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녁을 먹을 때쯤이면 KBS1에서 '여섯시 내고향'이 시작되고
이어서 KBS2에서는 '생생정보'가 방영됩니다.
거의 매일은 아니지만 전통시장을 소개하는 꼭지가 등장하고 맛있게 튀겨진 가게가 소개됩니다.
어른들은 아직 덴뿌라라고 얘기하시고 언중들은 '튀김'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각종 해산물이나 야채를 밀가루에 묻힌 후,
계란으로 옷을 입혀 고온의 식용유에 튀겨 낸 일본 음식이 ‘덴뿌라(てんぷら)’입니다.
영어로는 ‘Tempura’, 한자로는 ‘天婦羅’로 쓴다. 우리 말로는 튀김이지요.
그런데 생선회인 ‘사시미’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인 ‘덴뿌라’의 유래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상식을 넘어서는 의외의 사실이 많이 발견됩니다.
먼저 덴뿌라는 종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그것도 불교나 일본 종교가 아니라 천주교와 깊은 인연이 있지요.
또 덴뿌라의 어원은 일본말이 아니라 라틴어입니다.
그것도 튀김이라는 말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계절’이라는 의미이거든요.
카톨릭에는 ‘사계재일(四季齋日)’이 있습니다. 라틴어로는 ‘Quatuor Tempora’라고 부르지요.
사계재일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시작될 때 각각 3일씩 고기를 먹는 대신 생선을 먹으며
천주의 은혜에 감사하고 음식의 강복을 기원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은 일본에서도 ‘사계재일’을 지켰는데요.
사계재일에는 육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선교사들은 고기 대신 일본에서 흔히 잡히는 새우를 기름에 튀겨 먹었다네요.
일본 사람들한테는 낯선 요리였지만, 맛은 기가 막힐 정도였다는군요.
‘일본 음식의 역사와 문화(The History and Culture of Japanese Food)’에 의하면
에도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튀김 요리가 흔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튀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사원 근처에 불과했고 여기서 먹은 튀김 음식도 두부나 곡물류 정도였습니다.
음식을 기름에 튀기는 기술도 뒤떨어졌고 무엇보다 튀김 요리에 쓰는 기름이 참기름이었기 때문에
값이 너무 비싸 극히 소수의 상류층만 음식을 튀기는데 기름을 사용했거든요.
참기름보다 값이 싼 유채 기름은 등잔불을 밝히는데 썼고
아직 값싼 동물성 기름은 튀김용으로 개발이 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기름으로 새우와 같은 어류를 튀겨 먹으니까
일본 사람들이 신기해서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답니다.
일본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탓인지 혹은 선교를 위한 목적이었든지,
포르투갈선교사들은 ‘사계재일(四季齋日)’, 즉 ‘Quatuor Tempora’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기간 동안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새우를 튀겨 먹는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일본사람들은 포르투갈 선교사가 말하는 ‘콰투오르 템포라’ 중에서 핵심 단어가 ‘템포라(Tempora)’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 말을 새우나 야채를 튀길 때 사용하기 시작했으니, 이것이 오늘날 ‘덴뿌라’의 유래입니다.
‘콰투오르(Quatuor)’는 라틴어로 4를 뜻하는 말이고
‘템포라(Tempora)’는 계절(seasons)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덴뿌라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계절이라는 뜻이 도닌 것이지요.
또 다른 유래도 있습니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선교 활동의 수단으로 튀김 요리를 사용하면서 생겼다는 설로,
절을 뜻하는 ‘Temple’에서 덴뿌라가 생겼다는 설입니다.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일본에 도착해 활동을 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장소가 절이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하기 위해 당시 일본에서 비교적 값이 싼 새우 등 각종 해산물을 기름에 튀겨 나눠주며
천주를 믿으라고 포교 활동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일본인들이 절(Temple)에 가면 서양인들이 튀김 음식을 나눠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템플(Temple)가 발음이 비슷한 덴뿌라라는 이름이 생겼다는 설이 있지만... 신빙성은 떨어집니다.
이 밖에도 ‘덴뿌라’는 타이완에서 건너왔다는 설도 있습니다.
타이완에는 지금도 튀김 음식 가운데 ‘첨불랄(甛不辣)’이 있는데요.
일본의 덴뿌라(天婦羅)와 한자는 다르지만 발음은 비슷합니다. 중국어로 ‘첨불랄’은 ‘텐뿌라’로 발음도니까요.
발음도 비슷하고 요리 내용도 튀김이라는 점에서 일본의 덴뿌라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보는 견해입니다.
어쨌거나 일본에서 튀김 기름의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덴뿌라는 1770년대부터 길거리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유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는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이었지만 이 무렵부터 생선, 가재, 야채 등에 밀가루를 입혀
대나무 꼬챙이에 꽂은 후 기름에 튀겨 팔면서 서민층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발전했습니다.
일제침략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도 들어왔고
기름에 튀기면 신발조차 맛있게 먹을 수 있다 할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일부 노령층에서는 아직 덴뿌라로 말하고 있지만 .'튀김'이 일반적이고 보편적입니다.
가을비가 추적거릴 때는 각종 부침개를 부쳐서 막걸리 한 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
첫댓글 튀김~`덴뿌라~의 어원을 오늘 처음 배웠습니다.몰랐던 것과 모르는 것이 정말 많다는 걸 다시 느낍니다.
노인들이 쓰는 말!~ 덴뿌라~가 계절을 뜻하는 말이라니...?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