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721_목요일 자서전팀]
#자서전의 초안이 완성되다.
‘보람. 자서전 잘 썼네.
내가 문맥이나 말의 연결이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을 좀 교정했네.
그리고 파란색으로 된 부분은 문맥상 추가하면 좋을 것 같은데 사실여부를
확인해서 추가해야 할 것 같고 기본적으로는 보람이가 다시 자세히 확인해서
사실과 다른 부분은 교정해도 되고....
전체적으로 큰 틀은 그냥 두고 소제목은 내가 바꿨어. 너무 심심한 것 같아서.
전화할게.’
어제 오전, 보람언니가 한선자 선생님께 자서전 내용을 취합해서 보내드렸습니다. 오늘 오전, 한선자 선생님께서 교정본을 보내주셨습니다. 밋밋하던 소제목도 내용에 맞게 잘 적어주셨습니다. 파란 글씨로 추가했으면 좋을 내용도 적어주셨습니다. 바쁜 일정에서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저희의 글들을 봐주셨습니다.
교정본도 받았으니 오전 내내 자서전 내용을 수정하고 책처럼 편집합니다. 어제 어머님께서 말씀해주신 머리말도 추가했습니다. 어머님께 보여드릴 생각에 간단하게 진짜 ‘책’처럼 프린트해서 묶기도 했습니다. 가제본이지만 이 책을 받으실 어머님의 표정을 떠올리니, 얼른 어머님께 책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이거 저번에 쓴다고 했던 거. 이렇게 나왔다네. 한 번 봐봐.”
“잠깐만 기다려봐, 내 패 좀 누구한테 맡기고 갈게. 거기 앉아 있어.”
오전과 오후에 걸쳐서 진행된 마을 공감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활동하셨던 어머님께서 경로당에서 친구 분들과 동양화를 감상하고 계셨습니다. 패를 다른 어머님께 맡기고 오신 어머님께서 어쩐 일이냐 물으셨습니다.
“어머님! 저희 가제본한 책 나왔어요! 아직 완성 본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렇게 나올 예정이라고 어머님께 보여드리려고 위에 복지관에서 만들어봤어요!”
“사진이 예쁘네. 근데 글자가 작다. 글자 좀 키워야 쓰겠다.”
“그렇죠? 글씨는 더 키울 거예요. 종이도 더 큰 종이로 만들 예정입니다!”
“좋네, 좋아. 잘했어~ 예쁘다.”
예쁘다고 말씀해주신 어머님께서 가제본으로 만든 책을 어디론가 가져가셨습니다. 패를 잠시 맡기고 온 고스톱 치시는 곳으로 가져가시고는 ‘별건 아니고, 봐봐.’라고 하시며 함께 동양화를 감상중이시던 어머님들께 자랑하셨습니다.
“이거 저번에 쓴다고 했던 거. 이렇게 나왔다네. 한 번 봐봐.”
“이게 완성본이여?”
“아니요! 이건 앞으로 이렇게 나올 것이라고 미리 보여 드리는 견본이어요. 내일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에 맡기려구요!”
“잘했네~ 예쁘구만?”
별거 아니라고 말씀하셨지만, 어머님도 내심 맘에 드셨나봅니다. 다른 어머님들께서 예쁘다 칭찬해주시니 어머님의 표정도 밝아지십니다. 전문적인 편집 솜씨도 아니었고, 어엿한 책모양도 아닌 얇은 종이묶음이지만 어머님께서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자서전 보여드리길 잘했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서전을 구실로 생긴 관계가 돈독해지다.
“어디야? 내가 지금 그 사무실 근방 지나가는데 지금 가도 될까?”
“네! 저희 방금 어머님 만나고 사무실로 들어왔어요!”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저희 기록의 교정을 봐주신 한선자 선생님께서 이 근처를 지나는 길인데 들려도 되겠냐고 먼저 연락 주셨습니다.
“내가 마음대로 소제목을 정한 게 아닌가 싶어서, 그게 걸려서 어머님께 여쭤보라고 하려고 했지. 근데 먼저 만났다니 잘했네.”
“어머님께서 엄청 좋아하셨어요.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내가 어머님을 전에 한번 뵙고 이걸 하니까, 어머님 기억이 나면서 편집하기 수월하더라구~”
한선자 선생님께서 교정을 보시면서 지난번에 어머님과 만나서 이야기했던 기억을 떠올리셨습니다. 그때 뵈었던 기억으로 어머님의 느낌을 떠올리니 교정하기 수월하셨다고 하셨습니다.
출판기념회에도 꼭 오시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렇게 어머님의 ‘관계’가 확장되었습니다. ‘자서전’을 구실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이 더욱 돈독해집니다.
