12. 학생회관 휴게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는 자영.
과친구, 샌드위치와 우유 들고 와서 옆에 앉는다.
친구 : (뜯으며) 나두 입맛 별루니까 우리 이걸루 떼우자.
자영 : 난 생각 없어.
친구 : 얘, 한끼 그냥 넘기면 그 끼닌 평생 못 찾아 먹는거다? 먹어, 얼른.
자영 : 됐어... (하다가 굳어진다)
과친구와 휴게실 들어서고 있는 현우. 현우는 아직 자영을 못 봤다.
자영 : (얼른 샌드위치 받아들며 밝게) 그래 먹자. (웃으며 한입 크게 베어 물고)
현우, 들어오다가 자영 본다. 과친구와 무슨 얘긴지 즐겁게 나누면서 밝게 웃고 있는 자영.
현우, 너무나 뜻밖의 자영 모습이 기막힌 듯 보고 서 있다가 자영과 시선 마주친다.
자영, 마치 모르는 사람처럼 다시 친구와 얘기하고.
현우, 과친구 끌고 휴게실 나간다.
그제야 현우가 나간 출입문 멍하니 바라보는 자영.
S#13. 학교 앞
걸어오는 현우.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 사진을 찍고 서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허리까지는 막에 가려진 채 다정하게 붙어 서있는 두 사람의 다리.
막 안에서 포즈를 취하다가 웃고 서로 때리는지 들썩들썩하고 엉덩이를 밀치고 한다.
현우 쓸쓸한 미소...
S#14. 거리
기운 없이 쓸쓸하게 걸어서 집으로 가는 자영.
S#15. 신희집 마당
힘이 쭉 빠져 계단을 올라오는 자영. 집 쪽으로 내려가려는데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웃음소리 들린다.
자영, 돌아보면 현우모와 신희모 나온다.
신희모 : 저녁이라도 드시고 가시잖구요.
현우모 : 아니예요. 오늘 시간 내주신 것만도 감사하죠.
신희모 : 별 말씀을요.
현우모 : ...그럼 잘 좀 부탁드려요, 신희어머니.
신희모 : 걱정 마세요. 신희 아버지한테 얘기 잘 전하겠습니다.
현우모 : 신희를 못 보고 가서 서운하네요.
신희모 : 그러게요. 요새 학교 홍보 도우민지 뭔지로 뽑혀서 아주 정신이 없어요.
현우모 : 제가 보고 싶어하더라구 좀 전해주세요.
신희모 : 네.
자영, 쓸쓸히 돌아서고.
S#16. 자영집 거실 (저녁)
식사중인 자영과 자영부모, 영철.
자영모 : 역시 돈 많은 사람들은 때깔부터가 다르더라니까. 아까 의원님댁에 대성 그룹 회장 사모님이 왔다갔는데요,
어쩜 그렇게 있는 티가 자르르르 흐르던지...
자영 : ...
자영부 : 인사차 왔을 거야. 구조조정 바람에 흔들리는거 같든데 아무래도 의원님 힘을 좀 빌리려는거 같더구만.
자영모 : 나는 그런건 모르겠구요, 내 보기엔 신희랑 그 집 아들을 엮어줄려는 눈치던데.
자영 : (먹다가 굳어지고)
자영부 : 의원님댁이야 어따 내놔도 안 빠지지.
자영모 : 신희 기집애는 좋겠어. 우리 자영이덕에 일류대까지 가서 아주 모든 조건을 다 갖췄잖아.
영철 : (못마땅한 듯) 정치인과 사업가의 결합이라... 끼리끼리 엮이는 거네요...
자영 :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S#17. 현우집 외경 (저녁)
S#18. 현우집 거실 (저녁)
현우부모, 차 마시고 있다.
현우부 : (미안한) 당신이 어려운 걸음을 했겠군.
현우모 : 신희네랑 어느정도 친분이 있었던게 다행이죠. 말 꺼내기가 어렵진 않았어요.
현우부 : ...어쩔 거 같소?
현우모 : 우리 현우 때문인지... 도와주실 거 같애요.
현우부 : 현우는 요새 어쩌구 있어?
현우모 : 안 만나는 거 같애요. 그날 밤 기세로는 당장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오늘도 일찍 들어와서 지 방에 있어요.
S#19. 현우방 (밤)
현우,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 스티커 물끄러미 보고 있다.
보다가 괴로운 듯 옆으로 치운다. 그러다 다시 집어서 본다.
S#20. 자영방 (밤)
현우와 찍은 스티커 사진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자영. 현우가 사준 목도리와 장갑을 쓰다듬는다.
S#21. 신희방 (밤)
신희, 화장대에 앉아 화장 지우고 있는데 신희모 들어온다.
신희모 : 좀 일찍 일찍 다녀. 아버지한테 한소리 듣기 전에.
신희 : (기분 좋은) 네.
신희모 : 웬일이니? 니 입에서 선선히 네- 가 다 나오구?
신희 : 참, 아빠가 현우오빠네 도와주신대?
신희모 : 생각중이신거 같드라.
신희 : 도와 주라 그래, 엄마. 현우오빠 인제 자영이두 안 만난단 말야.
신희모 : 그래?
신희 : 아직 자영이 잊지는 못하는거 같지만...
신희모 : 그런거 상관말구, 이럴 때 니가 잘해 줘.
신희 : 응?
신희모 : 눈에서 안 보이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게 사람 마음이야.
남자들은, 힘들고 외로울 때 잘해주는 여자한테 넘어오게 돼 있어.
신희 : 그렇잖아도 오늘 현우오빠 잠깐 만났는데 아직 내가 접근할 때가 아닌거 같아서 그냥 왔어... 힘들긴 되게 힘든가 부드라.
신희모 : 지금이야 그렇겠지만 잘된 일이지. 현우한테 자영이가 가당키나 하니?
신희 : 글세 말야. 자영이 기집애가 진작에 정신만 차렸어도...
신희모 : 어쨌든 나두 이제 마음이 놓인다. 너, 현우때문에 안달복달하는거 보면서 내가 얼마나 속상했는줄 알아?
신희 : 이젠 걱정마 엄마... 참! 내가 부탁한 그 사람 취직은 어떻게 됐어?
신희모 : 아, 걔! 통보가 갔을텐데.
S#22. 명수음료 빌딩 앞 (아침)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건물.
양복을 말끔히 빼입고 서서 건물을 올려다보는 승재. 자신감 있고 야심찬 웃음...
