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표현력이 무척이나 짧지만...

<xbody bgcolor="white" text="black" link="blue" vlink="purple" alink="red"> 지난 5월 쯤 제가 엘에이메틀매니아 까페에 올렸던 글로 이전에 보신 분들도 있을겁니다;; 이번에 제가 갖고 나갈 비디오 테입이라서 같이 보기전에 이런 일들이 제게 있었다는 것과 이 글 보시구 혹여 궁금하셔서 모임에 오시고자 하는 분들이 많기를 바라는 마음에 쑥쓰럽지만 이렇게 올립니다. 이 때 제 나이 스물여섯이었고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시기였죠...ㅋㅋㅋ 좀 길고 지루할지도...^^; <hr>  <a name="[문서의 처음]">잠깐.. 구워온 쥐치포 좀 입에 넣고 사온 맥주 한 모금... 캬우~~ 역시 맥주는 카스야!!</a>ㅎㅎ(어젯밤 상황~) 결코 자랑하고 싶어서는 아니구요... 연일 올라 온 머틀리의 앨범 리뷰를 보니까 저도 간만에 비됴 테입 보고서, 첨엔 아주 짧게 쓰려고 했는데 그때 얼마나 운좋게 보고 왔는지 아무 생각없이 수다 떨다보니 이곳이 마치 저만의 공간인양 자르지 못하고 길어졌습니다... 자, 그럼 ... ^^*   97年 8月 12日火 사람일이란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다 이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는 평범한 직딩의 하루였다. 97年 8月 13日水 그 당시 다니던 회사는 압구정동에 있는 여행사였는데 가끔 외근도 나가야했다. 이 날도 일 때문에 3시쯤 명동에 나가서 손님을 잠깐 만날 일이 있었다. 볼일을 마치고 4시쯤 예전 중국대사관 근처에 고딩때부터 단골인 외국잡지 파는 가게로 갔다. 고딩때... 내 모든 용돈을 갉아먹은(?) 그 서점 아저씨가 반갑게 맞았다. INROCK과 BURRN!을 훑어보다가 희귀한...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 단어를 봤다. "Motley Crue 大共演!!"(맞나??) 옆에 크게 "Concert!"라고 씌여 있는 문구였다. 난 순간, 숨이 멎는 듯 했고 페이지의 반을 차지하는 기사가 모두 일본어라서 도무지 뭐라구들 씨부리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날짜도 달랑 '8月 16日 ~ 17日'이고 연도가 나오지 않아서 더 헷갈릴 수 밖에 없었다. 만약 내년이라면 다행이지만 올해라면... 왜 라디오에선 한마디도 없쥐?? 이상했고.. 한편 무지 불길했다... 난 아주 오랜만에 잡지를 사고 근처 팩스기가 있는 문방구로 갔다. 세종호텔에 있는 일본어 잘하는 친구에게 크게 복사해서 팩스를 보내고 전화를 하고... 난리를 쳤는데....빌어먹을 인간이 맞는거 같은데 잘 안 보인단다...ㅠㅠ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만 갔다... '안돼...안돼...차라리 내년에 와라...16일이면 이번 주말인데...나보고 어쩌라고...' 도저히 안 되겠기에 바로 앞에 있는 공중전화로 달려갔다. 만 원짜리 새로 사서.. 책방 아저씨가 "아직도 안 갔어?" 그랬다 분명... 그럴테지, 책 한권 낚아채듯 사고서는 미친 듯이 여기 저기 뛰어다니기를 30분을 했으니... 우도(UDO)는 무척 큰 연예기획사인데 그해 30주년을 기념해서 잭 와일드, 스티브 바이, 머틀리 크루를 초청한 것이다. 올해는 키스와 다른 그룹도 불렀지... 매년 그렇게 초대한다...돈 많은 늙은이 우도...(이들 자서전에도 등장했던) 'Ah, Hello?? This is....~~~~~~~ " 역시 영어 짧은 일본애들... 전화가 돌고 돌았다. 만 원짜리 다쓰고 또 만원짜리 사오고서야 영어하는 여자랑 연결이 됐다. 