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피랑 블루스/ 박남용
동쪽에 있는 비탈이라고 해서 동피랑이라는 산동네
통영항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
아침에는 이별이 있고 밤에는 만남이 있는 곳
높은 언덕 비탈 마을에 화색이 돌고 있다
쪽방 창살도 굳게 잠긴 대문도 열리지 않는데
자물쇠 굳이 채우지 않아도
빈집처럼 사람이 살지 않을 것 같은 마을
비바람에 풍화된 낡은 담벼락 세멘 벽에
노을이 지상에 내려와 수놓은 것일까
살다 떠나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일까
살아온 지난날들이 잔잔한 파도였을까
가슴 뜨거운 사람들이 다시 벽화를 그리고 있다
동피랑길 주소가 저마다 눈부시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아픔을 넣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기억을 기어
푸른 구름과 푸른 바다를 기워 넣었는가
몽마르트가 동피르트가 되어 어린왕자의 꿈이 살아난 듯
하얀 날개 달고 물고기가 펄떡거리며
골목골목 상기된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이제는 점점 사라져가며
지나간 기억들을 다시 모으고 있다
옛 동포루 있는 자리에 집이 헐리고
동피랑 구판장 비치파라솔 의자에도
동피랑 마을에 꿈이 있음을
동피랑 마을에 사랑이 있음을
어정거리다 다시 내려가야 하는 길
중앙시장과 충무김밥이 기다려지는 곳
그곳은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사람의 불빛을 모으며 춤을 추고 있다
-《시와사람》2010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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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예찬 풍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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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용] 동피랑 블루스
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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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1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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