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미산 정상에서 조망, 왼쪽 멀리는 삼동산
새의 그림자도
낙엽으로 보이는
적막한 겨울 달
鳥影も葉に見て淋し冬の月
――― 히노 소조(日野草城, 1901~1956)
▶ 산행일시 : 2015년 12월 12일(토), 맑음, 봄날
▶ 산행인원 : 9명
▶ 산행시간 : 8시간 09분
▶ 산행거리 : GPS 거리 14.1㎞
▶ 교 통 편 : 두메 님 24인승 버스
▶ 구간별 시간
06 : 28 - 동서울터미널 출발
08 : 56 -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禮美里) 예미역, 도득사, 산행시작
09 : 55 - 747m봉
10 : 45 - 예미산(禮美山, △989.6m)
11 : 58 ~ 12 : 28 - 수라리재(600m)
13 : 25 - 영광산(935m)
13 : 52 - 임도, 안부
14 : 05 - 임도, 수라삼거리
14 : 20 - 헬기장, 임도 갈림길
14 : 48 - 망경대산(望景臺山, △1,088m)
15 : 20 - 다시 헬기장
16 : 05 - 옥동광업소 삭도 정차장터
16 : 18 - 드룹산(△901.6m)
17 : 00 - 영월군 중동면 석항리(石項里), 석항역, 산행종료
17 : 05 ~ 18 : 50 - 신동읍, 사우나, 저녁
21 : 15 - 동서울 강변역, 해산
1. 완택산과 고고산(오른쪽), 망경대산 오르면서 조망
▶ 예미산(禮美山, △989.6m)
지도를 보면 예미역 쪽에서 예미산을 곧장 오르는 일반 등산로가 있을 법 하지만 인적 드물
고 산자락 빙 둘러 채소밭일 뿐 그 위는 무성한 덤불숲이다. 우리가 등로를 개척한다. 도득사
는 가정집 흡사한 절이다. 도득사 아래 마을 고샅길을 보수하려고 커다란 레미콘 차가 개울
옆 비탈지고 좁디좁은 길을 후진하여 오르기에 그 운전솜씨가 볼만하다고 구경하는데 기어
코는 앞 오른쪽 범퍼가 돌담에 부딪쳐 박살이 나고 만다.
우리는 돌담 옆 언덕바지를 치고 올라 콩밭 지나고 개울 덤불숲 뚫어 배추밭을 오른다. 배추
밭 위는 간벌한 잡목 숲이다. 이런 넙데데한 사면은 빈손일망정 더덕대형 펼쳐 간벌 잔해 비
키며 오른다. 오늘은 바람 한 점 없는 따스한 날이다. 겉옷 벗고도 팔 걷어붙인다. 가파름이
한결 수그러들고 무덤 나오자 둘러앉아 탁주 입산주 마시며 숨 고른다.
하늘 가린 울창한 낙엽송 숲길을 간다. 장관이다. 낙엽송 숲에 들면 거침없이 쭉쭉 뻗어 오른
낙엽송의 기상이 우리에게 스며들어서인지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힘 드는 줄 모르고 막 가게
된다. 고랭지 채소밭이 연속해서 나오고 임도는 능선 마루금과 이웃하는 농로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일로직등 잡목 숲 헤친다.
임도는 불끈 솟은 747m봉을 오른쪽으로 돌아 넘지만 우리 중 다수는 747m봉을 직등하여
넘는다. 콘크리트 포장한 임도가 조동에서 이곳 안부까지 올라왔다. 트럭은 간벌하여 토막
낸 오리나무를 적재하고 있다. 작업하는 인부들에게 먼저 수인사 건넨다. 산릉이 너른 고랭
지 채소밭이라 조망이 아주 좋다. 첩첩산중 특히 두드러진 (이 근방 맹주인) 두위봉이 오늘
산행 내내 등대였다.
고랭지 채소밭이 끝나고 옛적 희미한 인적은 우리를 유인하여 자작나무숲으로 들어가더니만
사면을 돌아간다. 아차 하고 가시덤불 생사면 뚫어 능선 붙든다. 완만한 오르막이다. 공제선
은 가도 가도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사면 쓸어 해찰하며 간다. 등로의 온통 떡갈나
무 낙엽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 미끄럽다.
예미산 정상. 삼각점은 2등 삼각점이다. 예미 21, 1995 복구. 예미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10m 정도 가면 운교산을 가운데에 둔 조망이 훤히 트인다. 수라리재 건너 영광산과 망경대
산에는 눈을 돌리지 말 일이다. 지레 주눅 들게 우뚝 솟은 준봉이므로. 어묵 끓여(산중 어묵
에 맛 들렸다) 탁주 정상주 나눈다. 뒤에 오는 대간거사 님과 해적(해적에게 ‘님’자 붙이기가
멋쩍다)의 몫으로 두부모양의 어묵 두 조각을 극구 사정하여 남겼는데 잠깐 감시 소홀한 틈
에 없어졌다.