젤 먼저 물어본게 올해 하는게 맞냐, 얼마냐(책에 써있었다 9천엥), 표는 남았냐 등등 난 그때도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니가 표 먼저 사놓으면 내가 너한테 송금하겠다...우리 가까운데서 만나자, 토요일 아니냐..뭐 이런 졸렬한??? 좀 추잡스런 방법을 동원해서 티켓확보를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ㅡㅜ 여자가 스탠딩 공연이라 표는 와서도 문제없이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웃으면서 친절하게 말했다. 내가 얼마나 이 공연에 목숨거는지 눈치챘나 보다...그리고 우도 홍보 좀 들어주고... 전화를 끊으니 거의 5시...난 뭘 먼저 해야할지 알았다. 8.15 광복절 시즌이면 한국-일본 노선의 비행기 좌석 잡기란 머틀리가 한국 오는 것만큼 힘든 일이었다. 난 회사로 들어가면서 알만한 여행사에 혹시 취소된 자리가 있나 열심히 핸드폰을 때렸다. 모두 No~~~ 라는 대답뿐이었다. 그럴테지...'그럼 난 배 타고라도 간다!!!' 라고 맘먹었다. (아, 어느 새 다 마셨군... 사러가기 귀찮네... 쥐포땜에 입이 달달한데...) 사무실로 들어와서도 퇴근은 커녕 난 조바심에 떨며 여기저기 대기자에 이름을 올리고 아는 일본 전문여행사에 호텔도 예약했다... 97年 8月 14日木 오전에 상사의 눈을 피해 대기자가 풀렸는지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다. 아직도 모두 미정... 이렇게 모두 미정이라고 할 땐 더 이상 취소자가 없다는 말이다. '아, 쉬바...글렀구나... 내 인생 낭군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눈 앞에서 사라지다니...' 12시쯤 잘 아는 여행사 직원이 한 사람이 취소할 거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울고만 싶었는데... 이런 일이...이 때까지 난 포기하려고 했다. 난 너무도 당당히 휴가서를 제출했다. 기간은 8월 16일(토)부터 18일(월)까지... 요즘엔 많이 그렇지만 여행사는 특히 성수기에 절대 휴가 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월요일엔 내가 핸들링하던 이사의 손님 팀이 있었고... 그 팀 철저히 준비하려면 토요일, 일요일도 나오라는 정도였다. 하지만 난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마쳐놓았다. 공항 배웅이야 딴 직원 나가라면 될 것이고, 나야 어차피 얼굴 한번 안 본 사람들인데... 상사들이 말로 해서 호락호락 넘어가 주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_-; 처음엔 간곡하게...애원조로...나중엔 바로 위에 락을 좋아하는 과장에게 쪽팔리지만 사실을 털어놓았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 일본에 공연와서 보러 가는데요, 아직..아니, 앞으로도 한국에 올 기미가 안 보이는 그룹이에요...제발..ㅠ.ㅠ" 코웃음만 치더니 자신은 괜찮은데 결재했다간 윗대가리들이 어떻게 보겠냐고...이런다. 그래서 난 분명히 말했다. "그럼, 사직서 내겠습니다." 비장한 말투로... 아, 여기서 입장을 바꿔 상사들이 갖는 고충에 대해서는 말하기를....관두련다. 무슨 상관이고?? 그리고는 사직서를 타이핑했다. 인간 남 윤영 사회에서 찍힌대도 할 수 없다... 가까이에 앉은 4살 많은 언니가 불렀다...도저히 안 갈 수 없냐고... 나도 모르게 참았던 눈물이 났다. 도데체 머틀리가 뭐길래... 그래도 끝까지 "가야 되요..." 얼마나 죽이고 싶었을까... 평소의 날 봐선 모두들 이해는 하지만 엄연한 회사생활인데... 