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문 샌님도 아니고 단지 한문과 인연만 있는 사람인데 까페 어느 여중생분께서 메일로 질문을 하셨네요.
엽기(獵奇)는 "기이한 것만 찾다." 이게 원래 뜻임다.
근데 요즘은 놀랍다.. 색다르다.. 이런 뜻으로 확대되어 쓰는 거 같아여.
한자의 육서(六書) 중에
"똑같은 글자인데 뜻이 확대 전용되는 방식"으로 보면
전주(轉注)에 해당된다고 하겠네여.
그렇다면,
엽기(獵奇)를 분석해보면 어캐 될까여?
우선 엽(獵)과 기(奇)로 나눠서 보져.
1. 엽(獵)의 기본 뜻은 사냥개
엽(獵)이란 글자의 좌측에 있는 거...
그걸 바로 세우면 견(犬)이져.
이거 견(犬)이 들어간 글자는 대개 개과에 속한 동물.
이리 늑대.. 등등 모두 그런 종류입니다.
사실 독립만세의 독립..
그 앞글자 홀로-독(獨)도 실은 개와 관련 있는 글자입니다.
양(羊)은 떼를 지어 다니지요. 근데 개는 주로 혼자 다닙니다.
혼자 다닌다.. 이런 뜻에서 외롭다, 홀로.. 이런 뜻으로 확대된 것입니다.
한편 감옥(監獄)이란 한자의 뒷글자 옥(獄)은
개 2마리를 사이에 두고 중간에 말씀-언(言)이 있지 않습니까?
개가 화나면 쥑이지여.. 개 두마리가 싸운다고 쳐보세여..
시끌벅쩍 볼만하지 않습니까? 서로 물어뜯고.. 피 보고..
법정에서 소송을 할 때.. 옥살이 안하려구..
서로 물어뜯고 난리를 친다는 뜻입니당.
이렇듯 무릇 개-견(犬)이 들어간 글자는 개와 관련이 있거나
개의 성격을 땄거나.. 혹은 개와 비슷한 종류의 동물인 것입니당.
그렇다면 엽(獵)은 어떤 개냐? 사냥개임다.
사냥개.. 흐.. 사냥해봤어여?
사냥개가 일단 먹이를 찾았다..
혹은 주인이 지시하는 목표물을 노려봤다..
일단 이렇게 되면.. 눈빛부터 달라지며 귀를 쫑긋 세웁니당.
기회를 포착하여 냅다 치달으며 달리는데 개털이 바람에 곤두설 정도지여.
바로 엽(獵)의 오른쪽에 있는 글자는 털이 수직으로 선 모습을 나타낸 것입니다.
정리하면,
사냥개가 먹이를 노리고 죽자사자 냅다 치닫는 모습이 엽(獵)입니당.
인정사정 볼 거 없이.. 오로지 목표물만 추구하는 겁니당.
2. 기(奇)는 큰 넘. 이게 기본 뜻
기(奇)는 위에는 큰-대(大/뜻),
아래는 가할-가(可/음)로 구성되어 있슴돠.
무릇 엄청 큰 넘은 보통 것과는 다르져.
그래서 "다르다.. 색다르다.." 이런 뜻임다.
한자의 다를-이(異)와 같은 뜻임다.
(합쳐서 기이하다.. 이러지 않든가여?)
3. 이상을 합쳐서 야그하면
뭔가 틀린 거.. 다른 거.. 색다른 것만을
사냥개가 먹이를 찾듯 집요하게 추구하는 것을 엽기(獵奇)라고 합니당.
이게 본래 뜻입니당.
그래서 엽기적이다.. 이렇게 형용사적으로 사용하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나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져.
근데 이 엽기(獵奇)가 요즘은 뜻이 확대되어
예상할 수 없다.. 넘 잼나다.. 색다르다..
이런 뜻으로도 더욱 많이 쓰이는 거같슴다.
원래 언어란 그뜻이 고정된 게 아니라
사용자 간에 합의만 되면 얼마든지 새로운 뜻으로 통용됩니당.
따라서 엽기(獵奇)란 말이 원래 뜻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그게 틀렸다고 말할 순 없는 겁니당.
하물며.. 뜻이 그리 크게 벗어나지도 않았네.. 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