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재의 영화 속 생태 ⑯] 토탈 리콜(Total Recall)하고 싶은 세상
학창시절 태양계의 행성을 순서대로 외울 때 ‘수금지화 목토천해’라며 사자성어처럼 했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는 이중에 ‘화’, 즉 화성에 관심이 가는데, 아마도 화성 땅속에 숨어 있다는 얼음의 존재 때문이 아닐까 싶다. 화성의 얼음은 곧 물이 있다는 것으로, 물의 존재는 생명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니 말이다.
지구에서 44년을 살아오면서 UFO를 두 번 봤는데, 모두 화성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음) 화성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이 행성을 20미터 깊이로 뒤덮을 수 있다고 하니,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대신 화성은 기압이 낮아, 지구의 마른 어름, 즉 드라이아이스처럼 액체 상태를 거치지 않고 바로 기화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화성 또는 화성인을 영화적 배경으로 한 작품이 많다. 대표적으로 1996년 팀 버튼 감독의 ‘화성침공 (Mars Attacks)’이 있다. ‘화성침공’이라고 했지만, ‘화성인의 지구 침공’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과학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화성인이 침공하자 지구는 힘 한 번 못쓰고 속수무책으로 당하는데, 공교롭게도 클래식 음악이 그들을 잡는 비장의 병기라는 설정이 재밌었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스토리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 정치의 폐단을 꼬집는 상징성도 주목받을 만했다.
영화 ‘토탈 리콜’ 스틸컷ⓒ영화 ‘토탈 리콜’ 스틸컷
90년대를 개척한 SF 영화, ‘토탈 리콜’1990년 제작된 영화 ‘토탈 리콜’(Total Recall)도 떠오르는 영화다. 2000년에 제작된 ‘미션 투 마스(Mission to Mars)’와 ‘레드 플래닛 (Red Planet)’ 등도 화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아놀드 슈왈제네거, 샤론 스톤이 주연을 맡았던 이 영화는 90년대를 개척한 SF영화로 꼽아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서기 2084년 광산노동자 퀘이드(아놀드 슈왈제너거 분)는 밤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화성에서의 일들이 꿈속에서 등장하는데, 우연히 인공 기억을 심어주는 ‘리콜사’를 찾게 되면서 엄청난 소용돌이에 빨려 들게 된다. 퀘이드의 기억이 조작된 것. 그의 진짜 신분은 지구 식민지 화성의 총사령관격인 코하겐의 심복 하우저였다.
하우저는 화성의 비밀 저항조직의 수뇌를 잡기 위해 일부러 타인의 기억을 이식받고 지구로 보내지게 된 것이다. 퀘이드는 자신의 진짜 기억을 찾기 위해 지구에서 아내인 척 자신을 감시하던 로리(샤론 스톤) 등을 피해 화성으로 잠입한다. 그곳에서 그는 꿈속에서 봤던 여인을 만나고, 그를 통해 돌연변이들이 주축을 이룬 화성 저항군의 수뇌부를 접촉하게 된다.
그 순간 밀어닥친 코하겐의 부하들. 삽시간에 저항군 지도부는 초토화되고, 저항군의 정신적 지도자 역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코하겐은 한술 더 떠 저항군의 씨를 말리기 위해 그들의 밀집 지역에 공급하던 산소를 중단시키고 만다. 이제 퀘이드는 반군을 위해 싸울지, 아니면 원래 자기였던 코하겐의 부하 하우저로 돌아갈지 선택해야 한다.
결국 그는 퀘이드로 남을 것을 결정하고, 산소부족으로 쓰러져가는 민중을 위해 외계인들이 남긴 얼음 녹이는 기계를 이용해 화성을 산소가 있는 행성으로 바꾸어 버리게 된다. 산소통제권이라는 막강한 무기가 사라진 코하겐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영화에서 퀘이드가 자신의 뇌 속에 박혀 있는 추적장치를 꺼내는 장면과 여장을 한 퀘이드가 화성 검문소에서 들켰을 때, 얼굴이 양쪽으로 갈라지던 장면, 그리고 가슴 셋 달린 돌연변이 댄서가 등장하는 장면 등이 기억이 남는다. 이 장면들은 2012년 리메이크판에서도 비슷하게 차용되기도 했다.
‘토탈 리콜’을 다시 보면서, ‘화성의 산소는 오래가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화성에는 얼음은 있지만, 산소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식물이 없으니 말이다. 산소는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 지지만, 얼음은 오래지 않아 고갈될 것이니 말이다.
토탈 리콜을 위한 첫 번째 기회, 6.4 지방선거영화 ‘토탈 리콜’에서 토탈 리콜은 ‘모든 것을 다시 기억 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리콜에는 다른 의미도 있다. 흔히 자본주의가 체제에서 만들어낸 제품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때, 이를 회수하는 것을 ‘리콜’이라 한다. 생산자가 자발적으로 리콜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부가 강제로 리콜을 명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대선은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이라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 속에서 태어난 권력은 태생적으로 흠결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시원한 해명이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이 모두(Total) 리콜(Recall)을 명령해야 하지 않을 까 싶다.
2014년 효율적인 토탈 리콜(Total Recal)l의 첫 번째 방법이 다가올 지방선거라는 것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적어도 리콜당할 권력에게 표를 주는 일을 없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