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새로운 만남이 엇갈리면서
새로운 얘기가 시작되는거죠?
웅님이랑 건님이랑.....
기대...(눈빛 ..초롱 초롱...)^^
--------------------- [원본 메세지] ---------------------
그의 곁에서 항상 눈물이 흘렀던 이유는 단지 그가 줄창 피워대는 담배 연기가 너무 매워서이기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생각해보니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다.
후줄근하게 늘어진 T셔츠와 끝단이 닳아버린 청바지대신, 멋지게 금사로 수를 놓은 턱시도를 입은 그에게선 어느때고 풍겨오던 담배냄새조차 묻어버린 시원한 시트러스계의 향기만 있을 뿐인데...코끝이 시큰거려서 참을 수가 없다.
오늘은 그의 결혼식.
"왔어?"
"응...결혼 축하해."
"고마워. 너라면 이해해 줄 줄 알았어."
서글서글한 그의 미소가 여전히 눈부셔서 슬펐다.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명백히 다른 것이구나, 담배냄새가 아닌 그의 향기가 너무 차가워 더 이상 곁에 있을 수가 없었다. 발길을 돌려 식장을 나오는 내 등 뒤엔 축하를 받느라 바쁜 그의 웃음소리만이 채워졌다.
터벅터벅 내 발소리가 웃기다. 한때 이 예식장을 보며 꿈을 꾸었던 때도 있었더랬다. 이룰 수 없는 꿈인건 그때도 모르지 않았지만..사람은 어쩌면 이다지도 웃긴 동물일까.
하얀 스포츠카를 온통 꽃과 풍선으로 채우는 사람들, 신부의 부케를 놓고 벌써부터 다투는 어떤 여자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식장의 뒷골목에서조차 나는 어울릴 수 없는 사람이었다.
"어이, 거기. 불 좀 빌려주겠어?"
그리고 그 낯선 분위기 속에서 낯설지 않은 말 한마디..나는 그와 처음 만난 그때로 시간 여행이라도 떠나온 것일까. 그가 처음으로 내게 했던 말, 기억 속에 꼭꼭 묻어두었던 그 말이 오늘에 와서 나를 괴롭히는 환청인걸까. 나는 둔기로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으로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았다.
"뭘 그리 쳐다봐? 불 좀 빌려달라니까?"
그러나 다행히도 떠난 그의 결혼식 앞에 혼자 과거의 꿈에 빠졌던 것은 아니었다. 실망감과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으로 나는 주머니를 뒤졌다. 아...라이터를 두고 온 모양이었다. 하기야, 담배피는 그가 곁에 없는 내겐 필요치 않은 물건이지만...이상하게도, 생판 처음 보는 이 사람을 위해...그 물건이 아쉬운거다.
"뭐야, 없어?"
"그런 것..같네요."
"씁...어쩔 수 없지. 그쪽, 심심하면 나랑 얘기나 할래?"
이건 또 한번 웃긴 상황이다. 그와 이런 상황으로 한번 질긴 연결고리를 만든 기억이 있었지, 마치 그때의 비디오를 돌리듯한 이런 상황은 피하고 싶었다.
"통성명부터 하지, 난 박웅이야. 그쪽은?"
"김..건...김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바보처럼 또 스스로 이 순간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
지금 제가 듣고 있는 노래는 자미로콰이의 'Love foolosophy'.
자미로콰이는 acid jazz라는 다소 생소한..(혹시 저에게만..?;;)장르의 음악을 하는 영국그룹이고...뭐..지금은 다양한 장르에 손을 뻗고 있다죠.
이 노래는 A Funk Odyssey라는 앨범에 들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