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약은 없나요?
하천변을 걸으니 날씨가 포근하다. 돌다리 위에서 여고생쯤으로 보이는 두 여자아이가 앉아 양말을 벗고 물에다 발을 담그며 껄깔거린다.
"춥지 않니?"
"안추워요."
하긴 니들때면 심장이 불탈텐데 얼음속에 들어간들 춥겠니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나마 풀린 날씨탓이다.
어릴적 어른들에게서 들은 말 "바깥날씨가 한데같다." 아니 바깥이나 한데나 뭐가 다른의미일까?
나는 아직도 그 말의 진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한데'란 사전에서 '하늘을 가리지 않은 곳, 노천(露天)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아무튼 봄이 다가오려는지 기온의 분위기가 심상찮다. 어느 기상학자의 말을 들으니 올봄은 조금 빨리올 것 같다고 하였다. 지구온난화를 전제로 두면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다.
발목이 좋지 않아 소염제를 사려고 약국에 들렸다. 언젠가 줏어들은 소염제 약품중 비스테로이드성과 항류마티즘 성분의 중간인 소량의 스테로이드제 성분을 달라고 하였더니 그런게 없다고 한다.
류머티즘으로 처방되는 약 중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는 관절통증은 완화시켜주지만, 근본적 치료는 하지못하는데, 항류머티즘 약은 통증을 완화시키지는 못하는 반면, 치유와 거의 흡사한 형태로 유지할 수 있다. 그것들 사이에 위치하는 약이 소량의 스테로이드제라고 들었다.
그래서 항류머티즘 약을 달랬더니 약사가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 진열장에서 약을 찾아서 주었다.
아런 경우 내가 약에 대해 뭘 알겠냐마는 그냥 아는체 한번 질러보는 것이 아니라, 엿장수 였떼어 팔듯, 약사가 아무거나 주는걸 받는게 아니라, 약사에게서 내게 꼭필요한 성분의 약을 찾아 내도록 유도를 하는 것이다.
내친김에 약사에게 물었다.
"전번 병원에서 처방한 성분이 소염제이던데 그렇다면 내가 약국에서 바로 구매하는 약성분과 어떻게 달라요?"
약사의 대답은 이랬다.
"비슷한 성분이지만 병원처방전에서는 약성분의 구체적 효능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처방을 하니 아무래도 치료가 빨라지겠지요. 이약 잘안들으면 병원 처방 받으시는게 좋아요."
대략 그럴거란 생각을 못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그래도 확신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한다고 하였것다. 그러나 갈수록 시든 형태로 변해가는 우리네 심신을 활짝 피게할 세월에 찌든 특효약은 없는걸까? 까짓 오래 살아 뭐할건데 하면서도 소심해지는 가슴이 불편해서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