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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
저- 김종헌 평론집
출- 소소담담
독정- 2022년 1월 22일 토
책 제목의 이해
김종헌 교수가 쓴 <포스터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 책을 읽게 되었다. 777쪽! 이 정도 두께면 ‘천로 역정’ 수준이다. 책의 두께에 놀라면서 김종헌 교수의 연구에 대한 열정에 또 한 번 놀랐다. 이 책은 2014년도부터 연구하며 써온 글들을 모아 2021년 12월에 편찬하였다. 그동안 대구 교대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학생들 논문도 봐줘 가면서 본인의 연구를 이토록 알차게 해온 것에 경의가 절로 솟는다. 10년간의 연구물을 모아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라는 벽돌 책으로 편찬하였다.
그런데 ‘포스트 휴먼’이라는 개념의 정의가 확 다가오지 않았다. 내 컴퓨터를 열어 읽은 책들을 발췌(拔萃)해서 갈무리해둔 폴더를 들추어 보았다. 2018년 8월에 읽은 <포스트휴먼이 온다>는 책을 발췌해 놓은 책명이 눈에 들어왔다. 이종관 교수(성균관대)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펴낸 책인데, ‘포스트휴먼’ 글씨 옆에 <우생학적 인간 개조주의>라고 친절하게 적혀있었었다. 그래서 학문에 약한 나 같은 사람은 아, ‘포스트휴먼은 인간 개조주의를 말하는구나.’ 정도로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다가 부제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미래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라는 설명이 덧붙어져 있어서 ‘그래? 그러면 철학적 미래학을 이야기하는구나.’ 싶어 책을 들춰 봤는데 438쪽의 벽돌 책이었다. 두꺼운 책을 넘기면서 내가 관심 가졌던 부분은 4차 산업혁명의 과제였다. 요약하자면, 인간은 미래에 대한 기대를 현재 실현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며,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을 배제하지 않게 하려면 기술적 창의성만이 아닌 사회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시장 논리에 포박된 과학기술의 한계를 벗어나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하고 이런 협력으로 사회와 문화를 구성하는 인간들 간의 융화를 증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시 김종헌 박사의 책 <포스트휴먼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로 돌아왔다. ’포스트휴먼‘ 대신 ’우생학적 인간 개조주의‘ 시대 아동문학의 윤리?’로 바꾸어 읽어보았다. 그래도 거리감이 느껴져 네이버에서 사전적 뜻을 찾아보았다. ‘포스트휴먼: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로서, 지식과 기술의 사용 등에서 현대 인류보다 월등히 앞설 것이라고 상상되는 진화 인류. 생체학적인 진화가 아니라 기술을 이용한 진화로 반영구적인 불멸을 이룰 것이라고 여겨진다.’ 고 설명하고 있었다. 여기에서 나는 다시 포스트휴먼 시대를 ‘진화된 인류 시대’로 바꾸어 읽어보았다. 그러면서 작가의 머리말에서 포스트휴먼이 내포한 뜻도 찾아보았다.
‘지금의 어린이 독자는 디지털 문명의 가벼움과 신속한 결과를 앞세우는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산다. 이른바 포스트휴먼(posthuman) 시대를 사는 신인류다.’
여기서 말하는 포스트 휴먼은 빠른 변화의 시대를 뜻하는가? 다음 줄을 읽었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인간 아닌 것들이 함께 미래사회의 주제가 되는 변형되고 확장된 새로운 개념의 인간이다.’
여기까지 읽으니 ‘아하, 그래서 이종관 책에서 4차 혁명 시대가 말한 새로운 인간’을 작가는 포스트휴먼으로 나타내었구나로 이해하였다. 이 책의 머리말을 다 읽고 내가 요약한 것은 이렇다.
“지금의 아동문학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관계성, 생태주의 등 사회 문명의 변화 속에서 어린이의 정체성을 새롭게 이해하고 그들의 아픔에 감응해야 시대정신에 맞는 문학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2. 비평의 자세
◉ 문학과 비문학에 대한 개념 정의
“박경용은 논쟁적 메타비평으로 정실주의 비평과 진영논리에 편향된 도식주의 비평을 비판하고 아동문학의 예술성을 옹호. 다양한 관점에서 동시를 창작, 감상하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이오덕과 이념 논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문학성을 두고 문학과 비문학을 논한 것이다.” 53쪽 15째줄-여기까지 읽으면 박경용은 문학성을 옹호하고 이오덕은 비문학성을 옹호했다는 이야기로도 읽힐 수 있겠다싶었다.
