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선과 충돌한 소행성, 1천톤을 우주로 뿜었다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에서 우주선이 소행성에 충돌한 충격으로 우주로 날아간 암석과 먼지는 200만파운드(약 1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이는 열차의 객차 6~7량을 채울 수 있는 분량이라고 밝혔다.
11월 30일에 찍은 디디모스-디모르포스 쌍소행성. 디모르포스에서 분출물이 형성한 꼬리가 보인다. 나사 제공© 제공: 한겨레
당시 다트(DART, ‘쌍소행성 궤도 변경 실험’의 영문 약자) 우주선은 지구와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소행성 디모르포스에 초속 6.25㎞(시속 2만2530km)의 속도로 충돌했다. 이는 음속의 20배에 가까운 속도다. 충돌 지점은 디모르포스의 중심에 17m 떨어진 지점이었다.
나사는 최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추계학술회의에서 우주선 충돌 당시 분출된 물질에 대한 예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소행성 충돌에 사용한 다트 우주선은 골프 카트 크기로 충돌 시점의 무게는 570kg이었으며, 우주선이 충돌한 디모르포스는 지름 163m다.
우주선이 소행성에 충돌하고 2분이 지난 후 리차큐브 위성이 찍은 사진. 나사 제공© 제공: 한겨레
당시 우주선 충돌로 발생한 힘에 의해 디모르포스가 모천체인 지름 780m의 디디모스를 공전하는 궤도 주기가 11시간 55분에서 약 32분 단축됐다. 이는 나사가 애초 예상한 10분 단축보다 3배나 더 큰 효과였다. 또 충격으로 튕겨나간 분출물이 혜성처럼 5만km에 이르는 긴 꼬리를 형성했다.
나사는 우주선 충돌 직후 이탈리아 위성 리차큐브(LICIACube)가 촬영한 사진과 지상 및 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를 토대로 분출물의 성분과 특성을 추정했다. 그 결과 디디모스의 표면은 지구 운석에서 가장 흔히 발견되는 콘드라이트와 같은 성분이며, 커다란 바위 형태가 아닌 작은 돌조각들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천체인 디디모스도 비슷한 물질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트 우주선이 충돌 2초 전 12km 떨어진 곳에서 찍은 소행성 디모르포스의 마지막 사진. 사진에 담긴 영역은 31미터다. 나사 제공© 제공: 한겨레
우주선보다 분출물 역할이 더 컸다
나사는 이런 밀도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우주선이 디모르포스에 충돌했을 때 전달된 운동 에너지는 소행성이 분출물을 생성하지 않았을 때보다 3.6배 더 컸으며, 소행성을 움직이는 데는 우주선보다 분출물이 더 많은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나사의 다트 조사팀장 앤디 청은 “분출물이 풍선에서 나오는 공기가 풍선을 반대방향으로 날려보내듯 소행성을 반대 방향으로 밀어냈다”고 설명했다. 소행성에서 튀어 나오는 물질이 ‘작용-반작용’으로 마치 로켓 추진 역할을 하면서 소행성의 속도 변화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나사는 이번 실험 결과에서 얻은 운동량, 소행성 밀도 등의 데이터가 앞으로 소행성의 방향을 바꾸는 우주선을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지구 방어 전략을 세우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