언젠간 이 회사를 내가 갖겠다...
S#23. 명수음료 인사부 (아침)
인사부장과 악수 나누는 승재.
부장 : 인사부 팀장 정근표요.
승재 : (자신감 넘치는) 박승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장 : (건성으로) 우선 일할 부서로 갑시다. 따라 와요.
S#24. 명수음료 사내 일각 (아침)
부장을 따라 자신감 있게 어깨를 쭉 피고 걸어가는 승재. 앞에 마케팅 기획실이 보인다.
미소를 띄는 승재.
부장, 그 사무실을 지나쳐 계속 걸어간다.
승재, 사무실을 돌아다본다. 뭔가 이상하고.
S#25. 경비실 (아침)
경비복 입고 앉아서 화투 치고 있는 사람들. 한쪽에서 신문을 덮고 자고 있는 사람.
승재, 인사부장을 따라 들어온다. 경비실의 풍경을 보고 뭔가 잘못됐구나 싶고.
부장 : 송주임! 그때 말한 박승재씨.
주임 : 아, 어서와요. 나 여기 주임 송철구요.
승재 : (표정 굳은채 인사도 안하고) ....
부장 : 송주임 지시대로 하면 될 거요, 그럼 수고해요... (가고)
승재 : (날 이런데다 두고 가나... 하는 눈빛으로 보고)
주임 : 박승재씨라 그랬죠. 승재씨는 오늘부터 우리 신용협동조합 경비를 맡아줘요.
경비업체에서 일도 했다니 중책을 맡겨도 괜찮겠지.
승재 : (중책? 기가 막히고)...
주임 : (사람들에게) 자, 오늘부터 같이 일하게 된 박승재씹니다. 거기 한씨! 이 친구 입을 옷 하나만 줘!
누군가 승재에게 유니폼을 던져준다. 승재 앞에 툭 떨어지는 남색의 유니폼.
이 시퍼런 유니폼에서 벗어나려 했는데 또 이리 돌아와 버리다니...
승재, 굳은 얼굴로 유니폼 내려다본다.
S#26. 방송국 편집실
캠퍼스에서 신희가 찍은 녹화분을 보는 PD와 편집자, 신희.
신희, 자기 모습이 신기한 듯 뚫어져라 보고 있다.
PD : 생각보다 화면이 잘 받네.
신희 : 실물도 이쁘잖아요.
PD : (껄껄 웃고)
신희 : (따라 웃는데)
PD : 오늘 오라 그런 건 말야... 어때, 혹시 이쪽 일에 관심 있어?
신희 : 네?
S#27. 방송국 일각
ENG카메라 앞에 마이크 들고 서있는 신희. 오디션중이다.
PD : 긴장하지 말고 그냥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읽어봐.
신희 : (멘트를 읽는) 뜨거운 젊음의 열기가 느껴지십니까? 지금 제가 서있는 이곳은 제 3회 젊음의 캠프, 바로 그 현장입니다.
전국의 젊은이들이 사랑과 봉사, 이 뜻하나로 이곳에 모였습니다. 오늘부터 일주일간 이곳에서 펼쳐질 젊음의 캠프에서는...
PD : (제법이네...)
S#28. 명수음료 신용협동조합
경비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승재. 구내 협동조합 문에 굳은 표정으로 서있다.
들어오고 나가는 직원들에게는 관심없는 듯 혼자 생각에 빠져 가만히 서있는 승재.
직원 : 거기... 경비!
승재 : (못 알아듣고)
직원 : 나참... 아저씨! 이봐요!
승재 : (퍼뜩 깨어나 보면)
직원 : 생수통 비었잖아요! 정신을 어따 두고 있는 거야...
정수기의 생수통에 물이 거의 다 비었고 옆에 따지 않은 생수통이 놓여있다.
승재, 더 이상 못참겠다는 듯 욱해서 발로 생수통 걷어차고 나간다.
S#29. 경비실
웃옷 벗으며 거칠게 문 열고 들어오는 승재.
직원들, 놀라서 쳐다보고.
주임 : 어? 박승재씨 왜 들어와?
승재 : (들은 척도 안하고 옷 갈아입는다)
주임 : 이봐, 자네 근무도 안 끝났는데 뭐하는 거야! (다가서는)
승재 : (벗은 유니폼 주임 손에 팍 던져주며) 입 다무쇼. 나가라기 전에 내 발로 나갈테니까.
S#30. 신희집 거실
막 들어온 듯 외출복 차림으로 서서 얘기하고 있는 신희모와 신희.
신희모 : 리포터?
신희 : PD가 방송국에 한번 나와 보라구 그래서 갔더니, 내가 화면발이 받는 얼굴이라구, 자기가 새로 맡은 프로에서
리포터 한번 해볼 생각 없냐구 그러더라구.
신희모 : 그래? 그래서 뭐랬어?
신희 : 뭐라긴? 당장 한다 그랬지! 엄마 난, 내 힘으로 뭔가를 얻었다는 게 너무 좋아. 홍보 도우미도 그렇구 이번 리포터두 그렇구,
나두 뭔가 잘하는게 있구나...
신희모 : (안쓰러운) 그게 그렇게 좋아? 니가 뭐 부족한게 있어서.
신희 : 솔직히 여태까지 내가 뭐하나 잘하는게 있었나?
신희모 : (짠해서 바라보는데)
E : (핸드폰 울린다)
신희 : (받는) 여보세요?
S#31. 명수음료 빌딩 앞
회사에서 걸어나오며 전화하는 승재.
승재 : 너, 날 아주 우습게 본 모양인데, 당장 나와.
신희(F) : 왜 그러는데?
승재 : 내가 여기와서 문지기나 할려구 니 부탁 들어준 줄 알아?
신희(F) : 문지기?
승재 : 나, 경비일이 싫어서 너한테 취직 부탁한 거야. 마케팅 기획파트에서 일하고 싶다고 분명히 얘기했을텐데.
신희(F) : 뭔가 말이 제대로 전달이 안된 모양인데...
승재 : 이신희! 날 이용만 해먹고 버릴 생각인가 본데 날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으로 생각했다간 큰 코 다칠줄 알아.
S#32. 신희방
신희 : 누가 그런데요? (둘러대는) 며칠만 다녀요. 다른데로 옮겨줄께.
승재(F) : 이번에도 또 약속 어기면 그땐 나도 가만 안있어.