“ 55쪽 5째줄부터 -박경용은 이오덕의 서민 아동문학만이 문학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인 양 생각하는 태도를 비판하였다. 이는 아동문학 작품의 문학성에 초점을 두어 예술성과 동화 정신, 시 정신을 바탕으로 어린이 독자에게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태도였다. 이오덕이 아동문학의 서민성과 현실주의 입장을 견지한 비평으로 계몽적이고 몰개성적인 동심을 전제로 한 아동문학 작품에 대한 질적 향상을 꾀했다면 박경용은 예술성 옹호 입장에 선 비평이었다. 특히 그는 동심에서 벗어난 어른의 회고로 작품을 쓰는 것, 문학적 형상화의 미숙 등은 강한 어조로 비판하였다.” 고 적고 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오덕은 회고적 작품을 옹호하는 자로 읽힐 수 있다 싶어 다시 53쪽으로 돌아와 31번 각주를 읽어보았다.
“흔히 이들 논쟁을 이데올로기를 중심에 둔 진영논리 논쟁으로 취급하는데 필자는 다르다. 이오덕이 주장한 민족 문학으로서의 서민성애 대해 박경용이 반박하거나 문제를 제시하지 않았고, 박경용은 관념적이고 초월적인 동심으로 안일한 창작 태도를 비판하였을 뿐이다. 문학의 예술성을 위해 아동문학에서도 픽션과 과장, 비약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반해 이오덕은 식민문학 혹은 거짓된 동심 등에 대척되는 점에 민족 문학과 참된 동심을 총체적으로 현실성(서민성)이라 규정하였다.“
‘아, 이것은 서민성을 두고 하는 논쟁이며 거짓 동심을 대척하는 이오덕의 견해를 바로 꿰뚫고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정리되었다.
◉ 동시의 서정과 다양성
-김종헌 작가가 <동시 발전소> 책에 낸 글에 대한 김제곤의 비평을 읽고.
“2000년을 전후 우리 동시는 관념성과 초월 동심을 벗어나 어린이들 삶의 현장으로 들어온 동시를 많이 찾을 수 있다. 1970년대 이오덕과 박경용의 논쟁으로 동시가 전대와 달리 진일보하고 있었다. 두 시인을 언급하며 1970년대를 소개한 것은 관념 동심 비판으로 이오덕의 현실주의가 나섰고, 이 현실주의 극단이 문학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소위 ‘일하는 아이들’로 나타난 동시 문단에 대해 박경용이 문학성의 문제를 따진 것이다. 느닷없이 나타난 말놀이 동시는 이 둘을 모두 무너뜨렸다는 논지를 펼치기 위해서였다.-김종헌
-그런데 이오덕의 ‘현실주의가 배척하고자 한 것이 문학성이 아닌데 김종헌은 현실주의가 배척하려 했던 것이 문학성이라고 했다.-김제곤 주장①
주장② 김제곤이 김종헌의 글에서 ’~해야만 한다‘가 연속적으로 쓰인 것이 무척 우려스럽고 갑갑하다’며 모든 시인의 의무 조항으로 읽힐 수 있다는 가정으로 일침을 가했단다.
‘작가의 답변은 “그런 어조는 제목에서 시인의 오만이란 표현을 썼듯이 필자의 답답한 마음에서 비롯된 외침이었다.’고 밝혀두었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며 평론가의 평은 어디까지 유추하여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비틀고 끌고 갈 수 있는 기술인가 하는 생각을 하니 김종헌의 편을 들고 싶었다.
한편,
“이 현실주의 극단이 문학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소위 일하는 아이들.” 운운하는 김종헌의 표현에서는 ‘일하는 아이들 이야기는 문학성을 훼손하는 작품이다’로 읽히는(애매모호한) 점이 있어 아쉬웠다. 이런 것들을 따져보면 평론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알겠다. 이 뒤쪽으로는 서평과 작품론이라서 쉽게 읽혔다.
3. 작품과 작품론들
◉ 집—강정규
혼자 사시던 할머니
요양병원 가신 후
엄마는 이제 외갓집은
집이 아니래
그럼
외할머니가 집이었네
사람이 집이네
※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의 향수가 아니라 동심과 함께 디지털 공간에 사는 어른의 정서지만 공동체 구성원의 상호주관성은 주체와 객체의 비동일적 통섭으로, 타자를 인정하는 방법이며 이런 휴머니티를 살려내는 것도 아동문학 내적 특질로 디지털화되어가는 문단을 풍성하게 한다. -이 해석을 읽으며 ‘이게 포스트휴먼 시대이구나.’ 생각했다.
