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349년 개천절. 드디어 여유로운 공휴일이 밝았다. 일찌감치 LED등을 사다가 201호에 두 개 203호에 한 개..총 세 개의 등을 교체하였다. 등기구만 바꿨는데도 분위기가 썩 달라진 느낌이다. 내친 김에 군데군데 손상된 벽지도 보수해 두었다.
흰 쌀로 새 밥을 지어 김가루에 무쳐 먹고 나니 나른하게 졸음이 쏟아지지만 아직 할 일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비워 둔 203호를 걸레질이라도 해서 말끔하게 치워야겠고 벽지를 땜질하지 않은 곳이 있는지 천천히 살펴서 손 댄 김에 모조리 깔끔하게 마감해 둬야겠다. 그리고 계단과 복도를 쓸고 닦아 지저분하지 않게 청소해얄 터이며 저녁에는 분리수거해 둔 재활용품과 쓰레기를 배출해야 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밭에는 일꺼리가 널려있다. 비가 내려 땅이 물러졌으니 허화백의 지인이 무분별하게 꽂아놓은 지주대를 먼저 뽑아내어 묶어서 창고로 들여 정리해 둬야 할 것이며 호박과 동부 덩굴을 모조리 걷은 다음에 이랑을 갈아 돌산갓을 심을 수 있도록 시비해 줘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에 잡초가 두루 많이 자랐으므로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 즉시 밭으로 나가 미뤄둔 일에 착수할 참인데 어제와 달리 오늘은 기온이 27℃에 육박하고 바람조차 없어서 신속하게 처리하기엔 마땅치 않은 날씨다. 아마 어느 정도 하다 말고 남겨둬야 하지 않을까.. 그런다 해도 다음 일요일까지 시간 여유가 많으니 만큼 한 주일 동안 꾸준히 처리하다 보면 개운하게 마무리되리라 본다.
오랫동안 텃밭을 가꾸다 보니 아욱과 치커리 등 봄에 떨아진 씨앗들이 절로 싹이 터서 자라고 있는데 심었던 자리 뿐 아니라 꽤 먼 데까지 씨앗이 퍼져서 거의 밭 전체와 울타리에서까지 발아되는 걸 보면서 자연의 왕성한 생명력을 재삼 실감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월말에 뿌려 둔 총각무가 균일하게 발아하여 싱싱하게 자라는 현상으로 이 정도로만 자라준다면 다음 달에는 질 좋은 알타리로 맛있는 총각김치를 충분히 담글수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상추도 기후가 맞았던지 옮겨준 대로 잘 자리잡아서 머지않아 수확해 먹을수 있을 듯하니 우려할 게 없다.
잠시의 시간도 남에게 속박받지 않고 내 일정계획대로 활용할 수 있는 여유로움.. 얼마나 오랜만인가! 이번 주엔 서두르지 말고 차분하게 실터래를 풀듯이 남겨 두었던 일에 술렁술렁 착수해 가면서 여유롭게 지낼수 있겠다.
9월 하순부터 미진했던 일들이 술술 풀리고 차남까지 기대하지 않던 기쁜 소식을 가져오면서 이번 가을에는 어느 해보다도 알찬 결실을 기대하게 되었다.
주님, 감사합니다.














|
첫댓글
지주대 뽑아 갈무리하고
동부콩 수확한 뒤 덩굴 걷어내고
호박넝쿨을 대부분 걷어내고 나자
어멈..벌써 날이 어두워졌다.
어쩔수 없이 계단과 203호 청소는
불을 켜고 대충 대충 마쳐 놓았는데
저녁을 먹고 나니 여덟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여유롭지만 짧은 하루였다.
피로가 몰려오니 산책은 쉬고 분리수거는 미뤄둬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