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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을 해도 쑥스러운 고해성사[기자 잡설 - 강 기자의 ‘버뮤다 삼각지대’ 4] 강한 기자
승인 2013.08.27 10:49:56
오늘은 고해성사 이야기를 해볼까요? 의외로 소심하고 완고한 천주교 신자 강한 씨의 사례입니다. 고해성사는 대부분 어렵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저는 1986년 유아세례 이후 거의 23년 만에 첫영성체를 하고, 숱하게 고해성사를 해 왔습니다. 미사에 온전하게 참여하기 위한 마음가짐이랄까, 혹은 자격이랄까, 그런 것을 위한 고해성사인데, 도대체 몇 번을 해도 편안해지지 않습니다. 하긴, 몇 주 전 박종인 신부님이 ‘교회상식 속풀이’ 코너에 쓰신 대로 “고백이 즐겁고 쉬운 일이면, 죄를 함부로 짓고도 행복해하는 일이 벌어질지 모릅니다.” 여기서 먼저 ‘고백’하자면, 저는 적어도 고해성사 당일만큼은 고해 신부님을 고해소 밖에서 대면하지 않으려고 피해 다니는 신자이고,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문 두드릴 고해소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사람입니다.
특히 본당에서 ‘목소리로 하는 봉사’를 맡고 있다는 게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이 됩니다. 비록 가림막이 있지만, 고해 신부님이 제 목소리를 듣고 누구인지 알아차릴까봐 두려운 것이죠. 고해성사의 비밀은 보장된다는 것, 내가 고백한 문제들에 대해 신부님과 고해소 밖에서 다시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임을 알지만, 그래도 부끄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람 겉으로는 얌전하고 착실한 척 하면서, 안 보이는 데서는 별 짓을 다 하고 사네?’ 하고 흉볼까봐 걱정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신부님이 도착하시기 전에 고해소에 오게 되면, 눈에 띄지 않는 장소(예컨대 성당 안 가장자리)에 ‘숨어 있다가’ 신부님이 들어가셨다는 표시로 고해소 전등이 켜지고 나면 고해성사를 위해 대기 중인 신자들 틈에 슬그머니 끼어듭니다. 저도 ‘미사보’를 써도 되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아도 될지 모르겠군요. 그런가 하면 고해성사 이후 미사에 참석할 경우에는, 되도록 신부님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제단과 먼 자리에 앉고, 성체분배도 수녀님이나 봉사자가 담당하는 줄에 섭니다. 미사가 끝나면 성당 정문에서 신자들과 인사 나누는 신부님을 피해 후문으로 빠져나갑니다.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참 안쓰럽습니다.ㅠ_ㅠ) 고해 신부님의 반응 때문에 진땀을 뺐던 고해성사도 몇 번 있습니다. 진지하게 고해성사를 거행하시는 신부님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만, 고해 신부님이 너무 진지한 것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마음 편한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예컨대 제가 완곡하게 고백한 것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도록 요구하는 신부님보다는, 받아들이기에 괴롭지 않은 훈계와 함께 “보속으로 주모경 3번 바치세요” 정도로 마치는 신부님이 고마운 것이죠. 물론 그게 ‘최선’이라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빠져나갈 구멍 만들기!) 한 번은 제가 고백한 내용을 신부님이 구체적이고 간결한 용어로 바꾸어 “형제님이 말한 게 이거 맞아요?”라고 확인하고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하고 엄한 말투로 딱 잘라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럴 만한 고백이었으니 신부님도 그렇게 대했으리라 생각하면서도, 그날 이후 그 신부님이 담당하는 때는 고해소 앞에 가지 않게 됐지요. 그런가 하면 어느 신부님께 고해성사를 청하고, 둘이 나란히 고해소의 양쪽 문으로 들어간 적도 있어요. 이때는 가림막이 있으나 마나였죠. 가림막 저편에서 “한이가 성당 나온 지 얼마나 됐지?”라고 신부님이 물었던 일은 재미있는 추억이 됐습니다.^^ 몇 번을 돌이켜봐도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고해성사의 경험도 있지요. 대학 졸업 이후 갖게 된 첫 직장에서 불행한 일을 겪고 뛰쳐나온 뒤, 여행지 성당에서 경험한 고해성사.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라고 호통 치지 않고, 한 마디 한 마디 정성스럽게 건네는 말과 기도가 인상적이었던 이웃 성당 신부님. 가림막이 없어 비록 얼굴은 화끈거렸지만, 고해 신부님이 제 입장에서 말해주며 죄의식을 덜어주고, 제가 상처 입힌 사람과의 화해도 모색하도록 이끌어준 일……. 알릴 고(告) 자와 풀 해(解) 자로 이뤄진 ‘고해’라는 말에 어울리는 기억들입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