◉ 북두칠성-곽해룡
나도 별이 되고 싶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국자 하나를 위해
일곱 개나 필요한 별
일곱 개중 하나만 빛을 잃어도
손잡이가 부러지거나
국이 줄줄 새고 마는 저런 별
※ 존재감이 분명한 별이 되고 싶되 별과 별 사이에서 함께 빛을 내는 별로 살고 싶은 꿈
◉ 할아버지의 모자-문삼석
잠깐 탁자 위에 앉아 있었더니
-왜 네가 거기 앉아 있어?
의자가 고개를 갸웃
의자 위로 자리를 옮겼더니
-왜 네가 거기 앉아 있어?
탁자가 고개를 갸웃
방석 위에, 책상 위에, 방바닥 위에
이리저리 옮겨 앉아 보았지만
웬걸!
모두 고개 내젓는 거야
할 수 없이 나는
다시 올라갔지 뭐야
반들반들 빛나는
할아버지 대머리 위로
※ 유아기 독자라면 이런 반복에 흥미를 느낀다. 마치 놀이처럼. 대머리 위에 가는 반전에서 독자는 웃음을 터뜨린다. 즐거움과 문학성을 같이 갖춘 작품이다.
◉ 따뜻해졌다.- 채정미
은행나무 한 그루가
온 동네를 밝혔다
노오란 나비 떼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내려앉고
녀려앉았다 날아오르고
금세 온 마을이 환해졌다
지구가 따뜻해졌다.
※시적 전개가 다른 시인의 발상과 유사하면 별다른 긴장감이 없다. 오래된 노래처럼 여운이 없다.
◉ 외세에 들어온 근대 사회문화를 배경으로 허구 인물인 제현 형제(의병과 풍각쟁이)와 휘(백초당 아이)의 경험을 구조화하여 당시 민중 생각을 그린 작품에서 역사적 공간을 작품 배경으로 설정하였다. 저항과 신문명의 수용으로 대구 장소에 대한 기억으로 소통하며 허구적 어린이를 등장시켜 일제하에 저항하는 지역민의 삶을 상상력으로 그려내었다. 그러나 인물의 역할과 공간의 상관관계, 공간의 특성, 사건과 관련성 있는 장소에 대한 생생한 묘사로 공감을 얻어야 하고 역사 사실과 문학 상상력의 조화로 특정 장소의 정체성을 부여하도록 해야 한다.
◉ 박경선의 동화에 대한 평은 세 꼭지로 나누어져 실려 있다.
① 작품 깊이 읽기로 쓴 <큰손을 가진 큰 목소리의 동화작가-399쪽>라는 글은 ‘시장 엄마’와 ‘제멋대로 스님’ 작품에서 캐릭터의 구성이 살아있다는 평이었고
② 533쪽 4부. 대구, 경북 아동문학의 현장/ 소통의 마당을 만들어야/ 등장인물 관계 짓기-에서 “박경선의 <뱀이 나올 수 있느니>-
는 뱀을 상징적으로 활용하여 대식이와 관계를 징그럽고 부정적 이미지로, 할머니와는 함께 놀아주는 클릭터(보아뱁)로 관계 짓기를 해놓았다. 뱀- 병의 기호와 뱀-대식의 상징으로 이지의 갈등을 풀어내어 이야기기 흥미롭다. 그러나 시골 사는 아지가 엄마를 위해 할머니가 있는 도시로 혼자 전학 오는 설정은 동심의 정서로 볼 때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다. 537쪽”는 평이었다. 그 말에 명 평론가다 싶어 무릎을 쳤다. 작품을 보내놓고도 ‘그러잖아도 5학년인 만큼 내년에 어차피 할머니가 계시는 시내 중학교로 가야할 테니 미리 가 있으라’는 말 한마디를 더 써넣으려다가 원고를 그냥 보내 버린 것을, 평자가 알고나 있은 듯 일러주어서였다.
③ 동심의 권력화와 상투적 형상화/주제 의식의 과잉-에서 대구문학 114호에 실린 박경선의 <김바우 영감 곰바우-529쪽>에서 “여기서 문화재 보존이라는 뚜렷한 주제가 드러난다. 특히 동화 마지막에 ‘저도 어른이 되면 할아버지처럼 석굴을 꼭 지킬게요.’라는 광우의 말은 주제를 너무 선명하게 드러내어 독자로서 부담스럽다.”라고 평해두었다. 평자의 평을 듣고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대학원 학생들과 수업을 할 때도 ‘주제가 드러나지 않게 녹여 쓰는 것이 가장 기본이고 초보적인 단계이다.’고 강조해놓고 나는 이렇게 주제를 확 드러내어 썼다니……. 내 속에 꽉 차 있는 생각에 골몰하다 보니 그게 차서 넘쳐났던 것도 몰랐던 자신이 부끄럽다. 이래서 평론은 작가 스스로를 돌아보며 공부시켜주는 스승이 된다.
