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 [배낭여행: 에돔의 땅 2]를 참고용으로 보냅니다.
여행담의 글이 너무 길어서 줄이고 또 줄여서 두 편으로 나눴던 겁니다.
글쓰기가 쉽지 않군요. 글 잘 쓰시는 분들을 존경합니다. 샬롬!
(활천문학 게재용은 아니니 참고만 하시라구요. ^^)
배낭여행: 에돔의 땅 2
낮과 밤의 경계는 어떻게 구분하는가.
아랍인들은 흰색 실을 땅바닥에 놓고 색의 분별이 가능하면 낮이고, 흰색 구분이 안 될 때부터 밤이라고 한단다.
그렇다면, 보스라의 폐허나 다름없는 유적지를 기웃거리는 동안은 아직 낮이었다. 해는 막 붉은 노을을 만들며
서쪽으로 넘어가려는 때였다. 일몰(日沒)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앵글을 돌릴 때 몇몇 학생들이 모여들었고,
그들과 몇 마디 주고받으며 셔터를 눌렀다. 아이들이 외국인에게 호기심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니겠나.
어둠이 내려앉는 이국의 작은 마을! 이젠 잠자리를 찾을 시간이다.
벽촌이나 다름없는 곳이어서 숙박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이제, 재워줄 곳을 찾거나, 없다면 아무데나 침낭을 펴고 하룻밤 묵을 심산이었다.
마을 끝까지 천천히 걸으며 두리번거리다가 잠시, 길가의 마지막 집 계단에 걸터앉아 따라온 아이들과 대화중에
사단(事端)이 벌어졌다. 지프차 한 대가 천천히 다가오더니 젊은이 하나가 내렸다. 어디서 왔나, 어디로 갈 거냐?
몇 마디 주고받았다.
“나는 다나(Dana)로 갈 계획이지만, 지금은 아무데서나 잘 거다. 숙박시설이 없다면 온 대지가 모두 나의 침대가 될 수 있다”
라고 했을 때 “뭐라구? 이건 당신의 안전에 큰 문제다!”라며 그 젊은이는 큰 눈을 부릅떴다.
아랍인들의 눈은 대개 동양인 보다 큰 편이다. 그는 다나까지 태워다 준다며 지프차에 나를 밀어 넣었다.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따필레의 김형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다나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다나호텔 사장인
슐레이만과 친하다고 들었던 터였다. 다나는 요르단에서 보존하는 자연휴양림(Dana Nature Reverse)으로
이번 배낭여행의 종착지로 정한 곳이다.
다나를 향하는 길은 어둑어둑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시커먼 짐승 하나가 비탈을 내리 달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차에 있던 모하메드, 워터스, 아흐마드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들에서 잔다면 저런 맹수나 독사에 의해 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독사에게 몰린 사건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들의 배려로 다나호텔에 도착한 건 어둠이 내려깔린 늦은 저녁이었다.
이미 연락을 받았던지 호텔 앞에는 제복차림의 관광경찰이 나와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여권을 제시하고 간단한 절차를 거쳐 7호실에 투숙했다. 하룻밤을 보내면 다나를 둘러보고,
오후에는 귀가하리라 생각하며 잠을 청했다. 이름 모를 풀벌레가 머리맡에서 찌르찌르르 쉬지 않고 자장가를 불러준다.
만약, 계획대로 노숙을 하고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했더라면 매우 힘들 뻔했다.
“여호와이레!” 의도치 않았지만, 아주 쉽게 목적지까지 도착했던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은총을 받는 자임을 감사할 수밖에 없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나 마을을 둘러보며 교통편을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 외부로 나가는 교통편이 없다.
다나에서 암만으로 가는 대중교통은 새벽 6시, 한 번뿐인데 이미 떠나버렸던 것이다.
그냥 걸어 나갈 수없는 외진 곳이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좁은 지역인 다나에서 하루를 더 보내게 되었다.
보스라에서 다나까지 멀기도 했지만, 대중교통편이 마땅치 않았던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롬8:28)
마을의 역사는 약 500년 정도 되었노라고 호텔에서 슐레이만이 설명했다. 비탈길을 따라 서쪽으로 15키로 쯤 내려가면
성서시대에 구리광산이었던 훼이난(부논)이 있다고도 했다.
‘자발 아따타’라는 깎아지른 바위산이 동쪽을 병풍처럼 둘러있는데, 마을의 부족이름도 ‘아따타부족’이라고 했다는
설명도 듣는다. 서쪽은 깊은 계곡이고, 마을의 양쪽도 역시 높은 바위산들이 호위하듯 둘러서 있다.
말하자면 천연의 요새(要塞)같은 지역이다. 배낭과 카메라를 메고 문밖을 나섰다. 좁은 길은 모두 박석으로 깔았고
건축물은 모두 석조였다. 지형지세나 마을의 형태로 보면 역사가 꽤 오래 되겠다고 추측되었다.
좁은 골목길에 나귀를 탄 텁석부리 젊은이가 올라온다. 마르하바!(안녕!) 습관처럼 먼저 말을 붙인다.
그는‘칼리드 M. 알리’라 했다. 함께 따라오던 매끈한 젊은이는 할라비(시리아의 알렙포 사람)로 이름이‘술탄 S. 살라딘’으로
건축기술자라 했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다나(Dana)마을은 미국의 지원을 받아 재건축(remodeling)이 한창이라고 했다.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부논을 향해 발길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음으로는 쉽게 갈 것 같았지만,
구불거리는 비탈길을 1km쯤 내려가다가 포기하고 되돌아섰다. 나이 60이 되면 해마다 죽고, 70이 되면 달마다 죽고,
80이 되면 날마다 죽는다더니, 체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논(Punon, 민33:43)은 이제 참고서적으로나 확인해야겠다.
마을로 다시 올라와 배낭을 호텔 7호실에 재차 맡기고, 근처 구석구석을 돌아보기로 했다.
약 350여명의 주민이 살던 마을이지만, 대다수는 동편 언덕너머의 알카데시아 마을로 집단이주를 했고,
현재는 숙박업과 관련된 소수만 산다고 했다. 마을에서 동북방향으로 약 500미터 쯤 올라가면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생수가 있다. 우물은 잘 정돈돼 있었다. 가까이 가보니 외지에서 들어온 승용차 몇 대가 서있고,
수로에서는 크고 작은 아이들이 물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마을의 식수와 농장의 수원지였다.
에돔의 도시인 도벨(따필레) 셀라 보스라와 다나의 도시형성 요건들을 정리해 본다.
1, 대상로(隊商路)인 ‘왕의 도로’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다.
2, 방어가 용이하다. 삼면은 깊은 계곡이어서 한 방면만 잘 지키면 된다.
3, 사철 흘러나오는 지하암반수가 풍부하다.
4, 먹을거리 공급이 가능한 배후지(농지와 목축지)가 가까이 있다.
생명수의 강(물)이란 천국의 필요조건 중 하나다.
“또 그가 수정같이 맑은 생명수의 강을 내게 보이니 하나님과 어린양의 보좌로부터 길 가운데로 흐르더라” (계22:1~ )
짧은 배낭여행을 통해서 요르단 사람들이 외국인에게 얼마나 친절한지를 체험해보았다. 감사하다! -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