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서울의 봄 봤어?”
“선생님들도 다 서울의 봄 얘기하고 계시더라"
얼마만인가. 청소년 어른 가리지 않고 다 본 영화가.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이 앞서 많이 있었지만 이렇게 화제가 된 영화는 이게 처음일것이다.
더욱이나 특이한건 욕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다는것이다. 아 물론 몇몇 기사에서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서울의 봄을 보러가는걸 항의 했다는걸 본적있지만 내 주변사람들이나 서울의 봄 관련 영상 댓글들만 봐도 칭찬하는 말이 대부분이였다.
갑자기? 왜? 사람들은 이 서울의 봄 영화에 열광하는것일까?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이 죽은 뒤 보안사령관이였던 전두광은 자신을 따르던 ‘하나회'를 중심으로 군사반란을 일으킨다. 그는 대한민국을 차지하기위해
최전선에 있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이고, 이를 두고만 볼수 없었던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이 이에 맞서며 벌어지는 9시간의 팽팽한 대립을 그려낸 영화이다.
근현대사를 다루고 있는 것들 중 유명한 영화들은 (1987,택시운전사,헌트,변호인 등) 다 극장에서 본 사람으로서 앞에 영화들과 서울의 봄의 차이점을 말해보자면,
다른 영화에 비해 잔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근현대사 영화들의 특징은 고문 장면이 꼭 나온다는 것이다. 고문장면이 아니여도 시위를 하던 사람이 도망치다 무차별하게 맞는 장면들, 피흘리는 장면들을 꼭 한번씩은 봤을 것이다.
고문장면을 자세히 묘사한 이유에는 그 당시 피해자들이 느꼈을 큰 공포와 정부의 무차별한 만행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니였을까 싶다.
그런 점 나에겐 그게 너무 잘 전달이 되었기에 나는 고문장면과 시위하던 사람들이 괴로워하는 모습들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이것이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가 나올때 마다 극장으로 향하고 있는 발과는 달리 마음이 참담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서울의 봄에선 고문 받고있는 모습이 등장하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는다. 그저 알아볼수 없을정도로 부은 얼굴을 보고 심한 고문을 당했구나 짐작 할 뿐이다.
또한 반란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죽은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군인들이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더 암울해져왔다. 죽지않았다는건 다 항복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죽지 않은 군인들이 많았기에 마지막까지 대응하려 했던 참군인들의 죽음이 더욱더 슬프게 느껴졌지 않았나 싶다.
고문장면 처럼 잔인한 장면이 없다면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봤을 것 같은데 실상은 이때까지 봤던 영화들중 가장 분노하며 흥분했다.
영화관에선 팝콘소리만 내던 내가 “하..”라고 소리내어 한숨을 쉴만큼 말이다.
처음에 전두광에게 향해있던 분노는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전두광이 아닌 어리석은 우리편 고위간부들에게 향했다.어깨에 있는 별들은 장식인건지 나라가 반란군들에게 넘어가고 있는데도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간부들을 보며 ‘똑똑한 적보다 멍청한 아군이 더 무섭다’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지루할 틈이 없는 빠른 전개와 연출, 결말을 이미 알고 있지만 영화에서만큼은 다르길 바랬던 조금만한 희망까지 약 2시간이라는 시간동안 나 또한 그곳에 있는 것 같았고 ‘나라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라며 갈등했던 시간이였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바로 영화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였다.
유튜브 속 알고리즘엔 서울의 봄 속 실존인물들을 소개하는 영상, 참군인 김우령 중령을 재조명하는 영상 등 우리가 모르고 있던 진실들을 알아보고 찾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높은 조회수가 그런 사람들이 한둘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6월 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1987> 를 만든 감독은 그 당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고 하는데 그에 대해 인상깊었던 영화후기를 말한 적 있다.
“이래서 기를 쓰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관리하려고 하는구나"
그냥 영화일 뿐인데 관심없던 사람도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엔 분노하게 만들고 관심 갖게 만드니 그만큼 이 영화가 영향을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SNS가 발전함에 따라 꼭 영화가 아니어도
자신의 메세지를 영상,글,음악으로 전할수 있기에 미디어의 영향력은 더욱더 커질 것 같다.
특히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생각은 ‘어떤’ 메세지를 전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하는가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서울의 봄에서 사람도 그 자리에 있는것처럼 만드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없었다면? 과연 사람들이 몰입하며 함께 분노하고 슬퍼할 수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봄을 통해 ‘배우가 이 정도 까지 할수 있구나'라며 배우들의 합과 역량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의문이 들었다.
사람들은 그저 잠시 관심 가질뿐 과연 이 관심이 사람들의 삶과 행동의 변화까지 가는가? 라고.
그리고 그 나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분노와 그로인한 관심의 유통기한은 짧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저 스트레스 풀때 먹는 인스턴트 떡볶이처럼 짧고 강력하게 말이다.
나는 이런 것을 세가지 방법으로 해결할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이런 영화들을 사람들이 잊었나 싶을때 마다 계속 만들어지면 된다.
두번째, 만들수 없다면 똑같은 영화를 다시 보면 된다.
세번째,
영화 속 인물들이 멍청하네.. 라고만 끝나지 않으면 된다.
영화는 그 시대의 영향을 받지만
영화가 그 시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만큼 그저 과거의 일이라고 넘겨버리는게 아닌
그래서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떤가
저 시대에 이루지 못한 봄이 지금 왔는가? 아니면 아직 오지 않았는가?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며 영화 속 등장하는 멍청한 인물들이 내가 되지 않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각한다.
역사를 모르는건 잘못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 또한 역사에 대해 아직 모르는게 산더미이기 때문에
하지만 알려 하지 않는건 잘못이라 생각한다. 그저 과거의 일이라 치부한 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말하는건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지 않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나부터 알려고 노력할 생각이다. 점심 먹을 때 브이로그 같은것만 봤다면 좀 더 유익하고 재밌는 역사 프로그램들을 보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