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차를 마셔본 꽤 오랜 기억을 더듬어 보았습니다
물론 그 때에도
그게 녹차인 지 발효차인 지는 전혀 몰랐었구요
내가 태어날 때
탯줄을 목에 감고 나와서 울 할머니께서
내 태항아리를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만월산 명주사에 올렸다고 합니다
그 얘길 듣고 대학 1 학년, 벌써 35 년 전, 여름방학에 처음 명주사로 갑니다
그때만 해두 고시공부 하면 절에 가서 공부하는 게 유행이었던 지라
그 외지고 아늑한 곳에도 고시생들이 득시글 거렸지요
워낙 학생들이 많아서, 저학년인 나는 대웅전에서 잠을 자야할 정도였습니다
저녁 공양이 끝나면 주지스님이 모든 식솔들을 모아놓고
차를 한 잔씩 돌렸는데, 그 때 우리 차를 처음 마셔 보았지요
물론 아무 맛도 느끼질 못하였습니다
명주사가 있는 어성전리에는 우리 문중의 큰 묘가 있는 곳이고
고조 할아버지의 생가가 있는 곳이라서 그 후 몇 번 그곳에 가면
우정 명주사에 들렀는데, 위 사진은 4 년 전에 찍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로 그때에도 곡차, 머루주에
우리 차를 대접받았지만 사실 차보다는 그 머루주맛이 더 각별하였다고,
우리 차에는 전혀 문외한인 가난한 기사의 허접한 기억입니다, ㅎ
확실히 우리 차에는 작은 파격이 있음이 틀림없습니다
'무엇인 가'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과 차를 마시는 행위에서조차 '예스러움과 멋스러움'이
드러나지않게 배어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지요
자연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검소하게 차용하여
보고 배우는 학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신 조연옥 선생님의 저 우아한 포스와
담백하고 부드러운 햇차의 맛은 쉽게 지울 수 없는 영상과 맛으로 남아 오래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오랜 시간 유럽에서 지내며 마셔본 홍자와 중국차 얘기도 해볼까 합니다
검소하기 이를데 없는 독일의 한 시골마을에서 오랜 기간 동안 민박을 한 적이 있습니다
안주인은 여든을 넘기신 할머니셨는데
동양에서 온 구여운 젊은이 ? 라고 지극한 환대를 해주셨답니다
그곳에서의 '지극한 환대'란 아침 식탁에 '갓구운 빵' 과 차, 주로 영국차를 내는 것이었지요
그리고 저에게는 특별히 큰아들이 중국에서 사왔다는 아주 귀한 차를 병째로 주셨습니다
하지만 그 때에도 나는 차보다는 커피를 더 많이 마셨답니다, ㅎ
그래도 아침마다 할머님이 직접 우려내시는 중국차를, 지금 생각하니 녹차, 꼭 마셨지요
아무런 맛도 모르면서, ㅎㅎ
일본이나 중국에 출장을 다닐 때에도 그저 습관의 일부처럼 차를 마시곤 하여서 그런지
사실 저는 차에 대해서 각별한 느낌이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이 번 청강 혹은 도강 ? 을 통하여
우리 차에 대한 생각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거기엔 술을 줄이고자 하는 얄팍한 속내도 들어있지만요, ㅎ
저 우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이라니 !!!
그리고 저 일이 얼마나 인고의 힘을 필요롤 하는 지는 아마 잠시나마 저 일에 참여한 학우들만이 어렴풋이 알 것이라는.
요 며칠 우리 차에 관한 이런저런 자료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미시적인 분야에 과학적인 접근만 해보았던 터라 아직도 그 습관대로 모든 것을 판단합니다
당연히 큰 그림은 잘 볼 수 없지요, ㅎㅎ
그래두 나름대로 공부가 끝나면 한 번 더 우리차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을 포스팅해볼까 하는 욕심이 있네요, ㅎ
조 선생님 댁 찻집 벽에 걸려있는 글씨를 도촬하여 여기에 올립니다
'두려워 마라 / 별 거 아니다'
큰 힘이 됩니다, ㄱ ㅅ ㄱ ㅅ
첫댓글 차반도 아니면서 盜講 ? 하는 절 반겨주시고
기꺼이 함께한 차반 학우분들과 조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허접한 포스팅 용서하시구요, ㅎ
즐거운 하루 되시길 빕니다.
찌릿~
좋은글로 일단 패쑤~!
포스팅 좋습니다
승달님이 이리 거드시니...
찌릿~ 씨익~ ^^
허접하다니요
샘께서 쓰신글을 보니 차와 저에 대한 예찬이 대단한걸요
감사 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