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하하"
"희한하게 먹고 산다."
"밥 한 숟가락 입에 넣고 소금하나 입에 넣으니 짠맛이 나서 밥이 넘어가는구나."
"하~따 저기 뭐꼬? 와~~~"
"하하하하하하"
나는 부엌식탁에 앉아 있으니 어떤 장면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자연인을 보시는 것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엄니의 TV소리는 안방을 넘어 부엌에 까지 잘 들린다.
엄니가 보시는 프로는 다양하면서도 또 늘 즐겁게 시청하신다.
오래된 드라마 전원일기가 시청 1순위여서 일용엄니가 나오면 어김없이
또 깔깔거리시며 웃는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요즘 유행인 트로트 가요 프로도 애정하셔서
아시는 노래가 나오면 아직도 낭랑한 목소리로 따라 부르시고
일요일 전국 노래자랑 프로를 보실 때면
"내가 지금 나가도 저 여자만큼은 잘 부를 자신 있다"며 은근 자신감을 보이시는데,
나는 "1등은 몰라도 2등은 할 거예요"라고 응원해 드린다.
뉴스에 나오는 정치인들을 보면 정치를 잘 못한다시며 화내시고 흉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번 월드컵 축구경기도 어느 편 할 것 없이
골이 들어가면 환호하시고 노골 일 때는 안타까워하셨다.
명절엔 씨름을 즐겨보시고
특히 미국프로 레슬링은 참 좋아하는 프로 중 하나여서 응원하는 선수까지 있다.
내 집에 오시고는 친구가 없어서 집 앞 공원에 시니어 카페에 모시고 가봤지만
할아버지 노인들이 많으니 안 가시려 하고 돌봄 복지관도 안 가시려 하니
집에서 티브이가 엄니의 유일한 낙이며 친구가 되었다.
가끔 답답해하실까 해서 아들들이 차로 모시고 어디 구경이라도 가자해도
"난 티브이가 더 재미나다. 젊을 때 많이 돌아다녔다" 시고 안 따라 나서신다.
막내 올케가 엄니에게 도움이 되고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치매교육을 받고 어제부터 엄니에게 오게 되었는데,
엄니등급이 5등급이어서 나라에서 정한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밖에 인정이 안되었다.
그래도 담당자가 어제 집에 와서 올케의 출퇴근체크와 엄니를 면담을 하고 간 모양이다.
내가 볼일이 있어서 나가고 없어서 오늘 엄니께 물어보았더니,
엄니는 담담자에게는 내일은 추우니 오지 말라고 하셨다네.
그 담당자가 매일 오는 줄 아신 모양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1년 후 치매증세가 보여서 바로 대구 내려가서 모시고 왔었는데,
약 덕분이지 처음 보인 증상처럼 시공간의 혼돈은 없고 기억력만 점점 조금씩 떨어진다.
그래도 집안에서 움직이고 혼자서도 찌게 정도는 인덕션에 데워먹는 정도는 하셔서
내손이 많이 가질 않아 큰 어려움은 없이 잘 지내신다.
엄니는 자손이 귀한 종갓집 아들하나 딸하나의 고명딸이라 곱게 사랑받으며 자라셨다.
외가댁도 부유하셔서 머슴을 많이 부릴 정도로 시골에서도 부농이라 넉넉하게 자라셨다.
시골에서 자랐으면서도 곤드레나물이나 취나물조차 모르실 정도로
한 번도 나물 캐러 들로 산으로 가본 적이 없으셨다고 한다.
혹시나 엄니가 상할까 봐 어른들이 못 가게 하셨다고.
처녀 적의 사진 속의 포동포동한 엄니가 울 아버지에게 시집을 오시면서 맘고생을 많이 하셨다.
내 어릴 적 기억의 엄니는 늘 바짝 마른 몸이셨고 늘 음식을 소화 못 시켜서
약을 달고 사시고 잘 쓰러지셨다.