휴가서와 사직서를 동시에 제출한 후 얼마 있다가 4시쯤 항공좌석이 오케이됐다는 전화가 왔다. 앗싸~~ ^0^ 결재가 나건 안 나건 난 이미 '막가파' 상태였다. 당시 사장보다 파워있던 이사가 조용히 불러서 잠자코 자기 손을 주물럭거리기만 하더니 "가야 돼?" "네..." "꼭 가야 돼?" "네!! 꼭이요!" "....그럼.. 가..." 하는 거였다... 야호~~~~~~~~~!!! 이제 떳떳하게 가는 거야!!!!! 이 날 일기 인용문 - 마가렛과 카이만도 레스타를 막을 수 없었듯이 오늘 날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위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시리즈에서 마지막 즈음 나오는 인물들예요. ^^ 97年 8月 15日金 어제는 퇴근하면서 항공사에 가서 바로 현찰로 티켓을 끊고 종로로 나와서 호텔 예약확인서(이것두 미리지불) 받고 공연장에서 제일 가까운 국제전시장역 위치 묻고... 일본어 한두 마디 외우고... 마음이 조급하면서도 나른하고 한껏 부풀어 올랐다가도 푹 꺼지기를 반복했다. 친한 친구가 휴가를 내지 못해서(누가 나처럼 휴가 내랴...), 동경이야 가본 적이 있지만 결국 혼자서 가는 여행길... 배낭을 간단히 꾸리고 잠을 잤다. 97年 8月 16日土 오전 비행기라서 쉴 새도 없이 기차와 전철을 타고 물어물어 국제전시장역에 왔다. 공연시작은 3시.. 도시전철(유리까모메) 안에서 만나 금새 친해진 다케시와 준 커플과 같이 공연장인 레인보우 스테이지로 다같이 향했다. 이들은 내가 외국인이란 걸 알고 티켓사는 것도 도와줬다. "제일 좋은 자리로 주세요." 당당하게 말했다. 미안하게도 좋은 좌석이 없다고 C구역, 담날 것도 샀는데.... 너무도 근사한 A구역이었다. 시간이 다되어서 우린 바로 헤어지고 공연 끝나면 저 나무 아래서 만나자고 했다. 날씨도 무척 좋았다. 하지만 난 쌕과 작은 어깨끈 가방 매고 있어서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3시 20분쯤 되니까 드디어 긴 금발의 멋쟁이 잭 와일드가 나타났다. ZAKK WYLDE : GUITAR, VOCAL NICK CATANESE : GUITAR, VOCAL BROCK AVERY : DRUMS IAN MAYO : BASS -TOUR MANAGER : ROBERT LONG 일본 팬들이 워낙 그렇지만 박수치고 환호하는데 우리보다 더 인색하다. 벌건 대낮이어서 그런지 앞을 보니 A구역 사람들만? 열심히 환호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거기 모인 대다수가 머틀리의 공연을 보러 온 것이라고 하니... 첫 곡 TOE 'N THE LINE 나야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잭 와일드 아는 노래가 별로 없어서...박수 많이 쳤다. 그냥 어기 있다는게 신났을 뿐...그러다가 둘째 곡 MAMA I'M COMING HOME이 나오자 장내가 좀 달구어졌다. 나도 박수 젤 많이 쳤고... 잭이 직접 노랠 부르면서 신나게 연주했다. 셋째 곡 A horse called war(화랑님이 나중에 알려주심^^;) 무대에서 기분좋게 금발이 휘날리는게 보였다. 사실...C 구역이면 얼굴 윤곽은 안 보이지만 대충 뭔 짓?하는 지는 보이는 거리였다. 운도 지지리도 없지...당근 좋은 자린줄 알았는데... 내 기억에 한곡정도 더 부른거 같은데 낮에 본 비됴테입엔 이렇게 세 곡만 녹화되어있다. 잠깐의 휴식이 있었다. 아까 친구들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난 맥주, 기념 티셔츠 파는 곳을 혼자 어슬렁거리며 구경을 하고 티셔츠도 하나 샀다.   5시가 좀 넘어서 스티브 바이의 공연이 시작됐다. 