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생각] 2006년 5월 15일 월요일(백) 부활 제5주간 월요일

[빈배]

주님의 양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시고, 주님의 양 떼를 위하여 돌아가신 착하신 목자께서 부활하셨도다. 알렐루야.

주 하느님, 신자들을 한마음 한뜻이 되게 하시니, 저희가 주님의 계명을 사랑하고 주님의 약속을 갈망하며, 참기쁨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바르나바와 바오로 사도는 리스트라에서 태어날 때부터 앉은뱅이였던 사람을 고쳐 줍니다.
그 일로 그곳 사람들이 두 사도를 신으로 섬기려 하자, 그들은 자신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못하도록 말립니다. 그리고 그 일을 이루신 분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강조합니다(제1독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아버지와 당신의 관계를 설명하시며, 성령의 파견을 약속하십니다(복음).

<우리는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여 여러분이 헛된 것들을 버리고 살아 계신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 사도행전의 말씀입니다. 14,5-18
그 무렵 [이코니온에서는] 5 다른 민족 사람들과 유다인들이 저희 지도자들과 더불어 사도들을 괴롭히고 또 돌을 던져 죽이려고 하였다. 6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그 일을 알아채고 리카오니아 지방의 도시 리스트라와 데르베와 그 근방으로 피해 갔다. 7 그들은 거기에서도 복음을 전하였다.
8 리스트라에는 두 발을 쓰지 못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앉은뱅이로 태어나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9 그가 바오로의 설교를 듣고 있었는데, 그를 유심히 바라본 바오로가 그에게 구원받을 만한 믿음이 있음을 알고, 10 “두 발로 똑바로 일어서시오.” 하고 큰 소리로 말하였다. 그러자 그가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하였다.
11 군중은 바오로가 한 일을 보고 리카오니아 말로 목소리를 높여, “신들이 사람 모습을 하고 우리에게 내려오셨다.” 하고 말하였다. 12 그들은 바르나바를 제우스라 부르고 바오로를 헤르메스라 불렀는데, 바오로가 주로 말하였기 때문이다. 13 도시 앞에 있는 제우스 신전의 사제는 황소 몇 마리와 화환을 문으로 가지고 와서, 군중과 함께 제물을 바치려고 하였다.
14 바르나바와 바오로 두 사도는 그 말을 듣고서 자기들의 옷을 찢고 군중 속으로 뛰어들어 소리를 지르며 15 말하였다.
“여러분,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헛된 것들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또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16 지난날에는 하느님께서 다른 모든 민족들이 제 길을 가도록 내버려 두셨습니다. 17 그러면서도 좋은 일을 해 주셨으니,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으신 것은 아닙니다. 곧 하늘에서 비와 열매 맺는 절기를 내려 주시고 여러분을 양식으로, 여러분의 마음을 기쁨으로 채워 주셨습니다.”
18 그들은 이렇게 말하면서 군중이 자기들에게 제물을 바치지 못하도록 겨우 말렸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시편 115(113 하),1-2.3-4.15-16(◎ 1ㄱㄴ)
◎ 주님, 저희에게가 아니라 오직 주님 이름에 영광을 돌리소서.
○ 주님, 저희에게가 아니라, 저희에게가 아니라 오직 주님 이름에 영광을 돌리소서. 주님의 자애와 진실 때문이옵니다. “저들의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민족들이 이렇게 말해서야 어찌 되겠나이까? ◎
○ 우리 하느님께서는 하늘에 계시며 뜻하시는 것은 무엇이나 다 이루셨도다.
저들의 우상들은 은과 금, 사람 손의 작품이로다. ◎
○ 너희는 주님께 복을 받으리라, 하늘과 땅을 만드신 그분께. 하늘은 주님의 하늘, 땅은 사람들에게 주셨도다. ◎

요한 14,26
◎ 알렐루야.
○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시리라.
◎ 알렐루야.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4,21-2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21 “내 계명을 받아 지키는 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내 아버지께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를 사랑하고 그에게 나 자신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22 이스카리옷이 아닌 다른 유다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에게는 주님 자신을 드러내시고 세상에는 드러내지 않으시겠다니 무슨 까닭입니까?” 하자, 23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그러면 내 아버지께서 그를 사랑하시고, 우리가 그에게 가서 그와 함께 살 것이다. 24 그러나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내 말을 지키지 않는다. 너희가 듣는 말은 내 말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아버지의 말씀이다.
25 나는 너희와 함께 있는 동안에 이것들을 이야기하였다. 26 보호자,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님, 저희가 봉헌하는 이 제사를 받아들이시고, 저희 마음을 새롭게 하시어, 주님께서 저희를 구원하신 은혜에 언제나 더 맞갖은 삶으로 보답하게 하소서. 우리 주…….