신희 : 알았어요. (전화 끊으며) 귀찮아 죽겠네.
신희모 : 왜?
신희 : 그사람, 경비실로 발령났대. 아무리 그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인데 그건 좀 심하지 않어? 좀 나은데로 바꿔 주라 그래.
신희모 : 너 요새 IMF라 취직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어? 아무데라도 취직한걸 감사하게 알아야지.
신희 : 그래두 경비는 안돼, 엄마. 내가 진 신세두 있구... 좀 나은데로 해줘, 응?
신희모 : 니 아버지 모르게 하는데 한도가 있지... 알았어, 알아볼게.
신희 : 그리구 엄마, 부탁이 또 한가지 있는데...
S#33. 거실
얌전하게 이의원과 신희모 앞에 앉아있는 신희.
이의원 : 차? 리포터 나부랭이하는데 차는 무슨...
신희모 : 리포터 나부랭이라니요. 신희가 리포터루 방송에 나와봐요. 당신선거에도 도움이 될지 알아요?
신희 : 도움 많이 돼죠, 아빠. 제가 얼굴만 좀 알려지면 선거운동 다닐 때 사람들이 절 많이 알아볼거 아녜요.
이의원 : ...
신희모 : 이참에 차 하나 사주세요. 어차피 선거일 도울때도 차가 필요하잖아요.
이의원 : ...마이너스가 되진 않겠구만.
S#34. 거리
새 차를 몰고 기분좋은 듯 운전하는 신희. 옆에는 미자, 앉아있다. 신나게 달려가고.
S#35. 셀프도자기 공방
예쁜 접시와 찻잔들이 즐비한 공방. 모두 각양각색의 색과 모양이다.
카메라 앞에 서서 리포트 하는 신희.
신희 : 영화 사랑과 영혼의 그 유명한 장면을 기억하십니까? 직접 찰흙을 빚고 물레에 돌려 구워내진 않더라도
자기만의 소중한 그릇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PD : (맘에드는 듯) 오케이!
신희, 접시에 그림을 붙이고 굽고 하는 과정을 구경하고 인터뷰하는 모습...열심이다.
미자, 옆에서 옷들고 서 있다가 중간중간 가서 신희에게 콤팩트를 두드려 준다.
S#36. 학생처
아르바이트 신청용지를 내는 자영.
자영 : 좀 급한데요. 아무거나 괜찮으니까 좀 빨리 할 수 있는게 없을까요?
직원 : 대기자가 많아서 당분간은 어려울거 같고... 방학하면 다시 한번 와 봐요. 방학땐 그래도 일거리가 좀 들어오니까.
자영 : (실망하는) 네... (낙심해서 돌아서고)
S#37. 도서관 앞
리플렉터에 반사된 빛, 신희의 얼굴에 환하게 비추인다.
신희, 홍보 도우미 남학생과 함께 도서관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학생처럼 보이는 캐주얼 복장에 밝은 웃음으로 책을 가슴에 끼었다 놨다하며 갖가지 포즈룰 취하고.
미자, 그 앞에서 표정지도를 하며 나름대로 포즈를 취해본다.
현우, 도서관에서 나오다가 신희 본다.
사진사 : 자, 됐습니다. 이제 본관으로 이동합시다.
신희 : 오빠!
현우 : 바쁘구나.
신희 : 응, 내년 신입생 모집광고때 낼 사진찍느라구.
현우 : 그래...
미자 : (신희 의상을 챙겨 쪼르르 달려온다) 신희야, 본관으로 가야된대.
신희 : 알았어.
현우 : 그럼 수고해라. (가려는데)
신희 : 저, 오빠.
현우 : 응?
신희 : 오늘은 어때? (조심스럽게) 시간 괜찮으면 오빠한테 점심 사주고 싶은데...
현우 : (망설이고)
신희 : ...바쁘면 다음에 하고... (기죽은 듯)
현우 : (미안해지는) ...아니, 괜찮아. 그럼 일 다 끝나면 전화해라.
신희 : (밝아지고)
저만치 도서관 쪽으로 걸어오던 자영, 뭔가 얘기하고 서있는 현우와 신희 본다.
슬그머니 돌아서는 자영.
S#38. 레스토랑
식사하고 있는 현우와 신희.
현우, 우울한 얼굴로 밥만 먹고 있고
신희, 현우 기색 슬쩍슬쩍 살피고 있다.
신희 : 많이 먹어, 오빠. 이거, 내가 리포터 하게 된 기념으로 사는 거야.
현우 : 그럼 내가 사줘야지.
신희 : 얼굴이 많이 상했다... 자영이 때문에 그래?
현우 : ...
신희 : ...요새 안 만나는거 같길래... 미안해. 괜히 얘기 꺼냈나 봐.
현우 : ...
신희 : 기운 좀 차려. 오빠 그런 얼굴하고 있는거 참 보기 싫다.
현우 : (보고)
신희 : 오빠 그렇게 힘들면 자영이랑 어떻게 다시 해봐...
현우 : ?
신희 : (포크 놓고) 참 이상해... 나 솔직히 오빠랑 자영이 헤어지기 되게 바랬었거든?... 둘이 싸우든 어떻게든 헤어지기만 하라구
맨날 빌었었는데... 막상 오빠 이렇게 처져있는 거 보니까 맘이 참 안 좋아.
현우 : (예전과 다른 신희가 의외란 듯 보고)
신희 : 내가 짝사랑 해봐서 알잖아... 지금 오빠 마음이 어떨지 내가 아니까... 두 사람 잘 돼서 오빠가 웃고 다닐 때가 좋았다 싶어.
오빠 이러는거 보는 것 보단 차라리 내가 괴로운 게 낫다, 오빠.
현우 : (전혀 몰랐던 신희 모습 새로 보는 느낌으로 보고) ...
신희 : 다른 오해로 둘이 안 좋은 거라면 나라도 나서서 풀어주고 싶은 기분인데... 자영이... 그 남자랑 다시 만나는 거 봤거든...
현우 : (아프고) ...
신희 : 오빠가 빨리 기운냈음 좋겠어. 어떻게 난 이래두 저래두 오빠 땜에 힘이 드나몰라.
현우 : 미안하다, 신희야.
신희 : 오빠 나 동생처럼 생각한다 그랬지? 그럼 정말 힘들고 외롭고 그래서 친구 필요할 때 언제든지 전화해.
내가 친구해 줄테니까, 응?
현우 : ...
