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나 무
유안상
우암산 산자락에 버팀목으로 우뚝 서서 우리 마을을 지켜 주는 수호신
인 버드나무 모진 눈,비바람을 참고 견디면서 계절따라 새 옷을 갈아 입
으며 몇 백년이나 자연의 섭리에 복종했을까?
버드나무와 인연의 끈이 이어진지도 어느새 이십여년이 넘은 세월 속에
내가 불혹이 훌쩍 넘은 인생길을 가고 있는게 아닌가?
봄바람이 살며시 사랑하는 버드나무를 감싸주는 사월의 햇살에 버드나
무 잔가지에는 자주색 꽃이 피고 새싹이 서로 다투면서 뾰족뾰족 고개를
내민다. 넋을 놓고 물이 오른 싱싱한 버드나무를 보고 있으면 아련한 유
년 시절이 떠오른다.
논에 가시는 어머니를 따라서 새참을 가져가면 가래질을 하시던 아버지
께서는 버드나무 가지를 꺾어서 버들피리를 만들어 주셨다. 나는 좋아서
어쩔줄을 모르며 피리를 구성지게 불면서 논두렁 밭두렁으로 뛰어다니며
놀았다.
5월이면 오빠들과 버들강아지를 따먹기도 한 기억이 나고 여름에는 늘
어지며 퍼진 버드나무 그늘아래서 농부들이 새참을 먹는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가늘고 길게 죽죽 늘어진 버드나무 잔가지를 시원한 바람이 흔들어
놓으면 맵시있는 가녀린 여인이 춤을 추듯 한들한들 흔들며 농부들의 구
슬땀을 식혀 준다.
오랜세월이 흘러서 모두가 떠나가도 버드나무는 내 고향을 지키면서 우
리 인생이 가듯 거목이 되어 가고 있겠지.
철부지적 부모님 품속의 그 시절이 인생을 살아가면 갈수록 더욱 더
그리워진다.
청원군 가덕면 병암리의 500년을 지켜온 마을의 수호신인 버드나무
숲을 지키기위하여 마을 주민들은 왜 그토록 반대를 했을까?
그 이유는 예전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마을 앞산에는 병
풍처럼 서 있는 바위 하나가 있는데 풍수지리에 의하면 병풍 바위가 거울
이고 마을에서 여인들이 거울을 보고 앉아있는 형상과 같아 외짝의 여인
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은 병풍 바위가 보이지 않도록
버드나무를 심어 병풍 바위를 가렸다고 하며, 그 후로부터는 외짝의 여인
이 없어졌다고 한다. 버드나무 숲은 속리산을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쉼터
이기도 하다.
버드나무 숲을 보존키로 한 이원종 도지사님의 슬기롭고 현명하신 판단
에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도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신 값진 선행이 자연을 살리고 마을을 살
려주신 은혜에 후손들에게 길이길이 역사에 남을 것이다.
출마하실때 텔레비젼 화면에 비춰지던 야무지시고 가방을 들던 멋진모
습에 도민들은 멋쟁이 도지사님이라고 부른다. 출퇴근길에 오며가며 지사
관사만 보면 기분이 상쾌하다. 사시사철 늘 푸르른 청솔나무, 탐스럽게
피어있는 벚꽃과 개나리꽃의 자태에 도취되고 담장 속에서 토종닭이 정겹
게 모이를 쪼아먹으며 노니는 모습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굳게
닫혀진 지사 관사 문. 어떻게 살고 계실까 궁금하기도 하고 아이들처럼
관사 안에 들어 가보고 싶은 호기심도 난다.
나무를 분신처럼 사랑하시는 충북대 사회교육원 수필창작반 김홍은 교
수님은 버드나무 숲을 살리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던가. 그리
고 수필 창작반 문우들에게 자연을 사랑 할 수 있는 큰 가르침을 주시고
일생을 나무와 식물에게 정열을 바친 인고의 세월 속에 알차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가시는게 아닐까? 버드나무 숲 보존의 소식을 전해들으신 교수
님은 먹구름이 거치시고 화사하신 모습에 수필창작반 문우들도 웃음꽃이
피었다.
곳곳에 지나다가 아름답게 가지가 늘어진 버드나무를 보게 되면은 천안
삼거리에 늘어선 능수버들이 떠오르며, 흥을 돋우는 충청도 민요의 흥
타령이 생각난다. 오월이 오면 신선하고 길고 둥근 버드나무 잎이 우거지
고 열매가 벌어지면서 솜털의 씨앗이 어디론가 바람이 이끄는 대로 흩
어지겠지...
버드나무는 수명이 길고 축축한 개울 둑방이나 논둑에서 잘 자라며 장
마철에는 홍수를 방지해 주기도 한다.
나도 단단한 버드나무처럼 남은 내 인생을 알차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삶을 살아가야지.
2000. 7집
첫댓글 나무를 분신처럼 사랑하시는 충북대 사회교육원 수필창작반 김홍은 교
수님은 버드나무 숲을 살리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셨던가. 그리
고 수필 창작반 문우들에게 자연을 사랑 할 수 있는 큰 가르침을 주시고
일생을 나무와 식물에게 정열을 바친 인고의 세월 속에 알차고 보람있는
삶을 살아가시는게 아닐까? 버드나무 숲 보존의 소식을 전해들으신 교수
님은 먹구름이 거치시고 화사하신 모습에 수필창작반 문우들도 웃음꽃이
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