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고기를 많이 먹지 않는 저는, 아침에 꼭 우유 한 잔씩을 마시는데,
지난 연말에 사다 마신 큰 (플라스틱)통의 우유가 그저께 떨어졌지 않았겠습니까?
그래서 어제는 아침에 우유를 거를 수밖에 없었고,
점심 무렵에야 겨우, 그것도 어쩔 수 없이 우유를 사러 나가야 했습니다.
어차피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큰 통으로 사려면 대형 마트에 가야 하기 때문에, 모처럼 자전거를 끌고요.
(한 번에 살 때 큰 걸로 사야 오래 두고 마실 수 있고, 따지고 보면 또 그게 싸니까요.)
그런데 최근의 강추위로 상당히 오래 전에 내렸던 눈이 아직도 완전히 녹지 않아(아파트에서 봐도, 개인주택 지붕에도 응달 쪽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등),
제가 평소에 가는 길에도 군데군데 빙판길이드라구요.
그래서 저는 멈칫 망설이다가, 얼른 자전거에서 내려 조심조심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야만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여간 조심하지 않았답니다.
근데, 마트까지 가는 중에 세 번이나 그 행위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보니,
아, 나도 이젠, 좋은 시절 다 보낸 늙은이로구나! 하는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제가 2005년 가을부터 '자전거 여행'에 빠져, 몇 년 사이에 전국적으로도 참 많이도 다녔었는데(2010년엔 '제주도' 한 바퀴 돌기까지),
(그게 제 책, '자전거 아저씨-I, II'에 나오지요.)
그런 뒤에도 최근, 재작년까진가요? '군산'에 자전거 타고 내려갔던 게, 마지막 같은데......
아무튼 얼마 전까지도 자전거로 돌아다녔던 사람인데,
어느새 이렇게 '빙판길'이 무서워 벌벌 떨면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가면서도 자신감이 없는......
그렇게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닐 때는, 겨울의 눈길에서 수 차례 넘어지기도 했었지요.
눈길에서, 빙판길에서.
그래도 뼈 골절 사고는 단 한 차례 없었는데(여기저기 깨지기는 했어도 심각한 부상은 없었습니다.),
이제는 도무지 자신이 없습니다.
만약 넘어져 다리 골절 사고나 나면?
물론, 그런 사고 자체가 심각할 수밖에 없겠지만,
저 같은 사람은, 특히 혼자 살기 때문에,
다리를 다치면 움직일 수도 없을 뿐더러, 그런 저를 누가 보살펴주겠습니까?
그런 걸 생각하면 아찔해서,
빙판길 같은 데는, 기어서 가라고 해도... 그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라서요.
그러고 보니, 제 '난팡교' 시절 때, 한 겨울에,
서울에서 '대장동'까지 자전거로 간 것도 모자라, 그 다음 날인가? 무슨 배짱으로,
자전거를 끌고 눈이 펑펑 내리던 경기도 '안성'에서 충북 '진천'의 '백곡 고개'를 넘어가는 '무모한 여행'을 했던 게 주마등처럼 스치면서는,
아, 그 때가 꿈이었구나! 하고,
이제야, 그 당시 제가 얼마나 무모했던 사람이었던가를 새삼스럽게 깨닫고는, 뒤늦게 뉘우치기도 했답니다.
정말, 그런 일도 있었네요.
이제는 결코 다시 할 수 없는(해서도 안 될)......
그러고 보니, 특히 요 몇 년 사이에,
저도 참 많이 늙어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우유를 사가지고는 일부러 큰 길로(큰 길가 '자전거 도로'는 이미 다 녹아있어서) 돌아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