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보이듯이 불교의 사상을 모티브로한 특이하고 난해한 이 SF영화를 본다면 전작인 '지중해'의 서정성은 같은 감독의 영화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어느 미래사회에서 크리스마스 사흘전...프로그래머인 지미(크리스토퍼 램버트)는 출시를 앞두고 있는 비디오게임 '너바나'를 플레이 해보고 있던중 특이한 일을 겪게 됩니다...게임속의 캐릭터인 '솔로'가 바이러스에 의해 자아를 갖게된 것이죠...
'솔로'는 옷장속에서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즉 게임의 구조체를 눈으로 확인하고는 창조자에게 영원히 생을 반복해야하는 자신을 삭제해 줄것을 요구하게 되고 주인공은 게임의 삭제를 위해 게임회사를 해킹해 들어가게 됩니다...>
사이버 펑크적인 요소들 - 음울한 배경에 다국적기업, 장기매매, 마약, 섹스...-로 가득한 이 영화에서 불교적인 세계관을 만난다는 것은 낯선 경험입니다...영원한 윤회의 고리로 부터 '열반'을 통해 구원받고자하는 - 외부에의 갈망이나 이탈이 아니라 - 불교적 세계관과 종교적, 혹은 신화적 영웅의 부활을 꿈꾸는 '매트릭스'와의 비교도 재미있을듯...
다크시티
알렉스 프로야스
1998
"이처럼 '없는 해변'이라도 '있는'편이 낫지 않겠어요? 해변을 그리워하는 동안은 어쩐지 서로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졌던 것 같아요. 어쩌면 해변이란 도달할 수 없는 방식으로만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해요."
- 영상문화저널 'TRANSE'중에서 -
이소룡의 아들인 브랜든 리의 유작이 되었던 '크로우'의 감독인 알랙스 프로야스의 영화인 '다크시티'는 이야기 구조가 '매트릭스'와 상당히 닮은 영화입니다...
<해가뜨지않는 도시...주인공 머독은 어느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살인범으로 몰려 쫒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그리고 존재는 하지만 도달할 수 없는 '셸비치'를 단서로 자신이 살고있는 세상이 진짜가 아님을,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의 기억이 조작되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진실에 접근해 갑니다...>
사뭇 전형적인 미스테리적 설정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주변의 공간이나 기억마저도 모두 조작된 것임을 깨닫게 되면서 제법 반전의 묘미를 보여주고는 주인공이 - 선지자나 구세주 따위가 아니라 - '신'적인 힘을 얻어 스스로 '셸비치'를 만들어 버리면서 막을 내리게 됩니다...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버렸을때 '매트릭스'처럼 건조하고 냉혹한 현실대신 어이없는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이,,,절대적인 초능력 덕분이라는 것은 'DEUS EX MACHNA'라는 단어가 생각날만큼 힘빠지는 결말이었습니다...
트루먼쇼
피터 위어
1998
"그래 그의 생애는 감동적이었어. 그런데 다른 채널에서는 뭘하지?"
- '트루먼쇼' 중에서 -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들었던 감독의 따로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유명했던 영화...
<평범한 은행원이었던 트루먼의 일상속에서 부자연스러웠던 일들이 벌어지면서 결국 자기의 인생이 몰래카메라로 중계되는 라이브쇼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은 주인공이 가공된 인생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내용이죠;;;>
맥루한이 봤다면 상당히 좋아했을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PD와 트루먼의 관계를 신과 인간의 관계처럼 설정한 것이나 미디어에 대한 냉소,,,미디어란, 특히나 테레비란 매체는 현실을 너무도 간단하게 실체없는 대상으로 바꾸어버립니다...
미디어로 현실을 접하는 우리들이 오히려 미디어가 구성해 놓은 '매트릭스'안에 갇혀있는지도...
