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스 앤 웨슨은 리볼버의 제작업체로 명성을 날려왔다. 그러나 2차대전을 겪으면서 미국에서는 자동권총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전쟁의 기념품으로 참전용사들이 수많은 독일제 자동권총들을 가져오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해졌다. 게다가 더 큰 관심은 바로 미군이었다. 당시 밀리터리 & 폴리스 리볼버와 모델 1911A1 자동권총을 제식으로 사용하던 미군은 9x19mm 파라블럼탄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NATO와 탄환을 통일하기로 하였으므로 당연히 미군도 머지 않아 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권총을 채용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수많은 참전 장병들이 노획한 P38 자동권총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출처: Public Domain>
2차대전 이후 S&W은 전시 계약의 결과로 꽤나 충분한 자금의 여유를 갖고 있었다. 그 덕분에 다양한 리볼버들을 개발할 수 있었다. 특히 웨슨 가문이 대대로 유지해오던 회사의 사장 직이 최초로 웨슨 가문 이외의 사람에게 주어졌는데 그 주인공은 바로 칼 헬스트롬(Carl R Hellstrom, 1895-1963)이었다. 헬스트롬은 S&W사의 엔지니어로 다양한 총기를 개발해왔으며,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치프 스페셜을 포함하여 다양한 총기의 개발을 주도했다. 그리고 당연히 자금과 역량을 갖춘 헬스트롬은 1946년부터 자동권총의 개발을 시작했다.
스미스 & 웨슨 경영진의 모습. 맨 오른쪽이 헬스트롬 사장이다. <출처: Smith & Wesson>
S&W은 당연히 9mm 파라블럼 탄을 발사하는 자동권총을 만들고자 했고, 그래서 새로운 권총을 그냥 "9mm 오토매틱(Automatic)"이라고 불렀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고 대중적인 9mm 자동권총은 바로 발터 P38이었다. 해머를 손으로 젖히지 않고도 첫발을 더블액션으로 발사하고 이후는 싱글액션으로 사격하는 더블액션 방식의 권총으로 가장 성공적이었던 것이 P38이었기 때문에, S&W이 P38을 개발의 베이스로 삼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조셉 노만(Joseph Norman)이 신형 자동권총의 개발을 담당했다. 그리하여 1954년 M39 자동권총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1955년 발매된 초기형 '9mm 오토매틱' 권총 <출처: icollector.com>
M39 권총은 애초부터 군용 권총시장을 겨냥하고 만들어졌다. 프레임에 알루미늄 합금을 채용하여 무게를 줄였으며, 장탄수도 9발로 준수한 편이었다. 1950년대 당시의 9mm 군용 권총을 살펴보면 발터 P1, 베레타 M951, 스타 슈퍼, MAC Mle1950 등이 있었다. S&W M39는 9mm 권총치고 상대적으로 크기가 큰 편이었지만, NATO 규격에서 요구하는 모든 성능을 갖췄다. 특히 다른 총기에 비하여 인체공학적으로 만들어져 손잡이를 쥐는 각도나 사격감각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M39 권총은 인체공학적인 설계와 부드러운 작동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여전히 개량이 필요했다. <출처: icollector.com>
M39 자동권총은 1955년에 최초로 발매되었지만 커다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초기에 제작된 모델은 강철 프레임과 알루미늄 합금 프레임 2가지로 생산되었는데, 강철 프레임의 권총은 불과 1천정 미만이 생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M39에 바탕하여 더블액션이 아니라 싱글액션으로만 만들어진 M44도 발매되었는데, 역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아주 극소량만이 생산되어 희귀한 총기로 평가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델 39는 발매 초기에는 "9mm 오토매틱"으로 불리었으며, 1957년 S&W이 자사 총기들에게 번호분류체계를 부여하면서 모델 39로 불리게 되었다.
스미스 & 웨슨 M39(위)와 개량형인 M39-2(아래) <출처: Public Domain>
M39는 뛰어난 총기였지만 완벽한 것도 아니었다. 초기의 탄피갈퀴 설계는 신뢰성이 낮다고 평가되면서 설계변경을 거쳐 M39-2가 발매되었다. M39에는 좌우편차를 조절할 수 있는 가늠자가 장착되었는데, M39-2에서는 기능이 조금 더 가다듬어졌다. 한편 M39-2부터는 니켈 표면처리 모델도 발매되었다. 또한 피드 램프(feed ramp)의 설계도 완벽하지 않아 할로우포인트 탄을 장전하기 쉽지 않았다. 총기장인들은 원활한 급탄을 위해서 램프를 일일이 갈아내기도 했지만, 결국 M39-2에서는 형상을 바꿈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1971년 M39-2가 발매되자 S&W의 자동권총에 대한 대중의 인식도 점차 좋아지게 되었다.