S#39. 레스토랑 앞
나오는 신희와 현우.
현우, 많이 누그러진 얼굴이다.
신희 : 기분 안 좋을땐 어디 가서 실컷 소리지르고 그러는게 최곤데... 아! 우리 대학 농구 결승전 갈래, 오빠?
현우 : 글세...
신희 : (얼른) 에이 아니야. 그냥 한번 해본 말이야. 가자, 오빠. (가려는데)
현우 : ...신희야.
신희 : (돌아보는) 어?
현우 : ...가자.
S#40. 농구장
터지는 골, 응원단의 화려한 율동, 환호하는 관중의 열기로 터질듯한 체육관.
신나서 소리치고 열심히 응원하는 신희.
그 옆에서 덤덤하게 박수치는 정도로만 보고 서있는 현우.
현우, 이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마음이 휑한 듯 쓸쓸한 얼굴이다.
S#41. 공원 (8부 씬53의)
자영, 추운줄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있다.
현우와의 첫키스, 이별이 이뤄졌던 장소.
자영, 현우 그림자 찾듯 둘러보는데 삐삐 울린다.
S#42. 까페 (저녁)
은실, 기다리고 있고 자영, 들어와 앉는다.
은실 : 내 너 이러구 있을줄 알았다.
자영 : (힘없는) 내가 뭐 어때서.
은실 : 나 지금 죽기 직전이예요... 꼭 그런 얼굴이잖아.
자영 : 아니야.
은실 : 맹꽁이 맹꽁이 천하에 너 같은 맹꽁인 없을 거다.
자영 : (피식 웃고) 어쨌든 전화해줘서 고맙다. 그렇잖아도 너 만날까 했는데.
은실 : (걱정스러운) ...현우씨한텐 아무 연락 없어?
자영 : 그 사람이 나한테 왜 연락을 하니? 다 끝난 사인데.
종업원 : (메뉴판 들고 다가오면)
은실 : 죄송한데요, 저희가 지금 나가야되거든요? 전 마셨으니까 이 친군 다음에와서 마시라고 그럴께요.
자영 : ?
S#43. 갤러리 (밤)
전시회 오픈일 같은 분위기. 그림들 전시되어 있고 가운데 테이블에 다과가 준비돼 있다.
이의원과 정회장 잔을 들고 조용조용 담소중이고.
신희모, 그림 한 점 앞에 맘에 드는듯 오래 서있다.
현우모, 그런 신희모 의미있게 바라보다가 다가간다.
현우모 : 그림 보는 안목이 아주 높으시네요.
신희모 : 네?
현우모 : 이 그림 말예요... 이 화가 작품 중에서 제일 인정받는 작품이거든요.
신희모 : 어머, 그래요?
현우모 : (그림과 신희모 번갈아 보고) 저리 가시죠.
테이블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현우부와 이의원 쪽으로 간다.
현우부 :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나누십니까?
현우모 : 아녜요...
현우부 : 참 신희는 TV리포터를 한다면서요?
신희모 : 네. 요즘 너무 바빠서 얼굴보기도 힘들어요.
현우모 : 이쁘고 상냥하고 똑똑하고... 신희가 갤러리에 오면 제가 얼마나 기운이 나고 좋은지 모르겠어요.
신희모 : 저는 현우만 보면 듬직스럽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요?
현우모 : 두 사람,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고, 지금 서로 오빠 동생하면서 잘 지내고 있고...
솔직히 전 우리 현우가 어떻게 신희 좀 데려와 줬음 싶은데요? 이의원님 댁에서야 우리 현우가 부족하시겠지만요...
신희모 : 무슨 말씀이세요? 현우야 다들 탐내는 사윗감인데요.
현우모 : 요샌 둘이 좀 가까워진 것도 같던데...
신희모 : ...그렇죠?
현우모 : 어떻게 둘이 좀 잘되길 바라고 있는데... 현우 유학 가기 전에 두 사람 약혼이라도 시켜놓으면 어떨까 싶어서요.
신희모 : 저희야 좋죠... (하면서 이의원 눈치보고)
이의원 : 글세요... 아이들 뜻도 그렇다면 남들 이목도 있고 하니까 선거 이후가 좋겠네요.
현우부 : 이거 잘하면 사돈지간이 되겠는데요.
네 사람, 모두 만족한 듯 서로 바라보며 웃고.
S#44. 포장마차 (밤)
은실, 걱정스럽게 자영 바라보고 있다.
자영, 약간 취한 상태.
은실 : 너두 참 모질다. 헤어질려면 곱게 헤어지지 현우씨 가슴에 그렇게 대못을 치냐?
어떻게 박 뭐시긴가 그 그지같은 자식을 사랑하네, 다시 시작하네, 그런 말까지 했어?
자영 : 안 그러면 현우씨, 쉽게 나 놔주지 않을거 아니까...
은실 : 그러게, 그렇게까지 하면서 헤어질건 또 뭐냐?
자영 : 현우씨때문이 아니더라도... 내가 나한테 자신이 없어. 자꾸 현우씨한테 달려가고 싶어, 나 좀 잡아달라구...
은실 : 자영아, 너 다시 한번 생각 잘해라. 아무리 현우씨 위하는 것도 좋지만 이래갖고 너 어디 제대로 니 인생 살겠니?
그리구, 신흰가 그 기집애가 현우씨라면 목을 맨다면서 너 현우씨가 걔랑 잘 되면 어떡할래? 그래도 괜찮어?
자영 : (입술 떨고)
은실 : 괜찮냐구!
자영 : 어차피 현우씨 잘되기 바래서 이러는 건데... (술병 집어들며) 괜찮아야지.
은실 : 미치겠네... (뺏어서 따라주며) 그래, 마셔라 마셔. 지금 니 속을 누가 달래주겠냐? 사랑하는 사람 잘되라고 억지로 떼낸
니 마음이 생살 도려낸 아픔 보다 덜 하겠냐? 그래, 마셔! 내가 뒷감당 다 한다!
자영 : (마시고) 은실아, 나... 서울 떠나고 싶어.
은실 : 현우씨하고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는 것도 가슴이 저리저리하냐?
자영 : (혼잣말처럼)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도 자꾸 현우씨 전화 기다리게 되고, 길거리 다니다 보면... 너 그거 아니?
이길로 가도 저길로 가도 다 그 사람하고 다녔던 길이 보여... 서울 싫어, 그래서.