<새로 개발된 생체 컴퓨터 게임기인 엑시스턴즈의 평가회에 참여한 게임디자이너인 엘레그라(제니퍼 제이슨리)는 갑작스러운 현실주의자들의 침입을 받고는 견습사원인 테드(주드 로)와 함께 게임기를 갖고 도망을 치게되고 현실과 가상이 뒤죽박죽으로 얽힌 기묘한 여행을 시작합니다...>
인간의 척추에 뚫린 구멍인 '바이오 포트'에 접속하는 이 '에로틱한'게임기는 얼핏 '메트릭스'에서의 접속방식을 떠올리게 합니다...이렇게 기묘한 설정의 두가지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것은 아마도 '세기말'의 힘이 아니었을까...
이 영화는에서의 '안'과 '밖'의 구분이란 사실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물론 마지막에 나름대로 정리가 되기는 하지만 영화내내 가상과 현실은 이중삼중으로 겹치면서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교차를 반복합니다...'메트릭스 리로디드'에서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모양인데,,,어디까지가 메트릭스인거지???
아바론
오시이 마모루
2001
"이곳이 바로 너의 현실이다."
- ? -
오시이 감독에게 항상 따라붙는 '공각기동대'를 발표한 이후 이렇다할 활동이 없다가 난데없이 들고 나왔던 실사(?)영화...
<주인공 '애슈'는 미래사회에서 롤플래잉 가상전투게임 '아바론'을 전문적으로 플레이하고 돈을벌어 생활하는 인물,,,그녀는 전설적인 파티인 위져드의 전 맴버였는데, 최종단계인 클레스SA에 도전했다가 '미귀환자'가 되어버린 팀의 리더 '머피'의 소식을 듣고,,,자신이 직접 클레스SA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표현방법에 있어서 일반적인 영화와 반대의 노선을 택했습니다...애니메이션을 실사에 근접시키는 대신에 실사를 애니메이션화 시켜버리는 것이죠...
그래서 영화는 내내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과연 애니 감독다운 발상;;;
그렇게 심도가 사라진 평면화된 화면에 익숙한 관객에게,,,클래스SA에서의 평범한 실사화면의 갑작스런 등장은 관객들에게 영화적 현실과 실제의 현실간의 괴리감을 느끼게 만듭니다...
현실감의 인식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출발한 영화,,,어쩌면 앞으로의 '메트릭스'도 어느순간 영화적 현실을 순식간에 부정해 버리고는 "이거다 구라였어. 속았지??ㅋㅋ" 하고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을 해봅니다...-_- 3편에서는 '그림자가 실체를 살해하는' 광경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말이죠;;;
아직 '메트릭스 리로디드'를 보지못한 관계로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는 뭐한지라...
이 동서양의 이미지와 사상과 철학들의 잡탕영화가 어떤식의 끝을 맺을런지,,,어쨌거나 겨울에 어떤 결말이 나던 충분히 논쟁을 불러일으킬만한 영화가 되어버린것 같네요...
첫댓글밀톤님이 정리한 관련영화들은 저또한 대체로 관심있게 봤던 것들입니다. 엉성한 스토리전개나 빈약한 인과관계 등의 약점에도 불구, 이런 영화들은 미래상의 어떤 모습, 혹은 그에 대한 생각치 못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합니다. 전 Josef Rusnak의 <13층>이란 영화를 추가하겠습니다.
첫댓글 밀톤님이 정리한 관련영화들은 저또한 대체로 관심있게 봤던 것들입니다. 엉성한 스토리전개나 빈약한 인과관계 등의 약점에도 불구, 이런 영화들은 미래상의 어떤 모습, 혹은 그에 대한 생각치 못한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충분합니다. 전 Josef Rusnak의 <13층>이란 영화를 추가하겠습니다.
13층은 도저히 스토리가 생각나지가 않아서 결국 제외했다는-_-;;;
웅~부디..니르바나라고 표기해주세요..ㅜ.ㅜ
재미있는 영화들 정리를 잘 해주셨네요 ^^ '엑시스턴즈' 저 영화를 보고 도데체 영화의 끝이 어딘지 몰라서 어리둥절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