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하시더라
그들이 그의 옷을 나눠 제비 뽑을새"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셔서 처음 하신 말씀은 하나님 아버지께 드리는 기도였습니다. 그 내용도 자신을 위한 기도가 아닌 자신에게 극한의 고통과 모멸감을 준 대상들에 대한 용서의 기도였습니다. 불과 하루 전 예루살렘의 열렬한 환호와 찬사 속에 구세주로 입성하셨던 예수님. 모두가 그의 그림자라도 스치고 싶어서 좋은 자리 잡고자 아수라장이었을 것입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파워를 자신들의 것인 양 누리며 거드름을 피웠을 것이고… 다만 예수님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고통의 능력(?)'을 가지셨기에 그 모든 상황을 다른 심정으로 보셨을 것입이다. 환호하는 저들의 일부는 바로 내일 자신을 십자가에 매달라고 외치는 원수로 돌변할 것이고, 또 일부는 그런 상황을 구경만하며 수군거릴 것이고, 또 일부는 예수님을 가여워하며 눈물지을 뿐일 것이라는 걸 말입이다. 그들은 예수님을 정말 알고 환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대상으로 보고 있을 뿐이라는 걸 말입니다.
인간적인 관점으로 볼 때 예수님이 정말 대단하신 건, 그러한 유혹을 뿌리치시고 자신의 길을 지키신 것입니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을 위한 용서의 기도를 아버지께 드리시고 계십니다. 우린 흔히 "그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용서하기 쉬울텐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과 받기 이전에 용서는 끝나야 합니다. 오히려 더 나아가서 그의 용서를 위해 대신 간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예수님께서 직접 본을 보여주신 구원의 역사 속의 첫 장면이며 경건(godliness)에 이르는 첫 계단이기 때문입니다. 용서받으실 것이 하나도 없는 예수님도 그들을 용서하셨는데, 하물며 매일 같은 죄를 짓고 사는 우리가 다른 사람을 용서하는 일에 조건이 붙는다면 우리를 용서하신 주님께 대한 대단한 불충이며 교만일 것입니다. 나 역시 용서해야 할 사람이 습니다. 아직도 생각만하면 분노가 치밀어서 그 곳 앞을 차로 지나갈 때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내가 너한테 겪었던 그 아픔을 너도 누군가에게서 겪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울할 것 같았습니다. … 2009년 부활절을 준비하며 난 결심합니다. 이제 그만 용서하자고… 그만 하자고… "죄 많은 제가 또 다른 죄인의 용서를 예수님께 구합니다. 그 사람이 내게 행했던 알고 지은 죄 그리고 모르고 지은 죄 모두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우리 모두에게 긍휼함을 베풀어 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김은미 기독역동상담전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