반면 아버지는 몸에 좋다는 것은 손수 사 오고 구해와서 알뜰하게도 드셨으니,
고1 때인가 화장실에 살아있는 뱀이 10키로들이 자루에 한 자루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고아 드시겠다고 사 오셨는데 포대자루에 작은 구멍으로 뱀의 혀가 날름거리는 것이었으니
아버지를 재외 한 우리 4형제와 엄니는 난리가 아니었다.
뱀을 약탕기에 삶아야 하는데 엄니는 절대로 못한다고 하셔서
아버지 차 운전기사아저씨가 그 뱀들을 약탕기에 삶아서 아버지가 다 드신 후
엄니는 그 약탕기를 버려 버렸다.
나는 엄니가 빨리 돌아가시면 어쩌나 늘 걱정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폐암으로 먼저 돌아가시고 엄니는 내 곁에 아직 계신다.
아마도 아버지가 담배를 안 피우셨으면 백수도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치매의 특성상 옛 기억만 살아 있으니
엄니는 늘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된다.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는 시골집 마당 별이 총총한 밤에 평상에
외할아버지랑 누워서 읊었던 옛시조와 노래들을 다시 소환해 부를 때면
엄니 얼굴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는지 모른다.
가끔 거실소파에 앉아서 안방에서 들려오는 엄니의 웃음소리를 들을 때면
행복하게 저렇게 지내시다가 증조할머니처럼 외할머니처럼
주무실 때 평안하게 하늘의 부르심을 받기를 맘속으로 기도 하기도 한다.
언젠가 딸이 "할머니 살면서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요?" 물으니
" 지금이 제일 행복하지."
아버지 돌아가시고 석 달이 안되어 대구 집에 갔을 때
30년도 더 지난 등나무 소파의 천가리를 해드리고 엄니를 앉으시라 하고 폰으로 찍어드린 사진이다.
사진 속 엄니가 너무나 환하게 웃으셨는데 보시더니 다시 찍으라셨다,
"왜? 잘 나왔는데?" 했더니
"남편 돌아간 지 석 달도 안되었는데 저렇게 웃으면 남들이 흉본다 다시 찍어라."ㅎㅎ
다시 찍은 울엄마의 대구집에서 마지막 모습이다. 10년 전쯤인 것 같다.
첫댓글 친정 엄마 생각하면 평생 아프다 아프다 하신 생각 밖에는
긴 병에 효자 없다고 아프지 말아야지 대접 받는데 ㅡ
건강하게 99 88 123 일
바랍니다
맞아요. 99 88 123. 축복이지요.
마야1님 엄니께서 늘 편찮으셨군요.
얼마나 맘이 아프셨을지요.
긴병에 효자 없지요.
다행이 저의 엄니는 8년동안 치매진행이 느려서
그리 불편은 없습니다.
나가려고 하지 않으시니 길 잃을 염려도 없네요.
감사합니다.
제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였던
부모님께 불효한 사람 입니다
정말 얼마나 후회하고 용서을
빌어 습니다
가장 부모님께 효도하는것은
맛있는 음식 이나 구경보다
외롭지 않으시게
대화 입니다
부모님을 잘모시고 사는분의
글을 보면 제가 부모님 생각에
마음이 많이 아풉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아릅답게
살아가시는 모습에 다시 한번
칭찬 드립니다
좋은글 내용에 감사 드립니다
칭찬 받을 만큼 효녀는 아닙니다.
제가 애물단지 딸노릇 밖에 못해서 늦게라도 맏딸 노릇 좀 하려고 모시는거에요.
부모님 돌아가시면 다 잘못한것만 생각나겠죠.
글 정말로 고맙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군요.
어머니의 연세가 제법 많으신데도 아직은 정정하시군요.
다소 치매기가 진행 중이라고는 하나 어머님이 TV 등을 즐겨보시고, 그게 무슨 뜻인지를 잘 아시기에
어머니의 건강상태를 제3자라도 짐작할 것 같군요.
