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10월 개천절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물론 저는 오늘도 일하죠. 개천절 연휴를 떠나 일요일이지만, 집에서 업무 보죠.
국감이라고, 각종 국가기관에서 감사를 위한 점자 자료를 주문 넣거든요. 납품 일수 타이트하게 잡아서는...
그래도 쉬는 날인데, 책 감상은 올려야지 싶어서 등록합니다.
도서명: 호신술 클럽
저자: 김지윤
* 이 책은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구비되어 있습니다.
* 소개글 서평
이번에 읽은 작품도 힐링 소설이다. 개인적으로 즐겨보는 장르 중 비중이 한결같이 높은 이 분야.
은연중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건지, 그냥 취향인 건지, 관성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확실한 건 이런 류의 작품이 참 편하고 좋다는 것이다. 가벼우면서도 묵직하고, 유머와 재치가 있는데 곱씹게 되는 무게감을 드러내는 글.
이 작품은 전자도서 플랫폼 ‘밀리의 서재’ 오리지널이라고 한다. ‘밀리 로드’라고 연재 소설 볼 수 있는 곳에서 처음 접했다. 그런데 우연히 책 출간 홍보를 보게 되어 당장에 전자책을 다운받아 읽기 시작했다.
호신술의 기본은 도망, 위험이 닥치면 이곳으로 - 《호신술 클럽》
소설의 중심 인물 ‘최정도’는 부친에게 이어받은 태권도장을 꾸려가고 있다. 본래 태극 마크를 어깨에 달았던 국가대표 출신이었으나, 착지 실수로 인한 부상으로 동네 태권도장에 착지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어 수업이나 줄넘기 등 다른 학습 콘텐츠와 병행하는 태권도장에 밀려 그의 도장은 나날이 경영 부진을 갱신 중이다. 월세 걱정에, 은행 대출 문제까지 여러 모로 위기에 봉착한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친구인지 웬수인지 알 수 없는 녀석이 찾아와서는 태권도장을 인수해 프로 격투기인지 뭔지 하는 체육관을 만들겠다고 알짱거리기까지 하는데...
정도는 태권도장을 지키기 위해 고민 끝에 ‘호신술 클럽’을 열어 생도를 모집한다. 그런데 이 호신술 클럽, 뭔가 범상치가 않다. 일단 관훈부터가 그랬다.
��� “우리 호신술 클럽의 관훈은 ‘도망’입니다!”
자고로 가훈이든 관훈이든 교훈이든, 좀 멋진 게 정석이다. 그게 왕도 아닌가? ‘스스로 지키기’, ‘나를 보호하기’ 등 좀 그럴싸하고 멋진 문구는 어디 가고 모양새 빠지게 웬 ‘도망’이란 말인가?
하지만 이 소설은 정도를 추구하는지 호신술의 목적과 의도부터 땅땅 정의하고 시작한다. 별로 멋지지는 않지만, 올바른 정의이긴 하다.
그런데 유별난 건 1기 생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선 모집 인원도 변변치 못하다. 입관신청서가 단 2장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호신술 클럽 첫 수업에 생도는 둘뿐이었다. 운동 경험 없는 52세 ‘박원상’과 힘든 운동은 싫은 25살 ‘임다정’이 그들이다. 뭐랄까, 호신술에 대한 의욕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어 보이는 생도, 꼴랑 둘이라니! 이 호신술 수업, 이대로 괜찮은가?
심지어 둘 다 ‘운동 경험 무’란다. 원상은 공원에서 허리 돌리기 운동하다 담 걸린 적 있다고 하고, 다정은 숨 차는 운동은 살면서 해본 적이 없단다. 이런 걸 ‘총체적 난국’이라고 하지 않을까?
그래도 정도는 ‘입관신청서’의 소중함을 알기에 실망하지 않고 성실하게 수업을 준비한다. 그리고 ‘하이야!’ 기합과 함께 열정적으로 지도한다. 그런데 성실함과 열정이 좀 과해서, 수업 강도가 은근히 있는 편이다. 소설 읽다가, 저러다 있던 생도도 1회 수업 듣고 다 떨어져 나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래도 어찌저찌 호신술 수업이 이어지고, 나중에 25살 아이돌 연습생 ‘강은성’과 범인 제압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이슈가 된 여경 ‘여해진’이 합류해 생도도 둘이 아닌 네 명이 되었다. 태권도장 안을 울리는 ‘하이야~!’ 하는 기합 소리도 더욱 커진다. 그를 통해 원상과 다정, 은성과 해진은 각자 자신이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삶의 트라우마, 고민, 상처 등을 마주하고 이겨내게 되는데...