M59 자동권총 <출처: Gun Store Bunker>
한편 M39는 다시 한 번 진화하게 된다. 작은 수량이나마 베트남 전에서 M39가 채용되면서 S&W은 M39 설계를 또다시 손보게 되었다. M39는 실팀에 의해 사용되었는데, 소음기 전용의 허쉬퍼피로 개조되거나 개조 없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한편 미 해군에서 M39의 탄창 용량을 늘려달라는 요구에 따라 1965년 S&W은 14발 탄창을 채용한 모델을 시범적으로 납품했으나 계약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S&W은 실망하지 않고 해군 납품용 신형권총을 민수화하여 1971년 모델 59이 발매되었다. M59가 발매된 이후 M39와 M59는 S&W의 대표적인 자동권총으로 이후 10여년간 자리를 지켜왔다.
해외에서 DP51로 판매되는 K5 자동권총 <출처: Public Domain>
M39와 M59는 우리와도 관계가 깊다. 현재 대한민국 육군의 제식권총인 K5 권총은 기본적으로 M59의 형상을 참조하여 만들어졌으며, 심지어는 M59와 탄창조차 호환될 정도이다. M59 자동권총은 더블액션의 초탄발사에서 방아쇠 무게가 매우 무겁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K5는 패스트액션 작동방식을 채용하여 M59의 한계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다.
특징
스미스 & 웨슨 모델 39 권총의 소개영상 <출처: 유튜브>
M39는 전형적인 더블액션 권총으로 가히 P38을 미국적으로 해석한 권총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디코킹 레버 겸 안전장치는 발터 P38처럼 슬라이드 왼쪽에 장착되었다. 레버가 작동하면 파이어링핀이 격리됨과 동시에 해머를 안전히 내려준다. 쇼트 리코일은 P38의 로킹블럭(locking block) 방식을 채용하지 않고, 브라우닝 하이파워 권총에서 사용되었던 캠 방식을 채용하여 간단하고도 효율적이면서도 가벼운 구조를 유지하도록 했다.
M39 권총의 분해도 <출처: 필자>
1950년대 개발된 자동권총 치고는 우수했지만 신뢰성이 매우 높은 편은 아니었다. 25야드까지 사격은 정확했으나 50야드의 사격에서는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이로 인하여 S&W는 1961년에 모델 39의 총열을 5인치로 늘린 모델 52를 발매하기도 했다. 방아쇠 무게는 더블액션에서 약 10파운드에 못 미치고 싱글액션에서는 6파운드 미만이다. 총열 길이는 4인치로 휴대성과 정밀도 사이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 장탄수는 8발이며, 단열탄창을 채용하고 있어 전체적인 프로파일은 얇다.
8발 탄창이 장착되는 M39 권총. 상부와 하부의 색깔 차이로 재질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출처: Public Domain>
무게는 794g으로 1,100g인 콜트 1911에 비하여 가벼운 편이다. 총열과 슬라이드는 탄소강을 사용하지만 권총의 하부 프레임을 알루미늄 합금을 썼기 때문에 이런 무게가 가능했다. 다. 강철 프레임을 사용하는 모델도 발매되었지만 알루미늄 프레임의 권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강철프레임과 알루미늄 프레임의 차이는 눈으로도 명확한데, 강철에는 블루잉 표면처리를 하는 반면, 알루미늄은 아노다이징 표면처리를 하여 상부 슬라이드와 하부 프레임의 색깔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운용의 역사
일리노이 주경찰의 M39 자동권총 <출처: gunauction.com>
최초의 대규모 채용은 1967년 일리노이 주경찰이 모델 39를 제식권총으로 채용하면서 처음 일어났다. 일리노이 주경찰은 경찰관들에게 24시간 총기를 휴대하도록 정책을 바꿨는데, 리볼버보다는 더욱 휴대하기 편한 총기를 찾으면서 자동권총을 선택하기로 했다. 애초에는 콜트 1911 형태의 권총을 선택하기로 했지만, 첫발의 오발 가능성이 있는 싱글액션보다는 더욱 안전한 더블액션 작동방식을 선호함에 따라 모델 39가 선정되었다. 이전까지 별다른 관심이 없던 대중도 일리노이 주경찰의 채용을 계기로 M39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1955년 1월 존 렌취 미 해병중령에게 헬스트롬 사장이 모델 39 권총을 설명하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사실 M39는 애초에 군을 위해서 개발되었다. 그러나 미 육군은 새로운 권총의 도입에 관심이 없었으며, 미 해병대와 미 공군에서 약간의 관심을 보였지만 채용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으로 인하여 M39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었다. 1967년부터 미 해군의 실팀이 M39 권총과 소음기를 결합한 신형 소음총기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 총기는 Mk 22 Mod 0으로 명명되었지만 "허쉬퍼피"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했다. 실팀은 허쉬퍼피는 물론이고 개조되지 않은 M39 권총도 사용했다. 현장에선 좋은 평가를 들었지만 허쉬퍼피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M39는 대규모의 채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약 110-120정의 허쉬퍼피가 실팀에 지급되었으며, 모든 실팀 소대가 허쉬퍼피로 무장했다.
