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떡볶이집 젓가락 문구를 보고
국민 간식이라고 불리는 떡볶이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젓가락에 이런 문구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맛이 있으면 주변에 알려주세요/ 맛이 없으면 주인에게 알려주세요” 참 공감이 되는 말입니다. 자기네 떡볶이를 먹고 맛이 있으면 주변에 입소문 좀 내달라는 말이죠. 반대로 맛이 없으면 주인에게 달려달라고요. 그러면 고치겠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보통 이 반대로 합니다. 어디서 무슨 음식을 먹고 맛있으면 나가면서 주인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말하고요, 맛이 없으면 주인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나가서 주변 사람들에게 그 식당 맛이 없다고 말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정말 바람직한(?) 자세는 그 젓가락에 쓰여있는 대로 맛 있으면 주변에, 맛 없으면 주인에게 알려주는 게 좋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못할까요. 민망하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사실 음식이 맛이 없다고, 또는 무슨 문제가 있다고, 그 주인에게 그걸 말하기 힘들이죠. 기분 나쁘게 생각할까 봐서요. 면전에 대고 어떻게 음식에 이런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사실은 무슨 문제가 있는지 말해주는 게 좋을 겁니다. 주인이 그 이야기를 기꺼이 받아들일 넉넉한 마음만 있다면요. 그래서 그 지적을 받아들이고 고치고 개선해 나간다면 아마 당장은 불쾌하더라도 결국 그 식당은 더 좋은 집이 되고 더 많은 손님들이 찾을 겁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식당을 하지 않는 우리에게도 적용됩니다. 우리가 매 주일 교회 나와 듣는 하나님의 말씀이 때로는 자신에게 불편하고 쓴소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종종 어떤 교인들은 목회자의 설교가 자기를 치려고 하는 설교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뭐 세상에 별별 사람이 다 있고 목사도 사람이니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대개는, 죄송한 표현이지만, ‘도둑이 제발 저려서’ 그러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목사는 그냥 설교했을 뿐인데 듣는 사람이 자기를 비난하려는 설교라고 오해를 많이 합니다.
이런 오해를 자주 하게 되면 그 교인은 신앙생활이 결코 행복하지 못합니다. 결국 자기 손해입니다. 예전에 어떤 장로님의 말이 생각납니다. 주일 아침에 교회 가면서 항상 다짐한다고요. 나는 오늘도 교회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은혜를 받을 것이다, 작정을 한다고요. 그날 어떤 교인이 자기를 불쾌하게 하더라도, 그날 설교가 가시처럼 찔러도, 그날 성가대가 죽을 쓰더라도, 항상 그 속에서도 은혜 받으려고 한다고요. 왜냐하면 은혜로 사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은혜가 없다는 건 물 밖에 떨어진 물고기 같기 때문입니다. 늘 은혜를 사모하고, 어떤 경우에도, 내게 주시는 은혜로 승화시키는 사람이 결국 행복한 그리스도인입니다☺
(2024년 9월 8일 주일 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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