2. 오늘 산행 들머리인 신동읍, 예미역
3. 낙엽송숲
4. 낙엽송숲
5. 예미산 가는 길의 747m봉 넘은 안부 오리나무숲
6. 멀리는 두위봉
7. 오른쪽 멀리는 곰봉, 계봉
8. 멀리는 두위봉, 그 앞 오른쪽은 질운산, 앞은 자작나무숲
9. 예미산 정상에서 조망, 운교산
10. 앞 왼쪽은 운교산, 가운데는 김삿갓면의 곰봉, 그 뒤 오른쪽은 마대산
11. 망경대산, 앞은 영광산
12. 앞은 망경대산 동릉, 그 뒤는 김삿갓면의 곰봉
13. 예미산 정상에서
▶ 영광산(935m), 망경대산(望景臺山, △1,088m)
수라리재 혹은 그 아래 점말을 향한다. 건너편 운교산에서 예미산을 바라볼 때에는 예미산
정상 부근이 평평하더니만 실지는 그렇지 않다. 뚝 떨어졌다가 된 한 피치 올라 968.5m봉이
다. 내리막 능선은 도드라지지 않고 펑퍼짐하여 수라리재로 가는 인적이 분명하지 않다. 점
말 마을을 겨냥하고 냅다 쏟아 내린다. 산자락에 다다라서는 덩굴나무와 덤불숲에 빠져 연호
하며 한바탕 허우적거리고 나서 점말 마을에 이른다.
두메 님과 우리 도시락 실은 차는 수라리재에 있다. 우리가 수라리재로 간다. 잔디밭 밭두렁
에 둘러앉아 점심밥 먹는다. 수라리재는 고려의 34대 마지막 왕인 왕요(王瑤) 공양왕(恭讓
王, 1345~1394)이 삼척의 궁촌으로 유배될 때 이 고개에서 수라(왕이 먹는 음식)를 들었다
고 하여 유래한다. 아마 1394년(태조 3년) 3월 14일 쯤이 아닐까 한다.
허백당 성현(虛白堂 成俔, 1439~1504)의 시「공양왕릉을 지나다(過恭讓王陵)」를 읊어 그
를 조상한다.
松山落月飛天鏡 송악산에 지는 달은 천경이 날아가듯 했고
漢水祥雲擁斗樞 한수의 상서로운 구름은 북두를 옹위하였네
蕭瑟園陵一坏土 이제는 쓸쓸한 원릉의 한 줌 흙이 되었는데
無人相呼禁樵蘇 아무도 푸나무꾼 금지할 사람조차 없구나
영광산 가는 길. 수라리재 고갯마루에서 시작하면 한 봉우리 올랐다가 내리게 되니 아예 도
로 따라 약간 내렸다가 임도로 안부를 오르기로 한다. 산중턱 서향인 양옥 뒤로 낙엽송 숲 생
사면을 치고 오른다. 주릉에는 흐릿한 산길을 ‘감마로드’ 산행표지기가 안내한다. 지도의 촘
촘한 등고선 에누리 없이 가파르고 버석거리는 돌길이다.
영광산 정상. 돌 축대 쌓아 넓고 평평하게 돋우었다. 사방 나무숲 가려 아무 조망 없다.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망경대산 가는 길. 잠시 남진하였다가 상고대 님, 사계 님과 나는 오른쪽
사면을 길게 트래버스 하여 엷은 주릉 잡아 내리고, 메아리 대장님을 비롯한 다수는 망경대
산 동릉을 오르려고 남진하여 골로 간다.
영광산 내리는 길도 고약하다. 간벌한 나뭇가지가 여기저기 널려있고 잡석에 이어 너덜이 나
타난다. 영광산 내린 안부는 트럭이 올라온 대로인 임도가 지나고 휴양림관리사무소일 듯한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다. 안부 오른쪽 사면의 자작나무 숲 구경하고 그 옆 잣나무 숲을 오른
다. 큰 개 두 마리가 사납게 짖어대며 한참을 쫓아오기에 돌멩이 들어 겁주자 꼬리 감추고 내
뺀다.
이정표에 ‘수라삼거리’라는 Y자 임도 갈림길에 올라선다. 왼쪽은 망경대산 턱밑삼거리
(1.1㎞)까지 오르는 MTB 길이다. 우리는 가운데 능선을 잡목 헤치며 오른다. 비지땀 쏟아
긴 한 피치 오르면 우리가 이따가 망경대산에서 드룹산을 가는 능선의 너른 헬기장이다.
그래도 망경대산을 오른다. 평평한 낙엽송 숲길을 간다.