나중에 연주한 곡을 보니 근간에 내 놓은 FIRE GARDEN에서 많이 연주했더군... STEVE VAI : GUITAR, VOCAL MIKE KENEALLY : KEYBOARDS, GUITAR MIKE MANGINI : DRUMS PHILIP BYNOE : BASS -TOUR MANAGER : NIGEL PAUL 첫 곡 역시 THERE'S A FIRE IN THE HOUSE 예의 성황당 같은 패션과 길~~다란 다리를 흐느적거리고 나름대로 섹쉬한 포즈를 취해가며 연주를 했다..금발의 잭도 멋졌지만 오우~~롱다리...조아조아~~~ 둘째 곡 THE CRYING MACHINE 멋졌다...나 계속 이렇게 갈듯...앞에서 진을 너무 뺐다...이해해주세요...ㅜㅜ 셋째 곡 LITTLE ALLIGATOR 노래도 다 직접 부르며 좀 길게 연주했다.. 넷째 곡 CONDUCTING 다섯째 곡 SAN-SAN-NANA-BYOUSHI 요건 좀 짧게 연주했고 마지막 곡 THE ATTITUDE SONG 스티브 바이 무대는 잭 와일드 보다 연주시간도 길었지만 좀더 쇼맨쉽이 뛰어났었다. 중간중간 옷도 바꿔 입고 그땐 멀어서 못 봤지만 비디오로 다시 보니 밴드와도 호흡을 맞추는데 무척 신경쓰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한마디로 멋졌다. ^^ 그래도 사람들은 아직 설익은 밥알처럼 따로 놀고(나도 짐 때문에 자세가...) 뭔가 그들을 강렬하게 사로잡을 그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았다...내 생각에... 또 휴식시간이 있었고 어느 새 날은 깜깜해졌다. 머틀리 나올 시간인 7시도 지났다. 아...난 메모지에 뭐라고 적었다. 가슴이 콩닥콩닥...   사람들이 조금씩 환호와 박수를 보내자 7시 40분쯤 초록색 조명이 번쩍거리더니만 비웃는 듯한 'HHH DESTROY..'의 멘트와 믹의 쟁쟁쟁쟁하는 기타소리가 함께 파괴적인 사운드로 쇼가 시작되었다. 첫 곡 FIND MYSELF!!!! 처음 몇 소절에는 빈스가 나타나질 않았다. 연주만 나올 뿐 가사가 없었다. '빈스가 무대 뒤에서 또 무슨 거사(?)를 치르나???' 가사 없이 가다가 저 후미진 높은 스피커 위에 조명이 비쳐지더니 빈스가 우뚝 선 채 노랠 불렀다. 그리곤 달려 내려와 무대를 종횡무진 달리며 소리를 질러댔다...하하하!!! 둘째 곡 DR.FEELGOOD 난 벌써 무아지경에 다다른지 오래다. 눈물이 나려고 했다... 셋째 곡 SHOUT AT THE DEVIL '97 팬들에게 넘겨주는 중반의 "SHOUT! SHOUT!"에선 조명이 관중을 비춰서 낮의 나른해했던 관중이 지금 얼마나 미쳐있는지 또 하늘의 기를 받아 한 목소리로 열광하는지 두 눈뜨고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잭과 스티브 팬께는 죄송하지만 워낙에 관중의 성격이 그랬다니...정말 비교가 되지 않았다!! 멤버들도 상당히 흡족해 하는 듯 했다. 밴드자체가 즐거우면 당연히 에너제틱한 공연으로... 넷째 곡 GENERATION SWINE 씨디로 들을 때도 그랬지만 초반 저 아래서부터 긁어대는 기타가 너무도 다이내믹한 곡이다! 곡마다 간간이 멘트를 했지만...당시 돼지세대를 내놓은 상태라 더욱 신경써서... 다음은... 다섯째 곡 믿을 수 없는...GIRLS, GIRLS, GIRLS!!! 난 발 사이에 놓았던 짐이고 뭐고 진작에 뻥 차버리고 홀가분한 몸이 되서 미친 듯이 춤을 추며 교성을 질러댔다. 그들이 내 앞에서 소녀들은 연주하다니...감동이었다... 멘트없이 바로 이어진 움하하!! 여섯째 곡 WILD SIDE! 이쯤되면 나도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니키와 믹은 자리를 번갈아 가며 질주했고 빈스 또한 정신 못차리고 무대를 사방팔방 뛰어다녔다. 토미도 이에 질세라 현란하게 스틱을 돌리며 백코러스를 같이했다. 한곡이 끝날 때마다 무대 불이 전부 꺼지는데 다음 곡은 분위기에 딱맞게 GLITTER였다. 