요한 14,27
주님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가며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알렐루야.

하느님께서 주신 능력으로 좋은 일을 실천하여 찬양과 영광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영광을 하느님께 돌리는 사람은 드뭅니다. 오히려 하느님께서 받으셔야 할 영광을 가로채는 일이 더 많습니다. 특히 치유의 은사를 받은 사람들이 병을 고쳐 주면서 마치 자신을 신처럼 섬기도록 종용하는 경우를 봅니다. 심지어 자선 사업을 빙자해서 거액의 돈을 희사하도록 강요하기도 합니다. 교회가 인정하지 않은 사적 계시를 통해 마치 자신이 하느님의 대리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 사도의 태도에 비추어 보면, 그런 사람들은 분명 사이비 교주와 다를 바 없습니다.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그리스도의 부활로 인류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으니, 구원을 이루는 이 성사의 힘으로 파스카 신비의 은혜를 저희 안에 가득히 채워 주소서. 우리 주…….

강론 : 서울대교구 잠실7동 이기양 신부

<부활 제5주간 월요일> 참 기쁨이 있는 곳에 마음을 두게 하소서


제 1독서 : 사도 14,5-18 (우리는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하여 여러분이 헛된 것들을 버리고 살아 계신
하느님께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
복 음 : 요한 14,21-26 (아버지께서 보내실 보호자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주실 것이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실 많은 사람의 힘이 아니라 특별한 능력을 가진 몇몇 사람의 힘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바른 정신을 지닌 참된 지도자들이 나왔을 때 나라와 사회는 발전을 하고 안정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민주 사회가 역사를 이끌어간 것처럼 우리나라의 많은 국민이 생각을 하고 있지만 사실 지금까지 수천 년의 역사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에 민주주의가 시작된 것은 불과 몇 십 년 전의 일입니다. 수천 년 이어온 우리 역사를 살펴보면 올바른 지도자들이 나라를 이끌었을 때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나와서 함께 나라를 이끌었지만 그렇지 못한 때는 또 좋지 않은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어 혼란의 시기를 만들어 간 것을 봅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은 나라나 사회, 혹은 어느 단체에서 뿐만이 아니라 교회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면 바른 지향을 가지고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했던 지도자들의 모습과 또 그와 반대로 세상에 관여하여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던 지도자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봅니다. 우리는 늘 바른 하느님의 사람이 나오기를 기도합니다. 특히 천주교회는 더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항상 교황님을 위해서 기도하고 성직자를 위해서 기도합니다. 그 결과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지요.

