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초에 로마 원로원은 민주주의적 의회가 아니었다. 매년 두 명씩 뽑히는 새로운 집정관을 돕는 재력가, 유명인, 그리고 과거 관료들로 구성된 자문기관일 뿐이다. 말 그대로 힘 좀 쓰는 어르신들의 모임이었다. 아테네에서 시작된 직접 민주주의의 영향을 받은 로마 공화정의 진정한 의회는 서민들로 구성된 민회였다. 민회는 법을 통과시키고 집정관과 원로원의 권력을 통제하며 군을 지위하는 장소였다.
하지만 민회는 어르신들과의 싸움에서 밀렸고,급기야 망해가는 공화정을 재건하겠다라는 옥타비아누스의 거짓말로 시작된 로마제국 건립 후 역사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148~149)
2.
미래 민주주의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아마도 '유산적 문제'와 불평등일 것이다. 유산적 문제란 무엇인가? 1791년 제정된 미국 헌번 수정 제2조에 의하면 자유로운 안보를 위해 무기를 소장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다. 이 조항이 만들어진 시기는 영국과 독립전쟁을 불과 몇 년 전에 치렀고, 아직 중앙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땅들로 둘러싸였던 18세기였다.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이해될 만한 법이다. 하지만 다양한 인종, 문화, 사회, 경제적 배경을 가진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의 공동체에서 여전히 개인이 돌격 소총을 소유하고 공공장소에서 무기를 휴대할 수 있다는 것은 난센스이다. 전통적인 유산적 문제의 결과물인 것이다. (154)
3.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불평등이다. 대부분 평범한 농부들로 구성됐던 로마의 민회는 언제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을까? 로마가 팽창하는 만큼 나라는 부자가 되지만 로마는 더 이상 시민들의 나라가 아니었다. 토론하고 투표하던 자존심 강한 로마인들은 비굴하고 책임감 없는 노예로 변해갔다. (154~155)
4.
로마는 정말 왜 멸망했을까? 첫째, 애국, 검소, 그리고 신앙을 기반으로 세워진 제국이 후손들의 사치와 국제화, 그리고 도덕적 상대주의 때문에 멸망했다. 둘째, 선조들의 종교를 포기했기 때문이다. 셋째, 로마 멸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군사적 퇴보이다. 초기 제국시대 로마군은 시민으로 구성된 보병이었다. 강력한 기강, 지옥 같은 훈련, 최첨단 무기로 무장한 로마 군단은 무적이었다. 그런데 제국이 확장하면서 용병과 기마병 위주로 군 구조가 바뀌자 국방력에 구멍이 났고 멸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