은실 : (자기가 눈물 나올 듯) 야아, 너 정말 왜 이래? 너 이렇게 마음 아프게 할줄 알았으면 그때 정현우편 안드는건데...
자영 : 나... 현우씨 만난거는 후회 안해, 은실아. 세상에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니까...
은실 : (안쓰러워서 타박하는) 등신... 잊지도 못할 거면서...
자영 : 그래... 잊지 못할거야, 현우씨... 아니, 안 잊을 거야.
은실 : 으유 속상해. (자기 잔 털어넣고)
자영 : (눈물 어린) 근데 은실아... 나, 그 사람 다시 만나면 안되겠지?
은실 : (눈물 글썽) 자영아...
자영 : 아냐... 농담이야. (웃는데 눈물이 난다)
은실 : (자기가 우는) 야, 자영이 너 어떡하냐?...
S#45. 신희집 거실 (밤)
신희모, 외출복 차림이고
신희, 좋아서 펄쩍뛰고 있다.
신희 : 정말? 엄마 그거 정말이야?
신희모 : 그렇다니까. 그쪽에서 먼저 얘길 꺼내더라.
신희 : (가슴이 벅찬) 약혼... 현우오빠랑 약혼...
신희모 : 남의 집 식구되는 게 그렇게도 좋니? 엄마 섭섭하다.
신희 : 미안해, 엄마. 근데 엄마, 나 왜 이렇게 좋지? 행복해 미치겠어.
신희모 : 그래, 니가 좋으면 되는 거지.
신희 : (엄마 껴안으며) 엄마아...
S#46. 거리 + 공중전화 부스 (밤)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수화기 든채 망설이고 있던 자영, 떨리는 손으로 버튼 누른다.
신호가 가고 자영 수화기 저쪽에서 들려올 목소리를 기다리다.
현우(F) : 여보세요...
자영 : ... (목이 메이고)
현우(F) : 여보세요?...
자영 : (눈물 후두둑 떨어진다)
S#47. 현우방 (밤)
전화 받고 있는 현우.
현우 : 여보세요?... (하다가 혹시) 자영이... 자영이니? 자영아!
E : (전화 끊긴 신호음...)
현우 : (애타게) 여보세요? 여보세요?
현우, 끊긴 수화기 들여다보다가 자영이다! 벌떡 일어서 손에 집히는 대로 옷을 하나 걸쳐들고 나간다.
S#48. 현우집 앞 (밤)
급하게 뛰어나와 차로 가는 현우. 급가속으로 출발하는 차.
S#49. 자영방 (밤)
불꺼진 방. 벽에 기대앉은 자영,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고.
S#50. 신희집 앞 (밤)
불꺼진 자영방 창문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는 현우. 자영이 전화가 아니었을까?...
쓸쓸히 돌아서는 현우.
S#51. 자영집 거실 (아침)
식사중인 식구들.
자영부 : 자영인 잠을 제대로 못잤냐? 왜 그렇게 꺼칠해?
자영 : 기말고사 때문에요...
영철 : 벌써 기말고사야? 야... 1년 금새 가는구나. 자영아, 오늘 오빠가 가게 계약하거든? 앞으론 오빠가 열심히 돈 벌테니까
넌 등록금 걱정하지 말고 공부만 해. 알았지?
자영 : ...방학하면 저 고모네 좀 내려가 있을까 해요.
자영부 : 고모네? 강릉 고모네?
자영 : 네. 가서 좀 쉬면서 공부도 하고 그럴려구요.
영철 : 야, 거기 겨울에 얼마나 추운데 그래?
자영부 : 그래, 자영이 너야 어디 가서도 누구 힘들게 안하고 알아서 잘 하니까... 고모가 좋아하겠구나.
영철 : 에이, 자영이 너한테 오빠가 열심히 장사하는 거 보여줄라 그랬더니...
자영 : 다녀와서 볼게, 오빠.
자영부 : 영철인 오늘 계약한다구?
영철 : 예. 바로 옆에 주택가랑 아파트도 끼고 있구요... 조건이 워낙 좋아서요, 시간 끌다간 놓치게 생겼잖아요.
자영부 : 뭐할지 결정도 안해놓고 가게부터 계약해도 되는건지 모르겠다.
자영모 : 영철이 얘가 그 가게 결정할 때까지 하루 이틀 돌아다녀본게 아니예요.
자영부 : 가게가 어디라 그랬냐?
영철 : 수색 쪽이요... 참 자영아, 은실네 가게가 그쪽 무슨 시장에 있다 그랬지?
자영 : 어.
영철 : 가게 계약하고 나면 은실이네 가게나 한번 찾아가 봐야겠다. 요새 뭐가 잘 되는지 좀 물어보게.
(E) : 인터폰
자영모 : (받는) 네... 예... 알겠습니다 사모님. (끊고) 의원님 지금 나가신다네요.
자영부 : (숟가락 놓고 일어서며) 어, 그래?
영철 : (보기 딱하고) 마저 드시고 나가세요.
자영부 : (서둘러 나가며) 오늘 기자회견 있어서 늦으면 큰일이야.
자영 : ... (안쓰럽고)
S#52. 당사 기자회견실 (아침)
이의원, 기자회견 중이다. 기자들, 앞에 앉아있고.
이의원 : 새 시대! 새 서울! 새 시장! 이란 슬로건으로 한번 힘차게 뛰어볼 생각입니다. 실업자를 위한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살리기등의 구조적인 문제해결로 시민들과 고통을 함께 하고 IMF를 이겨나가는
이웃사촌 같은 서울시장이 되겠습니다.
S#53. 분양 사무실
수표를 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영철.
기대감에 부풀어 기분 좋은 영철.
S#54. 재래시장 안 반찬가게
은실, 씩씩하게 소리치며 장사하고 있다.
저만치서 두리번거리며 찾아오는 영철.
은실 : 자아, 맛있는 반찬 들여가세요. 전국적으로 유명한 은실이네 반찬가게! 아줌마! 이거 콩자반 맛 좀 보고 가세요!
국산콩으로 만든 콩자반!
여1 : (와서 기웃거리고)
은실 : 오늘의 추천상품, 깻잎무침! 맛보고 들여가세요, 총각김치!... (하다가 어?)
영철 : (재밌다는 듯 은실 보고 서 있고)
은실 : (일어나서 다가오며) 저... 혹시... 저 모르세요?
영철 : (피식 웃는) 중학교 때 키 고대로구만 너 몰라볼까봐 묻냐?