◉ 수염대결-권기덕
이순신 장군 위인전을 읽다가
사인펜으로 빡빽하게
수염을 그렸어
‘판옥선’이라 쓴 도화지는
창문에 붙였지
“나를 따르라~.”
둥둥둥 북소리가 들렸고
나를 놀렸던 동네 형은
용서를 빌었어
하지만 거친 파도 때문이지
배가 흔들려
아빠가 낮잠에서 깨어났어
“너 누구니?”
”저 이순신 장군인데요.“
잠시 뒤, 아빠가 수염을 잔뜩 그린 뒤
내게 말했어
“난 선조다. 전투를 멈추고 숙제부터 하거라.”
수염을 벅벅 지우며 다짐했어
다음에 반드시 백의종군하겠다고
※ 마음껏 상상하며 갈등을 해소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다가 낮잠에서 깬 아빠 때문에 판타지 공간을 흐려놓았지, 갈등을 놀이로 전환하여 형상화한 점이 재미있다.
◉ 아버지의 물맛-하청호
-꿀꺽 꿀꺽 꿀꺽
물맛 한 번 좋다
-아버지, 물도 맛이 있어요
-그럼, 물에는 맛이 있지
하늘을 내달리는 바람의 맛
풀잎의 싱그러운 맛
땅속에 담아둔 시원한 맛
-꿀꺽 꿀꺽 꿀꺽
나도 아버지의 물맛으로
물을 마신다.
※ 소리 맛과 말맛-화자는 아버지의 물맛을 따라 하며 서로 소통한다.
◉ 소금꽃이 피었습니다-하청호
바다가 소금밭으로 와서
소금꽃을 피웠습니다.
빈짝이는 하얀 소금꽃
힘든 일이 아버지 얼굴에
소금꽃을 피웠습니다.
온몸에 흘린 땀이
하얀 소금꽃이 되었습니다.
해님이 피워낸 소금꽃
아버지가 피워낸 소금꽃
참 귀한 꽃이 피었습니다.
※ 힘든 일-온몸에 흘린 땀의 관계 짓기로 노동의 소중함으로 참 귀한 꽃의 의미를 살리고 있다.
◉ 물놀이하는 구름-권영세
구름도
한여름 무더위엔 물에 내려와
물놀이를 한다
바위에 부딪혀
물거품 남기고 가는
물줄기를 따라가지 않고
해 질 녘까지
친구와 누가 오래 참는가
잠수를 하며
물놀이 한다.
※ 물은 흘러가는데 물속 구름은 그대로 있는 것을 아이들 놀이로 보고 이런 정서에 빗대어 누가 오래 참는가를 그려내었다. 자연과 나를 하나로 이해하는 발상이다.
◉ 속상한 바람-권영세
마을 골목길에도
놀이터 공터에도
아파트가
촘촘히 들었다
거침없이 다니던 길을
콘크리트 괴물들이 막아버린
그 좁은 사이로
힘들게 다녀야 하는
바람은
몹시 속이 상했다.
※ 세계를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동심에다 사람 다니는 길을 막은 비인간적 공간에 비판적 시선을 얹었다.
◉ 밤안개-권영세
해가 서산 너머
모습 감추자
산은
밤새 추울까 봐
이불을 꺼내 덮었다
날이 새자
해가 서둘러
이불을 두르르 말아
숲속에
넣어두었다
※ 밤안개를 보면서 해가 진 저녁 추위- 이불 덮기- 날 밝음- 이불 개기로 일상 체험을 떠올리게 한다. 우화 형식의 시도 있다.
끝이 없는 말싸움- 권영세
먼 산을 바라보던 해바라기가
개미를 내려다보고 어깨를 으스대며 말했어
-예, 너 담 너머 저 먼 산을 볼 수 있어?
지나가던 개미와 얘기를 나누던 채송화가
“아니, 너는 땅에 사는 벌레들과 예기할 수 있어?
할아버지의 화단에서는 말싸움이
계속되고 있단다.
※ 비교되어 우열을 가릴 일이 아닌 대상끼리 서로 존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 이사 떡-박방희
아래층 502호가
새로 이사 오던 날
할머니랑 하루 종일
덕 기다렸는데
앞산 위
저문 하늘이
달 송편을 빚어내네.