8월 한여름 밤의 시원한 바람이 내 얇은 옷을 스쳤고 믹의 몽환적이면서 서글픈 듯한 기타와 분위기를 한껏 잡은 빈스의 목소리에 난 그 자리에 편하게 눕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들어 별을 보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공격모드로 돌아섰다. 여덟째 곡 LIVE WIRE 리믹스 관중들과 이미 하나가 되어서 열정적으로 연주를 보이고선 끝에 가서 "땡큐! 굿 나잇!!" 이러는게 아닌가! "NO WAY!!!!!!!!!!!" 사람을 이렇게 흥분시켜 놓고 이대로 가면... 갔다. 모두 무대를 빠져나갔다. 잠시 후 모두들 목이 터져라 앵콜을 외쳤다!! 설마... 인간들이 인정머리 없게 그냥 가진 않겠지... 하하하!!! 그들이 무대로 돌아왔다. 왔다 뿐인가 4곡이나 더 연주했다! ANARCHY IN THE U.K AFRAID PRIMAL SCREAM KICKSTART MY HEART 요렇게- 모두가 주옥같고 팬들과 일심동체/이구동성으로 외쳐댈 수 있는 곡으로 마무리를 하니 정말 말로는 표현 못할.. 한마디로 '환상적인' 무대였다!!! 니키는 무대를 내려와 A구역의 빗장을 풀고 관중들 사이를 몇 미터 걷는 모험도 했다. 혹시라도 마약을 하면 이런 기분일까...(떽!) 언제나 공연장이 그렇듯이 무대의 모든 불이 꺼졌는데도 사람들은 한동안 움직이질 않았다. 제정신이 아니었던 나도 슬슬 자릴 털고 망원경을 빌려준 앞의 애한테 고맙다고 하고 준과 만날 곳으로 갔다. 9시 반쯤 우린 전철 타고 시내로 나가서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얘기 주제는 공연 얘기 말고도 김치, 성수대교 붕괴(ㅡㅜ), 내일 다시 만나서 어디 갈건지... 내가 묵을 다나카와 프린스 호텔엔 미리 전화를 해서 12시가 넘어서 체크인을 했다. 이것도 직접 이 친구들이 도와줬다. 겪어보신 분 아시겠지만 일본인 친구들 진짜 친절하다. 이날 일기 인용문 - 새벽 두시다. 사랑하는 MOTLEY...잘자요, 우린 같은 하늘아래 있네요... (푸하하하 *^o^*) 97年 8月 17日日 목구멍이 많이 아팠다. 아침을 간신히 먹고(난 아침을 꼭 먹는다) 준과 다케시를 만나기로 한곳으로 이동했다. 그들은 날 BEER STATION이란 곳으로 안내했고 여기저기를 구경했다. 나보다 15살이 많은 다케시는 어쩜 저렇게 젊게 생겼고 젊게 살고 젊게 생각할까... 김치도 잘 먹는 그를 보면서(성수대교 얘기 꺼낸 것도 이 인간) 난 분명히 문화적인 갭? 아니.. 어떤 충격을 잠깐 느꼈다. 전에도 느꼈지만 일본이란 나라가 그렇게 가까운 나라가 아니란 걸 다시 느꼈다. 음...뭔소리냐... 점심 때가 지나고 이들은 공연을 안 본다고 해서 우린 거기서 헤어지고 난 어제의 '무지개 무대'로 갔다. 좀 늦게 가니까...잭 와일드는...뒷모습을 보이면 무대 뒤로 나갔다. 입장할 땐 분명히 '엄마, 나 집으로 가요'가 들렸는데 마지막 곡이었나 부다... 어제처럼 자유분방하게 쉬는 타임에 난 표를 보여주고 당당히 A구역으로 갔다. 오예~~ 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가까운 자리였다. ^0^ 난 심심해서 옆에 애한테 말을 걸었다. 열마디 하면 두마디 대답...우우...일본애들은 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마루타다..-_-; 이 친구는 스티브 바이 때문에 온 거라며 머틀리는 그다지 관심없지만 아는 정보를 내게 다 말해줬다. 그들은 FOUR SEASONS HOTEL에 머물 거고 내일 라디오프로에 나갈 거고 오후에 미국으로 갈 거라는 얘기...그렇다 공연장 외의 일정이 있었는데 난 거기까지 생각 못했다. 휴식이 끝나고 스캇이란 친구는 스티브 바이가 무대에 오르니까 말하다말고 소릴 질러대서 깜짝 놀랬다. 