은실 : 맞구나! 영철이 오빠! 자영이네 오빠 맞죠? (훑어보는) 와- 오빤 더 멋있어졌다!...
영철 : 잘 지냈냐? (엉덩이 탁 치는) 주사 놓는 공부한다면서?
은실 : 네. 근데 오빤 여기 웬일이예요...?
영철 : 너 만나러 왔지.
은실 : 나요?... (괜히 어색해하다가 혹시?) 자영이한테 무슨 일 났어요?
영철 : 야 임마, 자영이가 무슨 일 내는 애냐?
은실 : (안도하고, 은근히 기대하는) 그럼 정말 나 만나러 온 거예요?...
영철 : 그렇다니까.
은실 : (어리둥절하면서도 기분 좋은 얼굴로 영철 보고)
영철 : 장사 잘 되냐? 니네 반찬 맛 좀 보자.
S#55. 도서관 자료실
서가에서 책 빼들고 와서 앉는 자영, 자료 찾아 책 뒤적이는데 옆에서
신문 보는 학생의 신문으로 무심코 눈이 간다. '구조 조정 위기 넘긴 대성그룹' '경영 혁신으로 재기 다짐' 등의 기사가 보인다.
자영, 다행이다... 안도하고.
S#56. 강의실
기말고사 보는 자영. 학생들 시험지 갖다낸다.
감독으로 들어왔던 조교 나간다.
학생들, 시원한 듯 '야 이제 방학이다!' 하며 와글와글하고.
자영, 힘없이 가방 챙긴다.
S#57. 캠퍼스 일각
자영, 스산한 교정을 걸어오며 둘러본다.
방학... 이제 이곳에서 다시는 현우를 볼수 없다는 생각으로 처연한데
저만치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현우.
자영, 순간 가슴이 쿵! 한다. 현우도 자영을 본다.
자영,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현우도 자영 얼굴 똑바로 쳐다보며 걸어온다.
자영, 혹시 현우가 무슨 말을 할까... 두려우면서도 기대되고
현우, 자영에게 말을 걸까, 말까... 하는 동안 서로 스쳐지나가는 둘.
자영, 현우 스쳐지나가면서 눈물 한방울 툭 떨어뜨린다.
현우, 돌아서 물끄러미 자영의 뒷모습 보다가 돌아서면 엇갈려서 뒤돌아보는 자영.
저만치 멀어지는 현우 뒷모습. 현우와 자영 몇번을 더 엇갈려 돌아보고 돌아보고...
하지만 끝내 서로 마주 보진 못한다.
자영, 뒤돌아본다. 이제 현우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자영, 허전하고 쓸쓸하게 돌아서는데 삐삐 울린다.
S#58. 까페
신희와 마주앉아 있는 자영.
신희, 초췌한 자영 얼굴 찬찬히 바라본다.
자영 : 할말 있으면 빨리 해.
신희 : 얜? 꼭 그렇게 용건만 간단히! 너 언제까지 나 그렇게 대할래?
자영 : ?
신희 : 너하구 나, 아버지들끼리 얽혀있는 동안은 싫어도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할거 같은데, 안그래?
자영 : ...
신희 : ...현우오빠하구 헤어졌다며? 맞니?
자영 : (대답하기 싫고)
신희 : 맞겠지, 그러니까 우릴 약혼시키는 거겠지.
자영 : (놀라서 쳐다보고)
신희 : 이번에 현우오빠네 회사 어려운 고비 넘긴거 알지? 그거 우리 아버지가 힘써준 덕이었거든...
아, 뭐 어쨌든 오빠네 회사두 이제 한고비 넘겼구, 그래서 현우오빠하구 나, 곧 약혼하기루 했어.
자영 : (흔들림 참느라 애쓰고) ...
신희 : 축하, 안 해주니?
자영 : ...그래, 축하한다.
신희 : 근데 말야, 혹시 나 또 너한테 뒤통수 맞는 일은 없는 거니?
자영 : 무슨 뜻이야?
신희 : 아니, 좀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겠다 싶어서 그래. 너 옛날에도 현우오빠한테 아무 감정없다구 나 안심시켜놓군
현우오빠 만났잖아. 이번엔 그때하고 달라. 약혼은 양쪽 집안이 다 관계되는 일이잖아.
난 두사람 헤어졌다는 말 믿고 약혼하는건데, 너 혹시 뒤에 또 마음이 변했다... 이러면 어떡하니?
자영 : (모멸감 누르는) 그런일 없어. 걱정하지 마.
신희 : 그래, 그래야겠지. 더구나 이번엔 상대가 나 하나가 아니구, 우리 엄마 아빠, 현우오빠네 부모님... 이라는 거,
잊지말아 줬음 좋겠다.
자영 : ...
S#59. 재성 회장실
현우부 앞에 앉아있는 현우.
현우 : (놀란) 약혼이라뇨, 아버지?
현우부 : 이의원 선거 후에 신희하고 너, 약혼식 올리면 어떨까... 어른들끼리 그런 얘길 했다.
현우 : 아버지, 아버지까지 왜 이러세요? 전 제가 사랑하는 사람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잖아요.
현우부 : (타이르는) 니 어머니... 나하고 어렵게 결혼했다. 어렵게 결혼해서도 평생 힘들게 살았어. 넌 잘 모르겠지만
니 엄마 힘들어하는거 보면서 나도 힘들었다... 결혼 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참 많았거든.
현우 : 그래두 결혼은 제 인생이 걸린 일입니다.
현우부 : 그래, 거야 그렇지. 하지만 웬만하면 어른들 뜻을 따랐으면 좋겠구나. 부모들, 툭하면 자식 보다 많이 살았네,
먼저 살아온 세월이 있네, 그러면서 자식한테 자기들 뜻 따르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말이다...
어느 부모가 자식 잘못되길 바라고 그러라 그러겠냐?
현우 : 아버지...
현우부 : 신희 일만 해도... 이 애비가 보기엔 여러모로 너한테 부족한게 없어 보여서 욕심이 나는 아가씬데, 니 생각은 어떠냐?
신희가 그렇게 싫으냐?
현우 : ...
현우부 : 사랑은, 특히 부부간의 사랑은 말이다, 만들어 가는게 진짜야.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한다 하더라도 그게 평생 지속되는건 아니거든.
현우 : (어찌할줄 모르겠고) ...