요즈음 우리는 부활 대축일을 지내면서 예수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하고 하느님의 일꾼으로 최선을 다했던 바오로 사도를 사도행전을 통해서 계속 묵상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 시대에 바오로 사도 같은 분이 계셨다면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혹은 ‘지금 우리 성당에 바오로 사도 같은 신자나 성직자가 있었다면 지금 이 지역은 어떤 양상으로 변화되어 있을까?’하고 상상해 보는 것이지요. 바오로 사도는 놀라우리만치 자신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복음 선포에 열중했던 사람입니다. 그렇다면 바오로 사도에게는 복음 선포가 쉬었으며,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일하기에 걸림돌이 없었을까요? 생각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도 우리는 그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는 극과 극을 달리는 이코니온의 복음 선포와 리스트라의 복음 선포가 소개됩니다. 바오로와 바르나바는 이코니온에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에 맞아 죽을 위험에 처합니다. 다른 민족들과 유다인들이 이들 사도들을 학대하고 돌로 쳐죽이려고까지 하자 그 낌새를 알아챈 사도들은 근방으로 도망을 가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러한 죽음의 위협 앞에서도 사도들은 결코 힘들어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다시 복음을 전하기 위해 떠나갔다는 사실입니다. 말 그대로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한 셈이지요.
이렇게 죽음의 위협을 피해서 리스트라로 피신을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코니온과는 다르게 풍성한 결실을 맺게 되지요. 앉은뱅이를 고쳐주면서 전한 복음이 너무나도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게 되어 리스트라 사람들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제우스신과 헤르메스신으로 모시려고까지 소란을 피웁니다. 참으로 열광적인 복음 선포의 결실이지요. 그런데 여기에서 또 놀라운 것은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열렬한 사람들의 반응에 결코 열광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황소와 화환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 앞에서 옷을 찢으며 찬양 받으실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심을 역설합니다.
󰡒여러분, 왜 이런 짓을 하십니까? 우리도 여러분과 똑같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다만 여러분에게 복음을 전할 따름입니다. 여러분이 이런 헛된 것들을 버리고 하늘과 땅과 바다와 또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만드신 살아 계신 하느님께로 돌아서게 하려는 것입니다.󰡓(사도14,15)
그들은 자신들의 직분에 충실하여 자신들을 낮추고 주님만을 드러내고자 애를 썼고 이들에게 주님의 은총은 지속 되었습니다.
열심히 활동했다가도 곧잘 좌절하는 사람들에게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열심히 활동하여 그 결과가 좋아지면 마치 자신이 잘 해서 그런 결과를 얻은 것처럼 우쭐거리고 기뻐하다가 사람들의 말이나 주변 상황이 그런 자신의 생각과 다를 때 걸려 넘어지고 마는 것이지요.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처럼 능력이 드러날수록 자신을 낮추고 자신들의 직무에 충실할 때 주님의 은총은 지속이 됩니다.

우리는 또 바오로 사도와 바르나바의 선교 과정을 보면서 성공과 실패 그리고 영화와 좌절은 늘 함께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히고 죽을 고비를 수없이 넘기지만 초대교회의 튼튼한 반석을 세우는 장본인이 되었습니다. 그 끝없는 고통과 환난 속에서도 끝까지 지치지 않았던 바오로 사도의 힘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요?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참으로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그 모든 것을 결코 자신의 인간적인 의지나 마음으로 이끌어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의지나 마음을 우선으로 하여 어떤 일을 지속하려고 한다면 성공하지 못합니다. 오래가지 못하지요. 바오로 사도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결과에는 전혀 연연해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주님의 뜻을 실행하려고 노력하였지요. 결과가 안 좋다고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주님의 뜻을 행하기 위해서 걸음을 옮겼습니다. 여기에 차이가 있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나면 반드시 그 결과가 좋게 나와야 만족을 합니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생각보다 안 좋게 나오면 그것에 걸려 넘어지고 말지요.

오늘 바오로 사도의 모습을 우리는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것은 신앙 생활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 속에서도 똑같습니다. 성공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번갈아 찾아오지요. 많은 경우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나에게는 계속 실패와 시련만이 찾아오는가? 저 사람은 계속 탄탄대로를 걷는데...󰡓
그러나 시련만이 계속되거나 성공만이 계속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공과 실패가 끝없이 교차되지요. 실패하면 실패에서 배울 것이 있고, 성공하면 또 성공에서 배울 것이 있습니다. 실패에 발이 묶여 잊지 못하고 집착하게 되면 주눅이 들고 움츠려 들어 새로운 것을 하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누구에게나 성공과 실패는 지속이 되지만 어려운 시기가 성장의 계기가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려운 시기가 오면 그것으로 좌절하고 마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는 바오로 사도의 선교 모습을 지켜보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좋은 결과와 인생의 훌륭한 성숙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역시 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주님께 맡기며 그 어떤 결과에도 감사를 드릴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온 힘과 열정을 다하여 복음을 전하는 바오로 사도에게 주님은 언제나 함께 해 주셨습니다.

오늘 하루도 살아가면서 우리는 좋은 사람과 힘겨운 사람을 만나게 되고, 또 가고 싶은 자리와 가고 싶지 않은 자리를 접하게도 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자리일지라도 겸손 되이 최선을 다해 노력할 때 성숙의 계기가 되어 더 풍요로운 삶이 열매 맺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주님의 은총 속에서 더욱 노력하고 기도하며, 성령 안에서 풍요로운 하루를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