난 목을 아껴야 했다. 또 어제와 비슷한 레파토리의 곡들을 연주했다. 일요일이어서 어제보다 사람도 많았고 날도 더 더웠고 스티브 바이의 의상도 더 화려했다. 나도 한결 가벼운 차림이고 잘 보이는 앞자리라서 무척 여유있게 공연을 즐겼다. 내겐 한없이 길게만 느껴진 스티브 바이의 무대가 끝나고 스캇이 내 팔을 잡고 자세를 낮추고는 무대 정면쪽으로 소나기 맞은 개미처럼 재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우리 앞에 단 두줄 뿐이다. 생긴건 좀 둔해 보여도...'너 재구나??ㅎㅎ' 머틀리 광팬을 이렇게 생각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아...배고파...저녁 안먹고 맥주하나만 마셨더니...) 또다시... 한낮의 이글거리던 태양이 블랙홀에 삼켜지듯 주위가 깜깜해졌다. 근데 태양도 블랙홀에 빨려드나?? 애니웨이... 8시가 거의 다 되어서 머틀리가 다시 FIND MYSELF로 등장했다. 두 편으로 나뉘어서 하는 응원이 생각났다. 먼저 역량을 과시한 팀도 괜찮았지만 거기에 질세라 두 번째 팀의 사력을 다해 질러대는 고함... 확실히 어제보다 우렁찬 함성이 터져 나왔고 그에 맞게 관중들과 호흡도 척척 맞았다. 무엇보다 고막을 찢을 듯한 강렬하고 발바닥과 심장에 까지 울려대는 파워 넘치는 사운드가 날 미치게 했다. 난 또다시 황홀경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목과 다리가 아팠...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모든 걸 잊고 잠시도 쉬지 않고 노래하고 춤추고 뛰고 머리흔들고 박수 치고 무대는 별로 보지도 않고 나혼자 미쳐서 난리를 쳤다. 나중에 스캇이 그러는데 나같은 애 처음 본다고 했다. 한국에 함 오그레이.. 노는 물이 다르단다! ^^ 어느새 머틀리의 공연도 끝나고 우도 기념행사에 들어갔다. 빈스가 우도 30주년 축하하고 불러주셔서 너무 고맙다는 인사를 하니까 무대한쪽에서 키 작은 대머리 할아버지가 상패를 갖고 나왔다. 뭐라고 한참 얘기하더니 악수하고 기념촬영하고 그랬다. 그렇게 모두들 무대로 나왔을 때 타미의 민망한 가죽팬티 패션을 가까이서 봤다.으흐흐.. 왜들 조용히 있는지...혼자서 펄쩍펄쩍 뒤며 "타미!"를 부르니까 날 보고 특유의 사람좋아 보이는 눈웃음을 지으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난...거의 녹아내렸다...ㅎㅎㅎ 타미가 받으라고 장갑을 던져줬다! 근데 어떤 나이든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줏었다...니미럴! 순간 멱살잡고 패면 내가 감방에 갈까 안갈까를 생각했는데 말 못하는 내가 당할거 같아서 재빨리 미련을 버렸다... 그래도 드럽게 속상했다... 분명히 나 받으라고 던진건데... 그렇게 뜨거웠고 황홀했고 환상적이었고 내게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꿈만 같던 언빌리버블한 이틀간의 대광란은 끝이 나고 스캇과 나는 그곳을 나왔다.. 우린 시내로 나왔다. 스캇은 머틀리가 갈만한(?) 나이트 클럽을 두세 군데를 알려주었다. 도중에 스티브 바이 밴드의 세션기타리스트 MIKE를 만나서 사진한장 찍었다. 이때 제 얼굴 무지 달뜬(?) 상태라 올리지는 못하겠고요... 나이트 클럽은 입장료도 무척 비싸서 물어보기 만하고 포기했다. 그 돈으로 씨디사리.. 우린 내일 낮에 만나기로 하고 또 자정이 넘어서 호텔로 왔다. 알고 보니 스캇도 나이가 좀 있는데... 또 놀랬다. 97年 8月 18日月 아침에 좀 혼란스러웠다. 오늘 이들이 출국한다면 호텔여행사에 물어본 결과 노스웨스트로 15시 30분 출발이다. 