망경대산 또한 헬기장에서 24개의 동심원(축척 1/25,000 지도에서 1개의 표고는 10m이다)
이 가파르다. 한일자 그리듯이 갈지자 납작하게 그리며 오른다. 더러 눈이 쌓였고 땅이 얼어
있어 낫다. 망경대산 정상. 너른 헬기장 두른 참나무가 부쩍 자라 망경(望景)을 가렸다. 삼각
점은 ‘예미 311, 2004 재설’이다. 예전의 높은 망루의 산불감시초소는 무인산불감시시스템
으로 바뀌었다.
망경대산에서의 카메라 앵글 조망은 동쪽으로 임도 따라 20m쯤 내리면 벌목하고 낙엽송 묘
목 심은 사면이 좋다. 함백산, 태백산, 옥돌봉, 구룡산, 마대산, 태화산, 응봉산, 봉래산, 완택
산, 고고산 …… 차례로 짚어본다.
14. 아래는 점말, 멀리는 영광산
15. 망경대산에서 조망, 가운데 멀리는 옥돌봉, 그 앞은 구룡산
16. 가운데가 김삿갓면의 곰봉
17. 망경대산에서
18. 망경대산 정상, 멀리 왼쪽은 마대산, 가운데는 태화산, 오른쪽은 응봉산
▶ 드룹산(△901.6m)
방금 전에 그 애 써서 오른 망경대산을 순식간에 지쳐 내린다. 헬기장에서 덤불숲 뚫고 북진
하여 한 피치 내리면 수라삼거리에서 산허리 돌아오는 임도와 만난다. 임도는 고랭지 채소밭
마다 들린다. 나도 채소밭 들려 첩첩산 망경한다. 임도는 얕은 안부에서 왼쪽 사면으로 돌아
가고 우리는 직진 직등한다. 길 좋다. 봉봉을 오르내린다.
오른쪽 절벽 사면 바짝 다가가 나뭇가지 젖히고 영광산과 두위봉 들여다보곤 한다. 898.2m
봉 가는 길은 왼쪽 사면이 벌목하여 조망 훤히 트이니 천상의 길인 듯하다. 898.2m봉에서 망
경대산에서 응봉산에 이르는 장릉을 오래 감상하고 드룹산을 향한다. 우르르 내려 옥동광업
소 삭도 정차장이었던 터(안내판이 있다)를 지난다.
갈잎 낙엽이 알맞게 깔린 완만한 등로다. 더 오를 데 없어 드룹산 정상이다. 삼각점은 ‘433
재설, 77.7 건설부’이다. 사방 조망 가린 여느 야산의 산등성이와 다를 바가 없는데 내로라하
는 산꾼들의 산행표지기가 12개나 달렸다. 우리만(아니면 나만) 여태 드룹산을 몰랐다.
하산! 석항역을 향한다. 산행표지기가 안내하는 등로 따라 내린다. 햇낙엽 깔리고 우리가 처
음 가는 길 같다.
줄곧 쏟아 내리다가 송전탑 나와 잠깐 멈칫하여 예미산의 너른 품 바라보고 다시 쏟는다. 그
뚜렷하던 길을 지능선에 다 나누어 주었고 막판에는 남은 길 없어 덤불숲 헤친다. 머리 내밀
어 배추밭이다. 밭두렁 지나 농로로 내리고 석항역이다. 간신히 일당(8시간 산행) 채운다.
(부기) 사람 노릇하기 어려운 계절이다. 토요일이면 친지의 혼사가 줄줄이 있어서다. 사실
몇 초간의 혼주 눈도장 찍고자 하루를 몽땅 바친다는 것은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급
아일천 환천년(給我一天 還千年, 나에게 하루를 주면 너에게 천년을 돌려주겠다)이라는 말
이 있지만 그렇다. 대간거사 님이 오늘 존경하는 지인(오지산행의 애독자이시다는)의 혼사
에 아드님을 특사로 보내고 산행에 무단출석한 것은 사람 노릇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모처럼
해적을 오지산행에 선보이고자 한 용단이자 고육지책이었다.
해적은 1년 전부터 오지산행에 오고 싶었으나 좀처럼 틈을 내지 못하다가 하필 오늘 대망의
날이 잡혔다고 급작스레 대간거사 님에게 연락하였다고 한다. 해적은 1973년생으로 해병대
출신이며 해상구조대로 활동하면서 홍대 앞에서 음식점을 경영하는 프로 셰프라고 한다. 오
늘 운동화 차림하고(쓰레빠 신고 오려는 것을 대간거사 님이 말렸다고 한다) 종횡무진하는
산행실력을 보였다.
그런 해적이 섭섭하게도 공사다망하여 차후 오지산행 참석을 약속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포
님은 대적할 신예가 당분간 없어 긴장을 풀어도 괜찮겠다.
19. 자작나무숲
20. 앞 왼쪽은 예미산, 멀리는 두위봉
21. 왼쪽은 응봉산 연봉, 멀리 가운데는 영월 별마로천문대가 있는 봉래산
22. 응봉산 연봉
23. 멀리 가운데는 봉래산
24. 멀리 가운데는 두위봉
25. 구글어스로 내려다본 산행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