Mk 22 허쉬퍼피(우)로 무장한 실 팀 부대원(좌) <출처: Public Domain>
미 공군도 M39를 채용했다. 전군에 채용한 것이 아니라 장군용 총기로 1960년대에서 70년대 사이에 지급하기 시작했다. 물론 M9을 채용하면서 이들 권총은 모두 현역에서 물러났다. 한편 M59는 역시 미군에서는 채용되지 못했지만 해외에서는 제한적으로 채용되었다. 대한민국도 대테러 등 특수부대용으로 M59를 도입하여 군과 경찰의 특수부대에서 사용한 바 있다. 한편 M59의 개량형인 M459는 약 800정 가량이 FBI에서 SWAT팀 대원용으로 채용되기도 했으며, 1988년 마이애미 총격전에서 FBI SWAT 소속의 대원 2명에 의해 사용되기도 했다.
미 공군 군수사령관이었던 브라이스 포 대장에게 지급되었던 M39 권총 <출처: NRA Museum>
파생형
모델 39: 1955년에 발매된 기본형. 알루미늄 프레임의 버전이 주류이며, 소수의 강철 프레임 버전도 생산되었다.
모델 39 <출처: Public Domain>
모델 39-2 : 1971년 발매된 모델 39의 개량형. 탄피갈퀴와 가늠자, 피드램프 등이 변경되었다.
모델 39-2 기본형(좌)과 니켈 모델(우) <출처: Public Domain>
Mk 22 Mod 0 "허쉬퍼피" : 미 해군 특수부대인 실팀을 위하여 만들어진 소음용 권총. CIA에서 사용하던 P38용 소음기에 모델 39를 결합하고 슬라이드 잠금 장치를 장착하여 탄피를 배출하지 못하게 만든 모델이다. 약 110-120정이 제작되어 1990년대까지 실팀에서 사용되었다.
모델 52 : 모델 39를 바탕으로 .38 스페셜 탄환을 발사하도록 만들어진 자동권총. 기본적으로 더블액션 권총이지만 싱글액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 1961년 발매되었으며, 개량형인 모델 52-1은 1963년에 발매되었다가 1992년 생산이 종료되었다.
모델 52 <출처: RI Auctions>
모델 59 : 1971년 발매된 모델 39의 개량형. 단열탄창인 M39을 대신하여 14발 들이 복열탄창을 채용하여, 미국 최초의 복열탄창 자동권총으로 기록된다.
모델 59 <출처: Public Domain>
ASP : 모델 39를 개량한 은닉용 커스텀 모델. ASP는 Armament Systems and Procedures의 준말이다. 세븐트리(Seventree Ltd.)사의 CEO인 패리스 테오도어(Paris Theodore)의 설계로 만들어졌으며, 약 250여 정이 만들어져 미국의 정부기관에 납품되었다고 한다. 테오도어의 주장에 따르면 납품을 받은 정부기관은 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 중앙정보국)이라고 한다. ASP는 이미 1970년경에 완성되어 정부의 비밀요원들을 위해 만들어지다가, 민수용으로는 1976년부터 발매되었다.
ASP <출처: Public Domain>
ASP의 조준장치 <출처:icollector.com>
ASP는 모델 39-2의 총열과 권총손잡이를 줄여 크기를 줄였으며, 이에 따라 총열은 3.25인치로 줄어들었고 장탄수도 1발이 줄어 7발이다. 옷깃에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해머의 돌기가 짤라졌으며, 가늠자와 가늠쇠가 따로 없이 통합된 형태의 조준기구가 장착되었다. 최대의 특징은 권총손잡이로 가운데에 투명창을 만들어 잔탄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글 / 양욱 /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 인텔엣지㈜ 대표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10여 년간 국방관련 분야에 종사해왔으며, 현재 KODEF 연구위원이자 <조선일보>의 밀리터리 컬럼니스트로서 다양한 서적을 출간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군사관련 컨설팅과 교육훈련 등 민간군사서비스(Private Military Service)를 제공하는 인텔엣지(주)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자료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