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7.03 16:24
[if 사이언스 샷] 죽지 않고 끝없이 젊은 세포로 재탄생… 나이 거꾸로 먹는 '보름달물해파리'
여름 바다에 둥근 달이 떴다. 돔 모양의 몸통을 물결에 맡기고 하늘하늘 흔들리는 보름달물해파리(Aurelia aurita)이다.
몸통이 투명해 조명에 따라 창백한 푸른 달이 되기도 하고 불타는 붉은 달도 된다. 몸통 지름이 25~40㎝인 보름달물해파리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여름엔 작년보다 1.5배 많은 보름달물해파리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에 비하면 독성이 약하지만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어망을 파손하고 조업을 지연시키는 등의 피해를 입힌다. 원전 취수구를 막는 일도 잦다.
몸통이 투명해 조명에 따라 창백한 푸른 달이 되기도 하고 불타는 붉은 달도 된다. 몸통 지름이 25~40㎝인 보름달물해파리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올해 여름엔 작년보다 1.5배 많은 보름달물해파리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노무라입깃해파리에 비하면 독성이 약하지만 무리 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어 어망을 파손하고 조업을 지연시키는 등의 피해를 입힌다. 원전 취수구를 막는 일도 잦다.

어민들에겐 귀찮은 존재이지만 과학자들에게는 보름달물해파리가 소중한 연구 대상이다. 먼저 특이한 재생 능력이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말 중국 샤먼대의 헤 진루 박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 "보름달물해파리의 상처 부위에서 다시 말미잘 모양의 초기 폴립(Polyp)이 생겨나는 것을 처음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처럼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됐는데 다시 어려지는 것과 같은 일이다.
해파리 암컷·수컷이 만든 수정란은 섬모를 지닌 플라눌라(Planula) 유생(幼生)이 된다. 헤엄치며 떠돌던 유생은 바닥에 달라붙어 폴립이 된다. 이때 몸에서 새로운 개체가 돋아나는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통해 개체수가 수십 배로 증가한다. 이후 스트로빌라(Strobila) 단계에서는 한 개체가 파인애플 조각처럼 10개 이상으로 수평 분할한다. 각각의 조각이 에피라(Ephyra)이고, 이들이 나중에 성체(成體)인 메두사(Medusa)로 자란다.
해파리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은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 해파리에서 처음 발견했다. 열대 바다에서 자라는 몸길이 4~5m의 이 해파리는 환경이 나빠지면 성체에서 다시 폴립 상태로 돌아간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해파리의 엄청난 번식과 재생, 역분화를 연구해 암세포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세포 역시 정상 세포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로 분열하기 때문이다.
해파리 암컷·수컷이 만든 수정란은 섬모를 지닌 플라눌라(Planula) 유생(幼生)이 된다. 헤엄치며 떠돌던 유생은 바닥에 달라붙어 폴립이 된다. 이때 몸에서 새로운 개체가 돋아나는 무성생식(無性生殖)을 통해 개체수가 수십 배로 증가한다. 이후 스트로빌라(Strobila) 단계에서는 한 개체가 파인애플 조각처럼 10개 이상으로 수평 분할한다. 각각의 조각이 에피라(Ephyra)이고, 이들이 나중에 성체(成體)인 메두사(Medusa)로 자란다.
해파리가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은 1990년대 이탈리아 과학자들이 '투리토프시스 누트리큘라(Turritopsis Nutricula)' 해파리에서 처음 발견했다. 열대 바다에서 자라는 몸길이 4~5m의 이 해파리는 환경이 나빠지면 성체에서 다시 폴립 상태로 돌아간다. 과학자들은 이와 같은 해파리의 엄청난 번식과 재생, 역분화를 연구해 암세포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암세포 역시 정상 세포와 달리 나이가 들어도 죽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로 분열하기 때문이다.
해양 로봇을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해파리에서 배우고 있다. 해파리는 바다 최고의 효율을 자랑한다.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며 하루에 수㎞를 이동하지만 산소 소모량은 다른 해양 생물보다 48%나 적다. 미국 사우스 플로리다대 브래드퍼드 겜멜 교수는 수조에 작은 구슬들을 잔뜩 뿌려놓고 보름달물해파리의 이동을 관찰했다. 수조에 빛을 비추면 해파리의 움직임에 따라 구슬들의 빛 반사형태가 달라진다. 이를 통해 보름달물해파리는 몸통 안팎의 압력차를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그래픽 참조〉.
2008년 미국 과학자 3명은 해파리 연구로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미국 해양생물연구소의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는 1960년대에 해파리에 자외선을 쬐면 녹색을 띠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두 과학자는 이 단백질을 분리해 특정 유전자와 함께 생물에게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주입한 유전자가 제대로 정착하면 자외선 아래에서 형광을 낸다. 과학자에게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형광 꼬리표가 생긴 것이다.
조선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올여름 바다에서 만나는 보름달물해파리는 전과 달리 보이지 않을까.
도움말=염승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특성연구센터 책임연구원
2008년 미국 과학자 3명은 해파리 연구로 노벨 화학상까지 받았다. 미국 해양생물연구소의 시모무라 오사무 교수는 1960년대에 해파리에 자외선을 쬐면 녹색을 띠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두 과학자는 이 단백질을 분리해 특정 유전자와 함께 생물에게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주입한 유전자가 제대로 정착하면 자외선 아래에서 형광을 낸다. 과학자에게 유전자의 기능을 연구할 수 있는 형광 꼬리표가 생긴 것이다.
조선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고 했다. 올여름 바다에서 만나는 보름달물해파리는 전과 달리 보이지 않을까.
도움말=염승식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남해특성연구센터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