한편 정도 역시 호신술 수업을 진행하며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나를 지키는 기술을 배우는 호신술 클럽. 이 수업의 끝은 과연 어떻게 될까?
《호신술 클럽》 - 세상살이 위험에서 나를 지키는 ‘정도(正途)’를 담은 소설
��� “「호신술 클럽 1기 모집」 / 나를 지키고 싶은 사람 / 더 나아가 마음까지도 지키고 싶은 사람 / 한 번쯤은 세상에 기합을 넣고 싶은 사람 / 제대로 바닥을 쳤다면 낙법 치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사람”
책에서 등장하는 호신술 클럽 1기 모집 전단지의 일부 내용이다. 문구가 제법 매력적이다. 단순히 물리적인 공격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쳐주겠다는 것을 넘어 스스로를 지키고 삶을 대면할 용기를 주겠다는 묵직한 메시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 정도가 스스로를 ‘무도인’이라 칭하며 뭔가 현대 사회에 안 맞게 구는 태도가 연상되어 피식 실소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소설 《호신술 클럽》은 조금 특별한 수업을 진행하며 세상살이에 지친 생도들에게 다시 일어날 용기를 주는 구성이다. 호신술 수업의 각 회차마다 나오는 주제에 맞춰 각 인물이 겪은 좌절과 상처가 드러나고 해소되는 식인데 꽤나 절묘하게 엮었구나 하는 감탄이 나온다.
가령 ‘낙법의 이해’에서는 꽈배기 전문점을 운영하는 원상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집안 경제에 좀 더 도움이 될까 싶은 마음으로 세차장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웬 인성 터진 개차반 놈과 얽혀 외국산 자동차 좀 훼손했다고 주먹질을 당했다. 돈으로 배상하는 대신 말이다. 자금 손실은 없긴 했으나, 그 일로 원상의 몸과 마음에는 큰 상처가 생겼다. 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 혹은 자존심.
원상이 호신술 클럽에 입관한 이유는 아내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우울증 겪는 은둔형 외토리처럼 변한 모습에 저러다 진짜 잘못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그리고 바닥을 친 원상의 마음은 낙법을 배우면서 다시 일어날 계기를 얻는다.
��� “낙법은 바닥을 치고 다시 일어나는 겁니다. 바닥을 쳤다고 그대로 누워 있으면 안 돼요. 낙법은 치고, 일어나는 데 의미가 있어요. 꼭 다시 일어나야 돼요.”
이 소설 보면서 나도 ‘낙법’의 의미를 배웠다. 넘어지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 잘 넘어져서 다시 잘 일어나는 데 중점을 둔다는 것을...
이어서 ‘적의 이해’에서는 취준생 다정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취업의 문턱이 높고도 높아서, 맨날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하는 상황이다. 성공하고 싶지만 그 기회마저 쉽게 오지 않았다. 그러다 SNS 영상을 보고 별세상 같은 그들의 일상에 괜히 자격지심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 그 감정을 애꿎게 부모님에게 풀고 나서, 거듭 자책하고 어쩔 줄 모르는 악순환이었다. 그녀 스스로도 잘못인 걸 알지만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 꽉 막힌 답답한 상황을 상징하는 게 바로 다정이 야간 근무하는 편의점의 카운터 뒤쪽에 세워진 가벽 형태의 ‘담배 판매대’였다. 그런 나날 속에 호신술 클럽에서 ‘적’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적이란, 맞서야 하는 대상이다. 그러나 호신술 클럽에서는 싸우기에 앞서 ‘적을 이해하라’는 주문을 한다. 내가 맞서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 아니 그 전에 과연 주먹을 뻗을 가치가 있는 ‘적’인지...?
다정은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결국 깨닫는다. 자신이 괜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SNS 영상 속의 이들과는 평생 만날 일 없다. 그런 그들에게 자격지심을 불태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다정의 이야기를 다룬 이 대목에서는 올바르게 분노하는 법, 진짜로 부당한 것, 그리고 그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 손가락 꺾듯 확 꺾어버리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 같다.