현우부 : 현우야. 아버지는... 이번 일은 니가 우리 뜻을 따라줬으면 좋겠다.
S#60. 한강변 + 현우차안 (밤)
차안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있던 현우, 답답한 듯 차에서 나와 물끄러미 강물 바라본다.
갑자기 뭔가 결심한 듯 차에 타는 현우, 급하게 시동 걸고 출발한다.
S#61. 진태 빌라 앞 (밤)
현우, 차안에서 시계 보며 자영 기다리고 있다. 9시 15분.
자영이 나오지 않자 갸웃하다가 차에서 내린다.
S#62. 진태 빌라 (밤)
진태모와 마주 앉아있는 현우.
현우 : (놀란) 그만두다니? 과욀 왜 그만 둬, 누나?
진태모 : (난처한) 그게... 사정이 그렇게 됐어.
현우 : (설마) 누나가 그만두라 그런거야?
진태모 : ...그럼 어떡하니? 니네 엄마 부탁이 그런데.
현우 : (하얗게 질리는)
S#63. 갤러리
현우모, 막 마무리하고 직원과 나가려는데 현우, 뛰어들어온다.
현우모 : 아니, 현우야.
현우 : (숨 헉헉대는) 어머니하구 할 얘기가 있는데요.
현우모 : (직원에게) 먼저 들어가요.
직원 : 네, 그럼 먼저 나가겠습니다. (목례하고 나가고)
현우모 : 무슨 일인데 그래? 안으로 들어갈래?
현우 : 자영이 과외 그만두게 하셨어요, 어머니?
현우모 : (굳어지며) 그 얘기하러 온 거니?
현우 : 자영이한테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건데... 꼭 그렇게까지 하셔야 했어요?
현우모 : 다 너를 위해서야. 아무리 둘이 헤어져도 그 아이가 진태네 드나들어 봐라, 집안에 무슨 말이 돌거며... 개운치가 않잖아!
현우 : ...이렇게까지 잔인한 분인줄 몰랐어요.
현우모 : (화난) 끝낼거면 뭐든 깨끗해야지... 걔 아주 맹랑하구나, 다 끝내기로 해놓구 너한테 그런 얘기 일러바치디?
현우 : 다 끝내기로 하다뇨?...
현우모 : (아차) !
현우 : 어머니... 자영이 만나셨어요? 그러셨어요?
현우모 : (침착하려 애쓰는) 내가 그 아이 만나면 안되는 거니?
현우 : (말없이 그대로 뛰어나가고)
S#64. 도로 + 현우차 안
희망으로 설레는 표정으로 운전하는 현우.
S#65. 자영방 (밤)
무선 수화기 들고 만지작거리고 있는 자영, 다 부질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으며 수화기 옆으로 밀어놓는데 전화벨 울린다.
자영 : (무심히 받는) 여보세요?
현우(F) : 자영아.
자영 : (가슴이 덜컥하는)
S#66. 공원 (밤)
현우, 설레이는 마음으로 자영 기다리고 앉아있다.
자영, 걸어온다. 현우를 보며 마음이 흔들리지만 일부러 마음을 다진다.
현우, 자영 보고 일어선다.
자영 : (냉정하게) 웬일이예요?
현우 : 너 보고 싶어서, 보고 싶어서 왔다, 자영아.
자영 : 그런 얘기 듣자고 나온거 아니예요. 괜히 늦은 시간에 이렇게 불러내고전화하고 그러는거, 다시는 하지 말라구,
그 얘기하러 나왔어요.
현우 : 너 그럴 필요 없어, 자영아. 그러지 마.
자영 : ? (보고)
현우 : 니가 왜 이러는지 알아. 우리 어머니 만나서 무슨 얘길 들었는지, 이제 다 알아. 미안하다, 자영아.
자영 : (당황하고)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현우 : 바보 같이... 진작 나한테 말하지 그랬어, 왜? 날 그렇게 못 믿었니?
내가 그랬잖아. 부모님 반대 극복할수 있다구, 나만 믿고 있으라구...
자영 :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현우 : 자영아!
자영 : 현우씨 어머니 만났어요. 하지만 그래서 현우씨하구 헤어진게 아니야. 말했잖아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구,
분명히 말했는데, 다시 말할까요?
현우 : (자영 잡는) 너 왜 이래? 왜 나한테 자꾸 거짓말 하니?
자영 : 약혼한다면서요? 약혼... 축하해요.
현우 : 약혼?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나 약혼 안해, 그러니까...
자영 : 현우씨가 약혼하든 말든 이제 나하군 상관없어.
현우 : 너... 그렇게 힘들면 우리 어디로든 도망칠래?
자영 : (눈물을 참느라 심장이 다 녹아내릴것 같고)
현우 : 난 너만 있으면 돼. 너만 있으면 어디서든 무얼하든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응? 자영아...
자영 : (당장이라도 현우에게 다가가고 싶고)
현우 : 자영아... 우리 어디로든 도망쳐 버리자.
자영 : ...난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현우씨는 매력이 없어요.
현우 : (충격이고) ...
자영 : 내가 현우씰 잠시라도 좋아했다면... 현우씨의 그 든든한 조건을 좋아한거지 정현우란 사람 자체를 좋아한건 아닌거 같애.
그걸 알면서도 현우씨잡는다면 현우씨한테도 못할 짓이잖아요.
현우 : 니 진심이 아니야.
자영 : 진심이예요.
현우 : (안간힘 쓰듯) 진심이 아니라고 한마디만 해. 아니라고 해줄래, 자영아?
자영 : 내가 못 가진 현우씨 배경이 좋았어, 그게 진심이야.
현우 : (절망하고) ...
자영 : 가요. 다신 찾아오지 마.
자영, 싸늘히 돌아선다. 눈물을 참으며 성큼성큼 걸어가고.
현우, 돌아서 걸어가는 자영을 가슴 아파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겠어 고개를 떨군다...
멀어지는 자영.
덩그라니 남겨진 현우, 눈물이 맺힌채 벤치에 털썩 앉는다.
S#67. 거리 (밤)
자영, 뚝뚝 눈물 흘리며 오다가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멈춰선다.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
자영, 자기 자신과 싸우며 망설이다가 공원 쪽으로 다시 뛰어간다.
S#68. 공원 (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앉아있는 현우, 이윽고 천천히 일어난다. 허전한 듯 주위 둘러본다. 어디에도 없는 자영.
현우, 쓸쓸히 돌아서 공원을 나간다.
