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 실무자, 서희 씨 (사진/ 김용길 기자) | 황무지에서도 강인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어내는 민들레 홀씨처럼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는 화수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어린이들이 구김살 없이 각자의 소박한 꿈을 실현하도록 늘 그들 곁에서 지지하고 격려하는 '민들레 꿈 어린이 밥집', '민들레 책들레 도서관', 그리고 '민들레 꿈 공부방'은 3층 건물에 옹기종기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밥집과 도서관은 지난 2010년 2월과 11월에 문을 열었고, 공부방은 올 4월 1일이며 개원 3주년을 맞는다. 화수동 아이들은 공부방에 이어 도서관과 밥집이 문을 열자 한번 걸음에 종합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 2011년 새해를 맞이해,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 실무자인 서희(모니카, 27세) 씨를 만나 지난 한 해를 보낸 소감과 올 한 해의 소망을 들었다.
|
|
|
▲ 서영남 민들레 국수집 주인장과 딸 서희 씨가 어린이 밥집의 아이들과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용길 기자) |
어린이들은 모두 VIP 손님이에요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는 만석과 송현, 두 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해있다. 두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들 중에서 화수1동에 사는 아이들이 많이 온다. 밥집은 오전12시~오후6시까지 열고, 5시 전에는 간식을, 5시~6시 사이에는 저녁밥을 준다. 학기 중에는 70~80명 정도가 간식을, 그 중 삼분의 일이 저녁밥을 먹으려고 밥집을 오고간다. 반 친구들의 입소문으로 밥집을 알게 된 아이들도 오는데, 혼자 오는 것이 아니라 친형제자매, 친척과도 함께 방문한다.
밥집은 초등학생이 주를 이루지만 화도진 중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집에 가는 길에 저녁을 먹으려고 들린다. 공동체의 ‘민들레 꿈 공부방’과 이름이 비슷한, 근처에 있는 ‘민들레 공부방’ 아이들도 간식을 먹으러 어린이 밥집에 온다.
|
|
|
▲ 어린이 밥집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 아이들. (사진/ 김용길 기자) |
송현 초등학교 축구부가 종종 오는데, 그 아이들이 왔다 가면 음식이 동이 난다. 송현 초등학교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몰려와 간식을 먹고 간다. ‘자기들 때문에 돈 많이 들지 않느냐?’고 걱정하는 아이들에게, ‘그럼, 나중에 너희에게 청구해야 되겠네’ 하자 웃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이 동네에서 민들레 꿈 공동체가 다른 시설이 비해 가장 좋다며 즐거워한다. 서희 씨는 “아이들이 이런 곳을 경험해보면, 커서 이런 일을 하지 않을까!”라며 그 기대가 크다.
지난 2년 동안은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공부방 한 곳에서 책을 읽고, 영화 보고, 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밥집에서 간식과 저녁을 해결하고, 다양한 도서를 갖춘 도서관에서 쾌적하게 책을 읽을 수 있어 너무 뿌듯하다고 했다. 한정된 공간인 공부방을 통해 소수만 접했던 혜택을 어린이 밥집과 도서관이 생기면서 다수의 어린이들이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었다.
|
|
|
▲ 민들레 책들레 도서관에서 만화영화를 보는 아이들 (사진/ 김용길 기자) |
만사 제치고 찾아오는 봉사자들
공동체를 드나드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간이 부족한 화수동에 이런 어린이 공동체가 생긴 것을 매우 흡족하게 여긴다. 여러 여건 때문에 자식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부모들은 자신들의 자녀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공동체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자 밥집에 와서 종종 설거지를 한다.
공부방에 나온 지 2년 된 한 아이의 부모는 굴 까는 일을 하며 어렵게 사는데, 그 비싼 굴을 아이들에게 주라고 가져오기도 한다. 몇몇 부모는 밥집에 봉사자가 없어 도움을 청하면 만사를 제치고 온다. 밥집을 통해 어린이 공동체가 사람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면서 동네 어머니들이 자진해서 동화구연, 논술지도 등에 참여하고 있다.
어린이 공동체가 세 들어 살고 있는 건물주며 동네 주민인 송세환 할아버지는 어린이 밥집에 수시로 놀러 온다. 아이들을 손자, 손녀처럼 살갑게 대하시는 할아버지는 공동체가 아이들로 북적거리는 것을 좋아한다. 거동이 불편한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들을 보러 왔다.
2010년, 아이들과 함께 보낸 행복한 날들
2010년은 어린이 공동체가 완성된 해였다. '민들레 꿈 공부방'이 모태가 되어 '어린이 밥집'과 '도서관'이 더해지면서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가 제 모습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공부방에는 현재 17명의 아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주중에는 동화구현, 논술지도, 손글씨(POP) 활동이, 주말에는 영어와 점토공예, 만화수업이 진행 중이다.
공동체의 모든 어린이들과 함께 여름에는 전북 정읍으로 산촌체험캠프를 떠났고, 겨울에는 문학경기장 의 눈썰매장을 다녀왔다. 학교와 집밖에 모르던 아이들이 또래들과 집을 떠나 자연 속에서 마음껏 기지개를 펼치며 신나게 노는 모습은 참으로 정겨웠다.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자장면 파티를 했다. 아이들이 자장면을 손수 만들어 먹었고, 부천 ‘만화박물관’을 방문했다. 7월 17~18일, 이틀 동안 어린이 밥집에서 ‘민들레 꿈, 꿈을 먹는 아이들’이라는 주제로 그림 전시회가 열었고, 그 때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이 아직도 벽에 걸려있다.
|
|
|
▲ 지난 해 12월, 공동체 아이들이 눈썰매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사진/ 민들레 꿈 어린이 공동체 제공) |
민들레 꿈 합창단을 만들고 싶어요
평소에는 자신이 없어 제 목소리를 못 내던 아이들이 공동체에서 자유롭게 지내면서 망아지처럼 행동한다. 서희 씨는 2011년 새해에는 이런 아이들이 한 마음으로 소리를 같이 낼 수 있는 합창부를 만들고 싶어 한다. 학교에서 악기연주, 노래를 하는 기회가 점점 줄어 안타깝다며, 합창부를 통해 음악을 접하다보면 각자의 개성을 한껏 드러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합창부가 결성되면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연히 민들레 국수집에 오는 설거지 봉사자들 중에서 음반 제작하는 분들이 있어서 부탁을 드렸더니, 서로 의견을 나눠보자고 해서 ‘합창부를 만들겠다’는 새해의 소망이 이뤄지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
|
|
▲ 2010년 7월에 있었던 ‘민들레 꿈, 꿈을 먹는 아이들’ 전시회 작품들 (사진/ 김용길 기자)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