한편 ‘안전거리의 이해’에서는 도장의 사범 정도의 과거를 설핏 엿볼 수 있었다. 다른 이야기에서 모락모락 연기만 피우다가 그의 첫사랑 해진의 등장과 함께 수면으로 부상한 것이다.
해진은 여경이다. 하지만 최근 범인 제압 과정에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흉기를 든 범인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해서 머뭇거리다가 겨우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멈칫한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경찰로서의 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에 처했다. 그녀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친구이자 옛 연인 정도의 호신술 클럽을 찾았다. 호신술 수업 주제가 안전거리인데, 상대와 나와의 안전거리뿐 아니라, 인간적인 관계 또는 헤어진 연인 관계에 있어서의 안전거리도 나타내는 이중적인 의미 같다. 그리고 정도의 트라우마는 ‘급소의 이해’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야기의 다섯 요소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중 ‘위기’랄까?
‘기합의 이해’에서는 전직 아이돌 연습생 은성의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그의 사연은 취준생 다정과 비슷하다. 은성은 꿈을 위해 서울에 상경했다. 연습생이 되고 데뷔조에도 들었다. 조만간 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스타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꿈이 코앞에 왔다고 생각했을 때 소속사 대표는 그에게 ‘성적인 접대’를 요구했다.
그런 일련의 사건 끝에 은성은 소속사를 뛰쳐나왔다. 그는 호신술 클럽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용기를 내어 세상에 ‘기합’을 외친다. 전직 로펌 사무장이었던 원상이 자신의 변호사 딸에게 부탁해 사건을 수임하고, 경찰 해진이 현장 상황을 공유하며 뛰어다닌다. 다정은 댓글로 열심히 SNS 활동을 하고, 정도는 묵묵히 뒤에서 은성을 지탱하는 힘이 되어준다.
그렇지만 《호신술 클럽》은 그저 도망치라고만 권하지 않는다. 마지막 에피소드 ‘정면 승부의 이해’에서 정도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맞서는 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신술은 위협에서 벗어나는 기술이다. 위험에 직면했을 때 취하는 방법은 여럿인데, 첫째 도망치기, 둘째 도움 요청하기, 셋째 도망칠 시간 혹은 지원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공격 등이다. 그렇다. 결국 언제까지 도망만 칠 수는 없다. 언제고 맞서야 하는 순간은 찾아오고, 그 시점이 닥쳤을 때 좀 덜 위험하게 싸우기 위한 기술이 ‘호신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호신술의 기술 중 하나가 바로 ‘연대’라고, 소설의 끝에서 넌짓이 일러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팍팍한 삶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그렸지만, 문장 틈틈이 유머러스함을 채워 결코 침울함에 빠지지 않게 만든다. 마치 숭숭 뚫린 현무암으로 세운 담장 같다. 제주도의 현무암 담장은 거센 해풍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암석에 뚫린 구멍이 바람길이 되어 해풍을 흘려보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의 단점은 글쎄,...?
우선 오탈자를 꼽고 싶다. 다른 건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는데, 이따금 인물 이름에 오류가 나올 때면 잘 읽던 흐름이 파삭 깨진다. 대표적으로 주요 인물 최정도를 ‘정 관장’이라고 지칭한다거나, 호신술 클럽 멤버 은성의 성씨가 ‘강’이었다가 ‘차’였다가 하는 대목이 그랬다.
또 하나는, 다소 불필요하다 싶은 캐릭터 등장이다. 이름은 까먹었는데, 대표적으로 정도의 웬수 친구를 들 수 있겠다. 초반에 등장해 정도에게 위기 의식을 심어주고, 중반에 또 등장해 태권도장 근처를 맴도는 ‘수상한 인물’에 대해 알려주는 게 역할의 전부. 이 허당스러운 캐릭터 왜 있는 거지?
이런 의문과 아쉬움을 제외하면, 김지윤 작가의 《호신술 클럽》은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을 향한 애정 어린 응원을 담은 다정한 소설이었다. 거친 세상 속에서 자신의 마음과 일상을 지켜내는 ‘삶의 호신술’도 덤으로 배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