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모비스 대표이사 맡기로
경영자로서 법적 책임까지 지게돼의
경영권 직책 정몽구 회장 넘어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서기로 했다.
이로써 작년 9월 그룹수석부회장에 오른 지 반년 만에 핵심 계열사 이사회 주요 직책을 맡게 됐다.
지분 승계 문제만 해결되지 않았을 뿐, 경영권과 관련된 직책은 아버지인 정몽구 회장을 넘어섰다.
정 부석부회장은 아버지가 이사회에 관여하지 않는 기아차.현대제철에서도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26일 현대차.현대모비스는 이사회를 열고 '정 수석부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을
다음 달 22일 주총에 올린 뒤, 직후 열리는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선임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는 오너가 대표이사직을 맡아 실질적인 책임 경영을 해온 전통이 있다'며
'정 수석부회장도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만큼 경영자로서 법적 책임까지 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과
금융.투자.지배구조 전문가 3명을 신규 사내.외 이사로 선임해 이사회 전문성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요 계열사 책임경영 체제 완성
정 부회장은 이로써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책임 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그는 지난 22일 기아차 이사회에서 비상근이사에서 상근 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정 부회장은 작년 말 아버지의 측근들을 퇴진시키는 그룹 인사를 단행하고,
올해 그룹 시무식을 처음 주재하는 등 그룹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표이사직을 맡는 것은 권한뿐 아니라 경영활동에 따른 책임도 지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기업의 주요 의사결정에는 대표이사의 서명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경영활동 중 형사고발 사건이 발생하면 대표이사가 피고발인이 된다.
지난 2017년 시민단체가 현대차를 늑장 리콜 혐의로 고발했을 때,
피고발인은 당시 현대차 대표이사 3명(정몽구,이원희.윤갑한)이었다.
이런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일부 재벌 오너는 실질적인 경영권은 행사하면서도 동기이사나 대표이사에 오르지 않아
비판받기도 했다.
정 부수석부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르면 , 현대차는 4인 (정몽구,정의선,이원희,하언태)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된다.
이사회 전문성.독립성도 강화
현대차는 이날 이사회를 기존 9명에서 11명으로 늘려 다양성을 강화하고,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
먼저 말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다음달 주총(22일)에 올린다.
비어만 사장은 BMW에서 30여 년간 고성능차 개발을 해왔던 인물로 작년 말 외국인 최초로 현대차 연구개발 수장에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경영 전반에 기술 트랜드를 접목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에 오른 3명은 금융.투자.지배구조 분야의 전문가 윤치원(59) USB 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과
유진오(50) 전 캐피탈 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지배구조 전문가인 이상승(55)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다.
현대차는 '주주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인 윤치원 부회장은, 주주들의 추천을 받아 후보로 올렸다'고 밝혔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투명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를 위해
이사회의 다양성.전문성.독립성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완진 한국외대 교수는 '오너가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하고,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면 대규모 투자나 협업을 일으키기도 좋고 기업 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류정 기자