글 내용도 좋고...
사진 속의 어르신도 곱네요.
엄지 척! 하면서
글 또 기다립니다.
저는 식물을 좋아하기에 위 사진 속의 화분, 식물을 봅니다.
드라세라, 군자란, 산세베리아 등...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시니 제가 감사하죠.
저의 일상이 늘 엄니와 함께 있는 생활이다보니 엄니 이야기로 또 글 쓰게 되네요.
엄니는 바로 바로 이해는 하세요. 며칠 지나면 곧 잊으시긴 하시지만요.
그래도 가끔은 왜 내가 자꾸 바보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자조하시면 누구나 늙고 나이들면 자꾸 잊는게정상이라 말씀드리죠. 저도 자꾸 잊어버린다고 하면서요.
요즘은 많이들 장수하시니 치매도 많이 옵니다.내년이면 89세시니요.
감사드려요.
곱게 늙으셨네요.
tv를 즐겨보신다니 다행입니다.
청각과 시각에 이상이 없다는 얘기니
잘 관리하면 치매의 진행을 늦출 수 있을 것 같네요.
저때 엄니 나이가 79세였죠.
저의 엄니 케이스가 진행이 느리다고 의사가 하더라구요.
어르신의 표정이 참 온화해 보이십니다~~~~
어르신 뒤쪽으로 보이는 성구가 눈에 들어 오네요~~~
네 성품자체가 순하세요.
엄니의 치매는 이쁜 치매라고 해주시더라구요.
잘 웃으세요. 화내는법이 없구요.
저의 엄니도 모태 기독교인이거든요.
어머니가 참 곱습니다.
리진님도 어머니 닮으셨나 봅니다..
치매 초기라고 보여지는데~
치매는 약도 드셔야 하지만 함께 모시는 분의 행동이나 말에 의해 서도 영향있다고 하네요.
모쪼록 편한 마음이 드시도록 잘해 드리세요..
물론..잘하고 계시지만요..
아무리 딸이라도 어머니 모시고 사시는 리진님을 응원합니다.
엄니를 많이 닮긴 했어요.
오십대 엄니는 저랑 정말 비슷해서 친구들도 많이 햇갈려하뎌군요.
지금은 더 많이 늙으셨어요.ㅠ
김포인님도 장모님 모시니 부인께서도 고생 막심이신것 같아요. 저녁에는 부인 어깨라도 주물러 주세요.^^
어머님과 함께하는 일상을
담담하고 차분하게 풀어 놓으셨네요.
멀리 떠나와 있어 어머니와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한
막내의 아픔이 더욱 커지긴 했지만
치매가 느리게 진행되셨다는
제 어머니도 그러셨겠지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행복한 성탄 맞으세요~
네 마음자리님. 어머님도 치매셨군요.
이국 타향에 계시니 얼마나 그리우셨을까요.
모두들 치매라는 병에 겁을 먹는데,제엄니를 보면서 일찍 발견해서 잘 다스리면
그리 힘들지 않을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마음자리님도 가족들과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십시요.~~^^
리진님
엄니 모습을 사진으로 뵙게 되는군요
어떤분이실까 궁금했었는데
온화하시고 고운모습
리진님도 들어 있어요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셔요^^
ㅎㅎ 궁금 하셨어요?
구십이 낼모래이신데요.
저의 집에 오시고 더 늙으셨지요.
뎃글 주어서 고마워요.
어머님 참 밝은 성격이신듯~
치매 걱정은 하지 않해도 되시겠어요
네 다행이죠. 제가 복이 많아요. 감사합니다.
네 효자십니다.
효자 아니에요. 워낙 엄니의 애물단지 였거든요.
리진님의 '울 엄마'를 읽으니 1년전 우리엄마 모습이 떠오르네요. 리진님 엄니는 효자 효녀를 두셔서 좋으시겠어요. 잘 보살펴드리고 늘행복하길 바래요.
