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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나흘 앞둔 MBC 김보슬 PD가 검찰에 긴급체포 되었습니다.
<PD수첩> '광우병편'의 명예훼손 혐의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 이송된 김보슬 PD는 서초경찰서 유치장에 입감되어 오늘밤을 보내게 됩니다.
먼저 체포되어 검찰과 경찰에 48시간 유치되었던 이춘근 PD의 경험담을 전합니다.
김보슬 PD도 오늘밤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될 것 같습니다.
원래 이 글은 시사IN 지면에 실릴 예정이었지만, 지면 사정상 실리지 못했습니다.
지난주에 신경민 앵커와 김미화 MC 교체껀이 논란이 되어, 그 부분에 포인트를 두다 보니 이에 대한 이야기는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PD와 작가들이 검찰 수사에 왜 반발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춘근 PD의 못다한 말을 '독설닷컴'을 통해 전합니다.
이춘근 PD가 검찰에 긴급 체포되기 직전에 찍었던 사진이다. 오른쪽이 김보슬 PD다.
글 - 이춘근 (MBC PD) 쇠창살 사이 조그만 구멍으로 아침식사가 들어온다.
단무지에 김치 그리고 밥. 고기반찬까지 바란 건 아니지만 체납 한 번 안한 성실납세자에게 1식 3찬은 줘야하는 거 아닌가. 그래도 무서운 검사님들하고 하루를 보내려면 먹어야 한다.
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다.
납치하듯 체포한 뒤 유치장에서의 하룻밤 그리고 수갑까지...
대통령의 외교정책, 굴욕적인 협상에 문제가 있다고 방송한 일밖에 없는데, 오호통재라 창졸지간에 나는 흉악범이 되어있었다.
질질 끌려 서초경찰서 로비에 나오니, ‘이춘근을 석방하라!’고 외치는 동료들과 수많은 카메라가 보인다. ‘언론자유 지켜내고 민주주의 수호하자!’는 나의 절규를 저들은 들었을까? ‘춘근아! 니 와이프 와 있어. 와이프...’ 누군지 모를 목소리 사이로 호송차량의 문이 쾅하고 닫힌다.
면회도 금지시키고 인터뷰도 못하게 한 영감님께서 <PD수첩>이 의도적인 왜곡을 해서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민동석 차관보의 명예를 훼손시킨 거 아니냐고 따진다.
‘검찰은 거짓말한 적이 있을지 몰라도 <PD수첩>은 지난 20년간 거짓말 한 적이 없습니다. 능력이 부족해서 비판하지 못한 것은 있을지 몰라도, 외압 때문에 좌지우지되거나 거짓말한 적은 없습니다.’
목구멍까지 말이 차오르지만 꾸욱 참는다. 검찰에서의 묵비권 행사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800회가 넘는 방송을 하면서 <PD수첩>은 참 많이도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
놀랍게도 <PD수첩>제작진은 지난 20년간 모든 명예훼손사건에 대해 성실히 검찰의 조사에 응했다. <PD수첩>이 성역이냐며 숨넘어가는 분들 검찰에 물어보시라.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
팀장이었던 조능희PD는 모 건설회사 회장의 개인비리를 고발하다가 명예훼손 소송당한 적이 있다. 조PD는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해 성실히 조사에 임했다. 김보슬PD는 황우석 방송 후 소송에서 피의자도 아닌 참고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진출두해서 성실하게 조사받았다. 지금까지 <PD수첩>제작진이 검찰수사에 성실히 응했던 것은 건설사 회장이든 황우석 박사든 모두 사인(私人)인 ‘개인’의 명예훼손에 관련한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이 방송 때문에 인격권을 침해당했다 생각하면,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기회를 주어야한다는 게 법의 정신일 것이며, <PD수첩>은 이 정신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우병 편 방송은 특정 개인의 잘못을 지적한 프로그램이 아니다.
<PD수첩>은 언론에 주어진 의무인 정부에 대한 감시기능에 충실했을 뿐이고, 대다수 법률가들은 이 방송에 대한 개인명예훼손은 성립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속협상한 공직자들이 정식으로 고소하고, 총리가 처벌해야 한다며 주장하고,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서는 것은 비판언론 손봐주기, 언론탄압에 다름 아니다.
정운천, 민동석 씨가 정말로 따져야 할 대상은 <PD수첩>이 아니다. <PD수첩> 광우병 편 1시간 동안 정운천 전 장관은 이름 한 번 나오지 않는다. 정운천 씨의 명예훼손은 이유가 없다. 도대체 왜 고소한 걸까 의문마저 든다.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졌던 중요한 협상, 통상 전문 외교관인 민동석 씨의 의견을 묵살하고 협상을 타결하게 만든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민동석 씨는 잘못된 협상을 알린 <PD수첩>이 아니라 잘못된 협상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사람을 찾아가 따져야한다. 바로 그 사람이 민동석 차관보의 명예를 더럽힌 사람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협상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전문가 민동석 차관보의 의견을 묵살할 수 있는 사람은 손가락에 꼽힌다. 내 상식으론 정운천 장관, 한승수 총리, 이명박 대통령 이 세 사람밖에 없다.
인터뷰 당시 누가 대통령 방미에 맞춰 협상을 타결하라고 종용했는지 묻지 않았다. 민동석 씨도 아마 지금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4년 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누가 민동석 씨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때가 되면 입을 열어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그것이 그간 민동석 차관보에게 월급을 준 국민에 대한 도리이며 스스로의 명예를 되찾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년 후 어떤 방송도 어떤 신문도 민동석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주저하지 말고 <PD수첩>을 찾아오시길 바란다. 검찰보다 개인의 인격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PD수첩>은 실추된 명예를 되찾고 이면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 밝히는데 발 벗고 나설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에 'Mad Bullying Disease'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니셜만 따면 ‘MBD'다. 무슨 뜻일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기자의 재치에 박수가 저절로 쳐졌다. 글로 쓰면 또 대통령께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까봐 부러 적지는 않겠다.
이 기사는 미네르바 박대성, 노종면 YTN 지부장과 필자의 체포와 구속을 알리며 한국의 언론자유가 공격받고 있음을 고발하는 내용의 기사이다.
이코노미스트 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스스로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고발해야 하는 입장은 참으로 곤혹스러웠다. 하지만 누군가는 알려야 할 일이었다.
'MB takes himself as a king not as a president that's what Korean people say these days.' 이코노미스트 지 기자가 기사화하지 않은 인터뷰 중 하나다.
대통령께 토목공사 매뉴얼만 보지 마시고 역사서 좀 읽으시라 권해드리고 싶다. 독재를 행한 지도자는 왕이든 대통령이든 그 어떤 지위였던 간에 그 말로가 참으로 비참했음을 상기시켜 드리고 싶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또 한 명의 전직대통령을 존경할 수 없는 대통령 리스트에 추가해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 영원한 권력은 없는 법. 전직대통령이 수사대상이 된 현실이 현직에 있는 대통령의 타산지석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