※ 이웃에 떡 돌리는 진부한 메시지가 언어유희로 ‘떡’의 교훈을 희석하며 아쉬움의 메시지를 담아냈다.
◉ 꼭 그래야 하나-장성훈
사람한테 옮길까 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소, 돼지, 닭을
꼭 그래야 하나?
그래야 사나?
꼭 그래야 하나?
사람이
송아지도 울고
어미 소도 울고
새기 돼지도 울고……
울음바다 된
마을 산 중턱에
비닐로 덮은
큰 묘지만
덩그러니 남았다.
※ 구제역 등 기축 질병 관리에 대한 비안간적 행태에 볼멘소리로 묻는다. 인간의 욕심은 자연에 끼치는 폭력임을
◉ 주말 텃밭-장성훈
남들 한다는 건 따라서
빼곡하게 심어놓고
뭐가 그리 바빴던지
발갈이 뜸하고부터
풀이 나무가 되고
밭이 산이 되었다.
※ 인간의 욕심과 나태는 도시인의 욕망이 하나의 생명체에 가하는 폭력이라고 일러준다.
◉ 이민정 동화-
동화는 착하게 살 것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과 연민으로 인간을 들여다보는 창이다. 이민정의 <코끼리가 나타났어요>는 폭력 아빠를 판타지 요소를 활용하여 방안에서 코끼리가 나오는 장면으로 그려냈다.
<그날 이후>는 민준이의 내적 자아에 직접 폭력을 가하지 않고 사소한 심부름을 시키거나 친구들 앞에서 무안하게 만들고 밤늦게 문자 보내 괴롭히는 태오의 폭력에 내적 자아인 ‘낯선 아이’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태오를 영원히 없애버리려고 하지만 태오의 휠체어가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지기 직전에 붙잡아준다. 이렇듯, 내적 자아를 불러내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표현하였다.
<내 친구는 별> 하늘이는 동화를 읽으며 책 속으로 들어가 동화 속 주인공 마라오에게 자기 소개를 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는 힘을 얻는다. 단순한 연민이 아닌 관계 형성에서 나타나는 반성과 사랑에 근거한 양심으로.
◉ 신호등- 신홍식
초록에서
빨간불로
가끔씩
깜박거리는
우리 할머니
가시는 길
다 건널 때까지
깜박거리자 말고
그대로 멈춰주세요.
※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하는 염원의 시가 깜빡거리는 시어로 긴장감을 더한다.
◉ 서로가 꽃-신홍식
하얀 메밀 꽃밭에 핀
알록달록 사람 꽃
알록달록 사람 꽃밭에 핀
하얀 메밀꽃
※ 대구/대조의 시 활용
◉ 민들레 마을-신홍식
아파트 꽃밭에
언제 이사 왔는지
낯익은 얼굴들
옹기종기 모여앉아
작은 마을 하나
만들어 놓았습니다.
※ 얼굴도 모르고 사는 아파트 생활을 낯익은 얼굴들이 모여 정답게 사는 민들레 마을로 만들고 싶은 소망으로 읽힌다.
◉ 카메라
하늘 나는 새들도
단번에 덥석 낚아채는
날카로운 발톱
찰칵!
※ 사진 찍는 순간을 매의 발톱으로 연상하게 하는 정서가 공감되게 그렸다.
◉ 환상이 물활론에 바탕을 둔 초현실성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면, 판타지는 현실과 초현실 공간의 분리가 두드러지며, 현실 문제를 초현실 공간에서 해결하는 것이다.
◉ 철학이 현학 용어로 현실 결핍을 지적, 대안을 찾는다면, 문학은 구체적 삶을 형상화하여 우리 삶의 오늘 일어내는 것이다.
4. 오자와 호칭어에 대하여
- 어린이의 생활과 감정을 비전언적(525쪽 8째 줄에서) 언어로 서술할 것이 아니라 예술성과 현실 반영의 두 축을 기준으로 형상화하는 것이 문학과 비문학을 구분하는 중요한 잣대이다.-에서 ‘비전언적’을 ‘비언어적’으로 바꿔 써야 하지 않을지?
-476쪽 첫째 줄 제목 <이민정 선생님은>에서 선생님이라는 존칭어를 썼다. 다른 작가들은 모두 작가로 호칭했으니 통일성을 가지는 게 좋겠고, 그보다 여럿이 함께 읽는 공식적 책에서 선생님은 보다는 그냥 작가로 존칭하는 게 어법에 맞지 않을까?.
-해질녘까지(433쪽 8째줄)는 -해√질√녘까지로 띄어 써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