감사합니다 유즈님.
효녀는 아니지만 잘 보살펴드려야죠.
아, 고우시네요 고생 모르고 사신분이세요,
오래 건강하셨어야하는데 제가 잘못썼어요
대구가 고향이셨군요
맘 고생은 하셨습니다.ㅎ
서슬퍼런 시집살이도 하시고 저 때문에 애간장도 녹으셨고요.
감사합니다 호반청솔님.
삭제된 댓글 입니다.
덕담 감사합니다.삼족오님.
오늘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입니다.
미국과 한국은 성탄절 분위기가 다르겠지요.
저는 엄니가 좋아하셔서 트리만 했지요.
나가시질 않으시니 연말 분위기도 못 느끼시니요.
삼족오님처럼 타지에 계시거나 형편상 모시지 못하는 자녀들이 많지요.
그러나 부모마음은 매한가지 자식사랑이죠.
저의엄니도 티비 보시다가
날씨만 좋지않아도 두아들 들에게 전화하십니다.멀리 있지 않지만,
늘 자식 걱정이죠.
삼족오님을 더 마음을 무겁게 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ㅠ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게 아드님을 위해 기도해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댁내 두루 행복하십시요.
메리 크리스마스 삼족오님^^
돌봄일을 잠깐 했었습니다.
모셨던 어른들과의 일상이 생각나서
다시 그 일을 하려 하는데요.
리진님의 어머님이랑 비슷한 분이셨어요.
외출하자 또래 분들과 얘기 나누자 하면
시시해서 싫으시다 라구요.
즐겨보시는 티비 프로그램을 보니
그러시겠다 싶어요.
모셨던 분도 공감능력도 뛰어나시고
많이 배우시고 곱게 자라신 분이었거든요
나중엔 비타민D의 중요성과
누죽걸산의 필요성을 강조해
산책시간을 갖기도 했었지요.
이사를 핑계로 그만뒀는데....
리진님의 고우신 엄마 모습을 뵈니
어르신이 보고 싶네요~
건강과 행복하시라 응원드립니다~
몽연1님도 돌봄 일을 해보셨네요.
우리올케가 교육을 받아보니 배울게 참 많더라고 하더군요.
엄니는 추우니 오지말라 하시는데 오늘 또 오겠죠.
다리가 불편하시고 치매약 때문인지 어지럼이 있어서 외출시는 지팡이 집고 걸어야되니 잘 안
나가시려 합니다.
엄니도 친구들 좋아하시지만,고스톱 같은걸 안하시니 노인정도 싫어하시죠.
그래도 친구들과 통화는 자주하세요. 주로 옛날이야기들 위주로.ㅎㅎ
감사해요.
몽연님도 연말 즐겁게 보내시고 새핸 원하는 소망 다 이루시길바랍니다.
메리크리스마스~~^^
글에서 어머니 대하는 리진님의 사랑이 곱다시 전해옵니다
곱고 바르게 자라신 어머님시라 자식에게 자신의 품성대로 키우시고 사랑을 주셨을 것입니다
그 사랑과 보살핌이 지금 리진님의 성품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오늘 이런 글이 나온 겁니다 엄마 엄니.. 얼마나 사랑스런 눈길에서 모아 뒀을까요
요렇게 이쁜 글로 나오기까지
아이구 우리 운선작가님께서 이쁜글이라 칭찬해주시니 어깨가 으쓱합니다.
사실 곱게 자라셔서 저까지 온실에서 자라게 하셨으니
아직도 세상은 제게 버거웁게 다가온답니다.
엄니를 모시는게 아니라
그래서 여전히 엄니 품이죠.
감사합니다 .
운선님도 행복한 연말보내시고 내일 카페 모임도 즐겁게 보내십시요.
그리고 늘 건강하세요.
참 고우신 어머님.
그리고 차분히 써내려간
리진님.
이제사 차분히 읽어봅니다.
효녀 리진님.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