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시편 1
-해 뜰 무렵
김성춘
왕릉은 힘이 세다
하늘의 새들도 불러 오고
왕은 죽어서도 사람들을 이 도시로 끌어당긴다
따뜻한 봉분들, 모두가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 *
운동복차림의 사람들 왕릉 가까이 불시착하고
자전거 탄 여학생들 골목 길 끝으로 사라진다
길 끝에 양지다방 산신보살집 빠리양화점… 간판들
빼곡한
죽은자와 산자가 올망졸망 껴안고 사는 도시
쪽샘쪽으로 유적 발굴이 한창이다
조금만 파내려가도 신라적 붉은 속살 붉게 만나는 도시
홍상수 감독 영화 속 마을이다
영화 속 연인들은 그때 왜 점집에 갔을까
당신도 내일도 아마 모를 것이다
거대한 봉분들 몸 밖으로
아직 살아 있다고 나무가 손을 내미는 도시
그로테스크한 하루
그로테스크한 봉분의 어깨위로
서서히 붉고 둥근 심연이 도착 한다
경주의 하늘, 깊고 깊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히어 애프트>에 나오는 대사
시 감상: 유한하다고 하지만 살아서 누리는 것은 물론 사후에도 군중을 불러모으는
무소불위의 권력의 힘. 밥그릇 크기에 놀라겟지만 예나 지금이나 밥그릇 주위에 자기장이 모인다
하지만 나는 왕릉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 객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목월 시비의,
눈으로 볼수도 만질 수도 없는 정신 세계에 머물다간다
나를 시로 이끈 몇 분의 스승 가운데 한분이기에..
첫댓글 죽음은 생명이 끝나는 것이지
관계가 끝나는 것은 아니지....멋진 말이네요
이 말이 <히어 애프트>에 나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에 나오는 말이었군요.
서양 사람들은 현상(색즉)에만 집착하는 줄 알았는데 인연(시공)의 논리에도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군요.
즐감했습니다. 류운 시인님
죽은자와 산자가 올망졸망 껴안고 사는 도시...
경주를 이렇게 멋지게 설명할 수 있다니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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