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돌 대가리 같은 놈“ (익산 황등 석산 예술문화공원에서 역사 속 석공들을 떠올리다.)
”황성옛터에 밤이 되니 월색만 고요해.
폐허에 서린 회포를 말하여 주노라.“
대중가요 속에 나오는 이 노래가 가장 합당한 곳이 어느 때 누가 만들었고,
어느 때 사라졌는지 모른 채 나라 곳곳에 산재한 폐사지다.
어떤 기록에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전란 때 불에 타 사라졌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터가 명당자리라서 누군가가 묘를 쓰기 위해 불을 질러서 사라졌다고도 하며,
신돈이 태어난 창녕의 옥천사지는 빈대가 많아서 불을 질러 없앴다는 이야기가 남은 폐사지.
한 때는 호화 찬란하고, 장엄하고도 근엄한 전각들이 즐비했을 곳, 나무로 만든 모든 것들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버리고, 건물들이 서 있었던 석축이나 기둥을 세웠던 주춫돌, 그리고
불에 그을린 석탑이나 석등, 그리고 그 절터 외진 곳에 그 절에서 살다가 떠나신 법력높은 스님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승탑 몇 개가 덩그라니 놓여 있는 곳이 폐사지이다.
그런데 기이한 것은 그 당시 내노라 하던 목수들이 총 동원되어 지었던 집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에 나오는 백제석공 아사달을 비롯한 이름없는 석공들이 신심信心을 다해 정을 쪼아서 만든 돌로 만든 문화유산만 남아 있을 뿐이다.
나무로 만든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돌로 만든 작품들만 남아서 지나가는 바람결에 지나간 역사와 슬픈 인간의 역사를 들려주는 폐사지를 답사하다가 보면 이런 말이 떠오를 때가 있다.
”저런 돌 대가리 같은 놈“
옛날에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한 말인데, 이 말은 부정적인 말보다 긍정적인 말로 수정되어야 할 것 같다.
세월의 풍파 속에서 모든 것들이 사라져도 돌만 남는다. ‘돌’ 얼마나 위대한 것이고, 변함 없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폐사지는 서울의 원각사지, 익산 미륵사지, 부여 정림사지, 익산 왕궁리 사지, 김천 갈항리 사지나, 원주 법천사지, 합천 영암사지, 경주의 항룡사지나 인제의 한계사지의 그 아름다운 석조 예술품들을 만들었던 돌들이 무한대로 묻혀 있는 석산들이 우리나라 곳곳에 무수히 많은데, 그 대표적인 곳 중의 한 곳이 익산 황등 석산 문화예술공원이다.
마치 그리스의 원형경기장처럼 무한광대하게 펼쳐져 있는 이곳 황등의 화강암들이 나라 곳곳에 석조 예술품들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황등 석산 문화 예술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했고, 이 거대하고 이색적인 풍경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물밀 듯 찾아오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안데스의 마추픽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나. 그리스나 로마, 터키의 신전들을 보면 나무로 만든 것은 다 사라지고 돌로 만든 유적들만 남아 세세천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무로 만들어서 실재했던 모든 전각이 사라지고, 돌로 만든 탑이나, 승탑, 석등, 주춫돌과 석축들이 상처투성이 추억들을 안고 서 있는 폐사지,
어서 가보고 싶지 않은가?
2026년 10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