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비바 라 비다
[아무튼, 줌마] Viva La Vida, 인생 만세!
조선일보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1.08.21 03:00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1/08/21/JITGGRCZRJAVZJKGKWXQRWLC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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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덕 주말뉴스부장
한 치 앞을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인가 봅니다.
평온한 주말 아침, 김치찌개에 밥 한 공기 잘 먹고 설거지를 하는데 오른쪽 배가 아파옵니다. 이틀 전부터 콕콕 찌르는 통증이 있었는데, 그 강도가 석연치 않아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배를 꾹 눌러보던 의사 선생님, 제가 빽 하고 소리를 지르자 지금 빨리 큰 병원 가보라 하십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혈액과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 의사가 급성맹장충수염이니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답니다. 몸 걱정보다는 이번 주 취소 혹은 연기해야 할 업무를 체크하며 씩씩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오랫동안 잊고 있던 문구를 떠올립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수술실에서 실려 나오는 환자들 눈에 방울방울 맺힌 이슬을 보고 나서야 무지막지하게 혹사시켜온 제 몸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고작 맹장염 가지고 호들갑입니다만, 수술 후 아픈 배를 끌어안고 패잔병처럼 우울해하는 엄마에게 아들이 보내준 음악이 큰 위안 되더군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쓸쓸한 메시지의 노래이지만, 2017 브라질 상파울루 공연 실황으로 듣는 이 곡은 월드컵 응원가처럼 열정과 에너지가 폭발합니다.
프리다 칼로, 비바 라 비다, 1954년, 섬유판에 유채, 59.5×50.8㎝, 멕시코시티, 프리다 칼로 미술관 소장.
흥미롭게도, 콜드플레이의 보컬 크리스 마틴은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그림을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칼로는 아름다운 외모와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지만 소아마비와 교통사고로 으스러진 하반신, 남편의 외도와 수차례 유산 등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 산 여인인데요. 마흔일곱에 결국 진정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그림이 수박 정물화입니다. 칼로가 이 그림에 새겨 넣은 문구가 ‘Viva La Vida’. 스페인어로 ‘인생 만세’라는 뜻인데요. 크리스 마틴은 그토록 고통스러운 삶을 산 여인이 어떻게 “인생 만세!”를 외칠 수 있었는지 놀라워 이를 음악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멕시코의 천재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
실제로 ‘오오오오~오~오’ 하는 떼창을 듣고 있으면 다시 일어나 진군할 수 있을 듯한 힘이 솟구칩니다. 웅장한 비트와 9만 관중의 함성이 어우러져 패배한 권력자가 아닌,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청춘을 찬양하는 노래처럼 들리지요. 특히 북을 둥둥 울리는 드러머 윌 챔피언의 박력이 레전드급입니다.
어느 해보다 힘겨웠던 여름, 다들 강건하신지요. ‘몸만 성하면 쓴다’는 어르신들 말씀이 사무쳤던 한 주. 지난 도쿄올림픽에서 “괜찮아, 이제 시작이야”라며 모두의 어깨를 다독여준 깨발랄 청년 우상혁 인터뷰에서 새 힘 얻는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비바 라 비다!
https://youtu.be/HosW0gulI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