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으로 자유여행을 떠나게 된 것이다. 타이트한 일정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여행이면 바쁠 아침 시간에 이렇게 글을 쓸 여유도 있으니 행복하다.
딸네 식구들과 4박6일의 방콕여행을 하자고 했을 때 어린아이들 넷을 데리고 어찌 해외여행을 할지 걱정이 많았다. 딸을 낳으면 비행기를 많이 탄다는데 셋이나 낳았으니 얼마나 떠날 수 있을지.
처음에는 8식구가 타일랜드를 패키지로 다니려고 했는데 둘째는 직장을 옮긴지 얼마 안 되어 휴가를 쓸 수 없고, 막내도 망설여 일단 미뤘었다. 그런데 막내네가 9월 11일이 결혼기념일이어 네 식구 방콕여행을 예매한 상황이었다. 막내딸은 남편이 힘들까봐 또 친정식구들은 편한 여행을 원했는데 사위 신경 쓰게 될까봐 말을 안 하고 있었다.
그런데 큰 딸네 두 집이 모였다 이미 방콕에 4식구 예약이 된 얘기가 나오자 큰딸이 숟가락을 얹어 자유여행으로 따라가면 안 되냐고 부탁하니 선뜻 사위가 허락했다. 하지만 속에선 이건 즐거운 여행이 아니라 신경 많이 쓰는 여행이란 각오를 하고 대답한 것이리라. 그리고 5번째 방콕으로 떠나는 막내딸은 이 럭셔리한 여행에 맨 날 고생만 하는 친정식구들을 데려오고 싶은 마음이 늘 있는데 언제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한다.
회사에 매어 못가는 큰사위가 6시부터 자가용으로 인천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막내 네는 공항버스보다 주차료가 더 싸다고 차를 주차해 놓고 떠났다. 3집 짐을 두 수레에 싣고 출국수속을 하려고 물으니 단체로 가능하다고 A14에서 수속하라고 했다
영유아 6살 아래 4명이 있고 70세 이상 노인도 있으니 가능했다. 얼마나 열악한 구성인지 여실히 드러났다. 비행기 타러 패스트 트랙으로 들어갔다. 유모차 두 대도 비행기 트랩까지 타고가 그들이 관리하다 내리니 꺼내놓고 기다리는 식으로 온갖 배려를 받았다. 우린 이런 제도가 있는지도 몰랐다.
자리도 34줄부터 9자리가 배정되었는데 세 아이들이 나란히 앉는 것이다. 보호자 없인 안 될 것 같아 엄마가 둘씩 보기로 해서 겨우 떨어져 앉았다. 얼마나 두 집이 자주 만나는지 친형제자매 이상으로 친하다.
우리 부부는 55명이 천연화장품 회사에서 단체여행을 하는 일행 옆에 앉았다. 가족 여행하는 게 부럽다. 네일한 손이 예쁘다. 호들갑을 떨면서 화장품을 팔려했지만 우리 딸들이 화장품 살 기회를 안준다고 일축해버렸다.
5시간 반의 비행시간은 적응할 만했다, 기내식 먹고, 양치질하며 다리 좀 펴고, 영화 1편 보고 끝나는데, 10시간 이상짜리가 문제다. 역시 단체로 입국수속을 마치니 쉐라톤 워커힐에서 9명이라고 밴으로 호텔까지 무료로 모셔왔다. 우린 자유여행 한다면 이동이 제일 문제인데 회원권 덕택인지 잘 이용을 했다.
짐을 풀고 주변 쇼핑센터를 걸은 뒤 6시부터 디너를 먹었다. 새우를 우리나라 바지락 넣듯 음식에 넣었고 향신료가 강했다. 주로 연어 참치 회와 쇠고기 양고기 스테이크 등 원재료를 살린 음식을 많이 먹었다. 우리나라 워커힐 뷔페의 1/3 가격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푸짐하게 먹으며 쉴 수 있어 템펜스킨 호텔 등 6성 호텔이라도 가격대비 저렴해 여름휴가엔 반이 한국사람 반이 일본사람이 찾는다.
그런데다 타일랜드 사람들이 친절하고 치안이 안전한 편이라 자유롭게 와서 쉬고 즐기다 돌아간다. 우리는 움직이려면 택시를 타고 다녀야하는데 길도 모르고, 영어로 소통하는데 그게 서툴러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유여행의 여유를 만끽하며 매 끼 맛 집을 찾아다니며 식사하고, 자연친화적인 동물들을 훈련시켜 방사한 곳에서 노루 코끼리 기린 원숭이에게 직접 먹이를 주자 아이들은 겁도 없이 바나나 옥수수 당근을 사서 주며 웃어댔다. 우리 부부는 혹시 동물의 본성이 나타나 해칠까봐 조마조마하며 애들을 지켰다.
코끼리를 탄 남자가 물속을 누비는 코끼리 쇼를 보고 코끼리 코를 직접 만져봤다. 나무처럼 빳빳해 놀라웠다. 오후엔 멧돼지부터 호랑이들까지 10여 종류 짐승들의 쇼를 보았다. 국상 중인 왕궁을 갔더니 상복을 입고 추모하는 행렬이 길었다. 국민들이 진심으로 믿고 따르던 왕에 대한 슬픔이 얼굴 가득했고, 한 번도 침략을 받지 않은 평화로운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돈을 건네면 두 손으로 감싸 감사하다며 선량하게 웃는 그들이 왜 행복지수가 높은지 알 수 있었다. 늘 웃고 아기를 보면 예뻐하는 그들을 보며 우린 던져주듯 대접하고 조금만 불이익을 당하면 화를 내서 서울 거리를 걸으면 왜 그렇게 싸운 사람들 같으냐고 외국인이 말한다는 이유가 이해되었다.
아침저녁 스파도 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걸으며 넉넉하게 얘기했고 가족들과 깊은 정을 나눴다. 사위가 힘들었는지 물리치료를 받았다고 하여 마음 아파하니 가기 전부터 어깨가 안 좋았다고 하는데 우리 때문에 심신이 힘들었을 것이 분명한데 둘러대는 것 같았다.
여행이 자유로우니 영혼도 자유로워지는 럭셔리 시간을 보내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