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몸살감기 후에 목이 칼칼하더니 감기가 찾아왔다.
대충 넘어갈 몸 상태가 아님을 직감했지만 이미 때는 늦어 밤새도록 심한 기침에 잠을 설쳤다.
첫날 약을 먹었으나 소용이 없어 다시 약초를 찾아 텃밭으로 향했다.
다행히 꽃밭에 금전초가 많이 있어서 방아와 오가피를 넣고 달여 목을 축이면서 참고 버텼다.
낮에는 잦아들었다가 밤이면 기침이 심해지니 억지로 일을 만들어서 보냈다.
목이 잠겨 음성이 굵어진 것 외에는 아픈 곳이 없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는지 조금씩 음성이 돌아오고 있다.
얼떨결에 발견한 금전초가 이렇게 효능이 있을 줄 몰라서 다시 찾아봤다.
그전에도 알았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새롭게 안 사실이 더 현실로 다가왔다.
몰랐을 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알고 보니 명약이 꽃밭에 지천으로 깔려있다.
왜 이렇게 많이 번져있나 했는데 이 일을 위해서 준비된 것 같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하는데 잡초 같은 약초가 꽃밭에 가득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당뇨에도 좋고 결석에도 좋고 기침에도 효과가 있으니 이런 증상으로는 병원에 갈 일은 없어 보인다.
사실 한국의 나물은 약초가 아닌 것이 없다.
밥도 약으로 생각하고 먹을 정도니 한국인의 밥상은 참 특별하다.
말씀에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하였다.
지금이야 치유와 회복을 위한 밥상이지만 옛날에는 생존을 위한 것이었다.
요즘은 너무 맛과 분위기와 질을 따지며 씹고 뜯고 즐기는 문화라 분수에 넘친다.
삶이 풍성하니 먹을 것이 있다고 만족할 수 없는 세상인가 보다.
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 [딤전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