그렇다면 일찍 체크아웃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포시즌 호텔로 무작정 전화를 걸어서 멤버들 이름을 대며 방으로 연결해 달라고 했는데 그런 사람 없다고 하고는(아무래도 딴 호텔) 마지막으로 빈스 닐은 열결해준다고 했다. 그 때 뛴 심장의 박동수가 100M를 돌고 바로 우뚝 섰을 때의 심장박동수였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HELLO??"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두 번이나 교환이 연결했는데도 받지를 않았다. 아침 11시에 시방 어디 갔다냐... 지금 생각하면 나도 참 멍충이였다. 그들이 호텔로 돌아와서 얌전히 잠을 잤겠냐고... 난 맘을 비우고 스캇을 만나러 나갔다. 외관이 수려한 동경도청을 구경하고 신주쿠로 옮겨 몇 군데의 작은, 비밀스런 레코드 샵에서 씨디 몇 개와 비디오 테입을 사니까 난 벌써 현금이 거의 바닥이 났다. 아직도 서른개는 되어보이는 비디오테입이 눈앞에 있는데... 돈을 너무 써서 난 눈 딱 감고 그만 사기로 했다. 우린 다카시마야의 세가 월드(SEGA WORLD)로 구경왔다. 건물 전체가 이색적인 게임장으로 가득찬 너무도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담에 꼭 가시길... 타워 레코드에도 갔다. 더 이상 살 수가 없어서 구경만 했다. 크데... 차마시면서 아주 놀라운 얘길 들었다. 내가 공연 표 산 얘길 해주니까 "그럴 리가 없어... 표는 한달 전에 모두 매진됐는데... 진짜야..." 이런.... 하마터면 개밥의 도토리 아니 닭 쫓던 개신세 될 뻔한 거잖아?? 아무래도 내가 외국인이니까 당일은 자리 난대로, 다음날은 다행이 취소자가 있어서 표를 구할 수 있었을 껄? 하는 말이었다. 흐미~ 그 우도 여직원.. 오면 당근 표 있을 거라고 철썩같이 믿게 하고선...매진???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난 운이 억수로 좋았던 거였다! 스캇은 나랑 놀아주다가 5시쯤 회사로 가야한대서 돌아갔다. 저녁때 다시 만나자고. 난 어제의 준과 다케시도 만나는데 괜찮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난 엮는데 뭔가 기질이 있나 보다...ㅋㅋㅋ 빨빨거리고 돌아다녔더니 발이 아팠다. 호텔로 와서 1시간 정도 쉬는데 준이 메모를 남겼다. (스캇은 SONY에 다니며 홍콩에 컴퓨터 관련업체가 회사가 있다고 한 컴퓨터통인 반면 준과 다케시는 컴퓨터는 고사하고 핸드폰도 없었다. 그러면서 다같이 웃었다. ^^) 나도 준에게 전화를 걸어 스캇이란 친구를 공연장에서 알게 됐는데 같이 저녁 먹어도 되겠냐고 물었다. 준도 상관없다고 했다. 여기서 잠깐! 예정대로라면 오늘이 회사로 가야하는데 난 애시당초 뻥치고 온 거다. 단체표라서 비행기 표에도 화요일로 떡하니 찍혀 있는 거였다. 회사에는 대기자 달고 나왔는데 공항에 나갔더니 자리가 없더라...호텔로 다시 가야한다.. 흐흑..돈도 없는데...이러면서 우는소릴 했다. 늦은 오후에... 오~ 물오른 내 연기...헤헤~~ 7시가 되어 맥도날드에서 준과 다케시를 먼저 만났다. 58년의 다케시와 73년의 준... 같이 사는거 같은데 조심스레 물어보니 결혼은 둘다 생각이 없단다... 훌륭해!! 30분쯤 후 삐까뻔쩍한 스캇의 스포츠카를 발견했다. 우린 차에 올라탔고 그들이 정한 장소로 갔다. 얼마나 웃겼는지...나와 있을 때 영어로 힘들어하던 두 일행이 서로 소개를 하며 수다의 봇물이 터진게 아닌가...날 왕따시키고 말이다! ㅎㅎ 우린 좀 떨어진 ZEST라는 멕시코 요리집으로 갔다. 서빙보는 애들이 롤러 블레이드를 타며 무릎꿇고 맥주 잔을 쉬지 않고 채워주었다. 원하던 공연도 봤고 친구들도 사귀었고 밥도 먹고 술도 먹고 내 인생 그때가 만고 땡이었다. 난 진심으로 그들에게 감사해했고 한국 오면 내가 재워주기로 했고 다음에 동경오면 준 자기의 집에서 머물라고 했다. 