“어머님께서 지금 밑에 계실 텐데..”
“이왕 오신 김에 얼굴만이라도 뵙고 가셔요.”
“아이, 안 그래도 될 텐데.. 출판기념회 때 뵈어도 돼~”
한선자 선생님께서 ‘출판기념회에서 만나 뵈어도 된다.’, 말씀은 이렇게 하셨어도 먼저 경로당 문을 열고 인사하십니다.
“어머님~ 안녕하셨어요.”
“아이구, 이게 누구야. 반가워요.”
“어머님, 한선자 선생님께서 어머님 자서전 내용도 많이 봐주시고 고쳐주셨어요.”
고 씨 어머님께서 손에 잡고 있던 패도 내려놓으셨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십니다. 옆에서 보람언니가 거들어 인사합니다. 두 분이서 손을 맞잡으며, 고 씨 어머님께서 ‘고맙다, 고맙다.’ 인사하셨습니다. 두 분의 관계가 자서전을 구실로 더욱 깊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그럼 당연히 해야지!”
“어머님, 안녕하세요~ 저 아까 뵈었던 태희예요. 전화 통화 가능하신가요?”
오전 내내 목차를 정리했습니다. 무언가 허전합니다. 어머님 자서전의 축하 글이 없었습니다. 어느 분께 부탁드릴까,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떠오른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지난 비 오던 월요일에 고 씨 어머님 댁에서 자서전에 담을 기록을 읽어드릴 때, 함께 계셨던 박 씨 어머님이십니다.
고 씨 어머님께서 가장 친하고 좋아하는 동생이라고 하셨습니다. 고 씨 어머님께 ‘어머님의 자서전을 알면 가장 기뻐하고 축하해 줄 사람이 누구신지’ 여쭈었을 때 가장 먼저 이야기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고 씨 어머님께서 경로당에서 가제본한 자서전을 제일 먼저 보여준 분도 박 씨 어머님이십니다.
가족 분들의 축하도 반갑겠지만, 친 동기간보다 더 우애가 좋은 박 씨 어머님의 축하 글을 받는다면 더 기쁘고 반가우시겠지요. 박 씨 어머님께 전화 드리니 반갑게 받아주십니다.
“그럼, 그럼. 무슨 일이래?”
“어머님, 아까 고 씨 어머님 자서전 보셨지요?”
“그럼~ 잘 만들었더구만.”
“저희가 고 씨 어머님 자서전에 축하 글을 싣고 싶은데, 혹시 어머님께서 축하해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려고 전화 드렸어요.”
“축하? 축하야 하지. 축하해야지! 좋은 일이잖아~”
“저번에 고 씨 어머님께 가장 친한 이웃분이 누구시냐고 여쭈었더니, 1초도 망설임 없이 어머님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어머님께서 자서전 축하 글을 적어주시면, 고 씨 어머님께서 더 기쁘고 행복해하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 그럼 당연히 해야지!”
흔쾌히 축하 글을 적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축하 글을 받으러 언제쯤 가면 좋겠는지 여쭈니 내일 오전에 오라고 하십니다.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저희도 덩달아서 기뻤습니다.
고 씨 어머님의 자서전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며 축하해주시는 박 씨 어머님을 보면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
박 씨 어머님께서는 오늘 저녁을 드시면서, 잠자리에 드시기 전까지 고 씨 어머님의 자서전을 축하할 말을 찬찬히 생각해보시겠지요. 찬찬히 생각하면서 고 씨 어머님과의 즐거웠던 추억도, 고마웠던 기억도 함께 떠올리시지 않을까요?
축하 글을 구실로 어머님들 간의 관계가 더욱 단단해지길, 더욱 서로를 위하는 사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첫댓글 "고 씨 어머님께서 손에 잡고 있던 패도 내려놓으셨습니다." -> 우와!! 정말 그랬단 말이에요? 어르신들 고스톱 치나가 패까지 놓고 사람 맞이하시는 적이 거의 없었어요. 그만큼 고스톱 치는 시간이 어르신들께는 중요한 건데.. 한선자 선생님 보고 패도 내려놓으셨군요..^^
자서전을 구실로 어르신의 둘레 사람을 만나고 부탁하고. 참 잘 했습니다. 박씨 어르신, 어떤 축하글을 써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축하글 쓰면서 어머님과 함께 했던 많은 추억, 감사가 떠오르시겠지요.
자서전 팀도 대단하다. 처음 하는 사업이라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가 되었는데 교정에 출판까지 잘되고 있는 것 같아 보기 좋습니다.
태희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