현우가 사라지고 뛰어 들어오는 자영. 현우는 보이지 않는다.
자영, 현우가 앉았던 벤치에 앉아 눈물을 흘린다.
S#69. 술집 (밤)
바에 앉아 혼자 술 마시는 현우. 핸드폰에 붙은 스티커 사진을 본다.
이제 정말 끝이구나... 절망으로 고개 푹 숙이는 현우.
S#70. 승재집 (아침)
밥상 가지고 들어오는 용석.
승재, 엎드려 신문만 보고 있다.
용석 : 뭐하냐? 아직도 안 씻고. 회사 안 나가?
승재 : 안 가.
용석 : 왜?
승재 : 형 먼저 먹어. 난 좀 더 자야겠다. (이불 쓰고 눕는데)
(E) : 핸드폰벨
용석 : 야. 전화 받아봐.
승재 : (전화 받아) 여보세요?... (벌떡 일어나 앉는) 아, 예 부장님... 네? 인사부로 일단 오라구요...
S#71. 영업소 지원팀
음료수 박스를 나르는 사람들. 한옆에서 유니폼을 입고 서서 수량을 체크하고 지시하는 주임.
승재, 굳은 표정으로 기가 막히다는 듯 서있다.
주임 : 박승재씨는 여기 매일 들어오는 재고수량을 파악하고 기입하고 각 대리점으로 나가는 물량 체크하고...
뭐 바쁠땐 직접 대리점 영업도 나가고... 아주 바쁜뎁니다...
승재 : (주임 말 끝나기도 전에 열 받은 얼굴로 확 돌아선다)
S#72. 갤러리
현우, 침울한 얼굴로 서 있고
현우모, 곱게 포장된 액자를 내주며.
현우모 : 조심해서 들고 가.
현우 : 꼭 제가 가야 되나요?
현우모 : 아버지가 크게 신세진 인사차 드리는 건데, 니가 들고 가서 드리는게 자연스럽지 않겠니? 요새 통 인사도 못드렸잖아.
현우 : (가기 싫지만) ...
현우모 : 니가 아무리 엄말 원망하고 그래도 엄만, 니 엄마로서 지금 처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해.
현우 : ...
현우모 : 신희어머니가... 약혼얘기를 꺼내실지도 모른다. 그럼 가만히 듣고 있어. 나한테 대들듯 그렇게 버릇없이 굴지말고.
현우 : (자포자기 심정으로 듣고 있고) ...
S#73. 신희방
화장대에 앉아서 거울보고 머리빗고 수선스러운 신희. 정희, 들어온다.
정희 : 내 이러구 있을줄 알았다.
신희 : 정희야, 나 머리 푸를까 묶을까?
정희 : 웬 수선이야. 현우오빠랑 오늘 처음 선보냐?
신희 : 그래두 약혼얘기 나오고 나선 처음보는거지. 아... 떨려...
정희 : (웃겨서) 언니두 정말 중증이야.
신희 : 너 빨리 거실에 가서 나 나오는거 녹화한 테잎 좀 앞으로 돌려놔. 이따 현우오빠 보여주게. 빨리!
정희 : 알았어. (나가고)
들뜬 신희. 콧노래 부르며 거울보고 있는데 핸드폰 울린다.
신희 : 오빤가? (전화 받아 상냥하게) 여보세요?
승재(F) : 나 지금 집 앞이야. 너 나오기 전엔 안 돌아갈테니까 그렇게 알어.
신희, 창문을 내다보면 승재가 보인다.
S#74. 신희집 앞 (이른 저녁)
기다리고 서있는 승재. 신희, 나온다.
신희, 현우와 마주칠까 급한 마음에 승재를 잡아끌며.
신희 : 이리 와요. 딴데 가서 얘기해!
승재 : (뿌리치며) 놓고 말해.
신희 : 빨리 오라니까.
S#75. 골목길 (이른 저녁)
현우의 차 골목으로 접어든다.
현우, 승재와 신희 본다. 나란히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둘이 잘 알고 있는 사이 같다.
현우, 너무 놀라운데 두사람 어느 길모퉁이로 돌아서 간다.
현우,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고.
S#76. 주택가 공터 (이른 저녁)
신희와 마주 서있는 승재.
승재, 신희 빤히 노려본다.
신희 : 뭐가 불만인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얘기해요. 지금 손님 오기로 했단 말야.
승재 : 지금 얘기해. 더 못 기다려.
신희 : (발끈) 도대체 뭐가 불만이야? 다른데로 옮겨 줬잖아요?
승재 : 다른데? 난 분명히 마케팅부로 해달라고 했어. 내가 창고에서 음료수 박스나 나를려고 니 부탁 들어줬는줄 알아?
신희 : 마케팅분지 어딘지 당장에 자리가 없으니까 그런거 아냐? 우선 넣어 주는데로 얌전히 좀 다닐 일이지
왜 이렇게 사람을 졸라대요? 피곤하게!
승재 : 이신희. 너 날 아주 우습게 보는 모양인데, 니 볼일 다 봤다구 나 막 취급하지마. 나, 가만 안 있어.
신희 : 막 취급은 누가... 아니, 듣자듣자 하니까? 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승재 : 협박? 나, 정현우 만나서 지금까지 모든 일들이 신희, 니가 시킨짓이었다고 말할 참인데, 그런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니?
신희 : 미쳤구나!
승재 : 자영이를 다시 만나서 정현우한테서 떼어놓으라고 시킨것도, 그 친구 어머니 만나는 자리에 일부러 자영이를 데리고 나와서
나랑 자영이가 무슨 특별한 사이인 것처럼 꾸민것도...
신희 : 박승재!
승재 : 거기다, 폭행으로 고소하고 신문에까지 나게 망신 준 이 모든게, 이신희 부탁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걸 알면
그 친구 어떻게 나올것 같아?
신희 : (파르르) 너 내가 누군줄 알구... 어따 대고 협박이야!
승재 : 너, 나 쉽게 생각하지 마. 나 같이 아무 것도 가진게 없는 놈은... 잃어버릴게 없으니까 무서울게 없거든.
신희 : (은근히 두려워지고)
승재 : 그러니까 약속을 지켜! 다음주 내로 마케팅 부서로 옮겨놓던지 아니며 이 모든 사태를 각오하던지.
두 사람 서있는 근처 담 옆에 몸을 숨긴채 충격과 놀라움으로 서있던 현우, 한걸음 다가설 듯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