물론 나도 쏜 적 있지만 일본인들은 무조건 더치페이란 얘기에 미안함이 느껴졌다. 밥값 좀 나왔을 텐데 그들은 끝내 내 몫을 빼줬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뭘 줬느냐...천 원짜리 한 장씩 줬다. 그들은 천엥을 받은 것처럼 민망스럽게 반가와했는데 백엔 정도 가치라고 하니까 막 웃었다. 한국 와서 전철 타라잉~~ 우린 밤이 깊어질때 까지 웃고 떠들고 먹고 마시고... 헤어지지 싫었지만 다음을 약속하며 헤어졌다. 호텔까지 차를 태워준 스캇도 뭔가를 아쉬워하며(순전히 내 생각 ㅋㅋ) 돌아갔다. 97年 8月 19日火 공항에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난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는... <a href="http://www.rockstage.co.kr/realplay/mailmusic1.asp?music=24863">HOME SWEET HOME</a>...^^ 스티브 바이 팬이었던 스캇이란 닉넴을 가졌던 친구는 두달 후에 우도 공연이 티비에 방영된 걸 녹화해서 비디오 테입을 보냈습니다. 방송분은 제가 멀리서 봤던 첫째 날 꺼고 둘째 날 꺼는 안 찍었다는군요. 이 친구가 사진에 같이 찍힌 닉네임을 바꾼 레이입니다. 그동안 메일로만 주고받다가 작년 8.15 광복절에 베이비복스 공연보러 한국에 처음왔지요. 너무 반갑고 또 옛 추억이 떠올라 명동에서 얼마나 마셔댔는지... 며칠 있는 동안 틈틈이 재밌게 놀았죠. 공연장만 빼고.. 자기도 그동안 락음악 잘 안 들었다고... 요즘 한국 가수를 진짜로 저보다 더 많이 압니다. 베이비복스 때문에 잘 다니던 소니도 때려치고 발벗고 음반사와 방송국 기타 연예기획사를 본인 표현으로는 '움직인다'는데 정말 B/V 광팬입니다. 지금도 일본에서의 콘서트를 계속 추진중이라는군요. 머틀리 크루의 공연을 그렇게 가까이에서 본 것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지만 친절한 일본인 친구들을 통해 일본이란 나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입니다. 지루하고 허접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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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Sweet Home 미친척 하고 올렸다~ 제 표현력이 무척이나 짧지만...

무헤르 추천 0 조회 80 03.08.10 17:1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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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esixx"69
03.08.10 18:17

첫댓글 와~ 대단하세요. 공연을 제가 직접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한 기행문이었습니다. 정말 값진 추억입니다. 정모날 더 얘기해주세요. ^^
Nuno
03.08.10 22:45

역시 일본이라는 나라 참 좋은 나라군요. 제가 제일 가보고 싶은 나라죠
무헤르
작성자 03.08.11 00:06

앗, 실수! 제나이 스물 다섯이었어염~ ^^;(낮추진 못할망정...) 글구 누노님 선물 꼭 챙겨주세염~~ ^^*
ILLIYAh
03.08.11 02:32

와! 정말멋져요^^ 정모날 기대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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